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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청소노동자 탄압을 규탄한다

by 동국교지

지난 11월 27일, 동국대학교 본관 앞에서 청소노동자 정년 연장 촉구 기자회견 및 집중 투쟁이 진행되었다. 앞서 동국교지는 지난 10월 2일 동국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이 점심시간 중 절반을 할애하여 진행하는 정년 연장 투쟁에 대해 보도한 바 있다.1) 그러나 2025년이 한 달가량밖에 남지 않은 지금, 동국대학교는 여전히 청소노동자들과 소통하지 않고 있으며 정년 연장 요구 또한 관철되지 않았다. 올해가 60세로 정년 퇴임이 예정된 노동자들은 몇 달간 힘겹게 투쟁했음에도 불구하고 한 달 뒤면 자연스레 퇴임 당할 위기에 놓여있다. 동국대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은 한시라도 빠르게 해결되어야 할 사안이며, 학내 노동자들의 기본적인 노동권과 투쟁권이 존중받아야 함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따라서 동국대학교 재학생과 졸업생, 정의당 권영국 대표, 전국민주일반노조 소속 위원 등 많은 사람이 궂은 날씨에도 이들의 투쟁에 연대하기 위해 동국대학교 본관 앞에 모였다. 동국교지도 청소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지지하기 위해 이날 취재를 진행하였다.


2025년 11월 27일 오전 10시, 기자회견 진행

<사진1. 동국대학교 본관 앞에서 청소노동자 지지 투쟁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모습 ⓒ동국교지>

11월 27일 오전 10시에는 동국대학교 본관 앞에서 청소노동자 투쟁을 지지하는 동국대학생 연대선언 기자회견이 진행되었다. 본 기자회견에는 동국대학교 사회학과 46대 학생회 "내일", 중앙동아리 맑스철학연구회, 북한학과 여성주의 소모임 여성동맹, 사회과학대학 도시산책소모임 산책은 핑계고, 사회학과 소모임 로투스 , 사회학과 소모임 아노미, 서울지역대학 인권연합동아리 인동 동국대지부 등 학생회, 동아리 단위로 많은 동국대학교 학생이 참석하였다. 또한 진보당 동국대 분회 '동틀', 진보대학생넷 서울인천지부 동국대지회, 더불어민주당 대학생위원회 동국대지부 등 동국대 내의 정당과 학생단체, 연세대 비정규 노동문제를 고민하는 학생 모임 살맛, 투쟁의 미디어 스튜디오R 측에서도 참석해 연대의 뜻을 함께하였다.

기자회견의 사회를 맡은 국어국문문예창작학부 25학번 김다은 님은 동국대학교가 여름부터 3달간 이어진 투쟁에 동국대학교가 여전히 묵묵부답으로 응하고 있음을 비판하였다. 또한 동국대학교 제시했던 타협안인 촉탁직 연장 또한 26년부터 가능한 상황에서, 당장 25년 퇴임 예정자는 고용을 보장받을 길이 없음을 강조하며 청소노동자들의 정년 연장 요구를 받아들일 것을 재차 촉구하였다. 이후에는 연대선언 연서명 결과가 발표됐다. 11월 16일부터 26일까지 열흘간 진행한 연서명에는 재학생 219명, 졸업생 47명, 단위 13개로 총 279개의 연명이 모였다. 모인 연명은 부분 익명 처리되어 기자회견 이후 총무처로 전달되었다. 서명 결과 발표 후에는 학생들의 연대 발언이 이어졌다. 아래는 학생들의 연대 발언 전문이다.


학생 연대 발언 1. 백종호 님


먼저 오늘 집회에 참여해 주신, 그리고 참여하지 않으셨더라도 그동안 학교를 위해 수고해 주신 학교 내 청소 노동자 여러분께 감사 인사 올립니다. 학내 노동자 여러분께서는 학교를 위해 열심히 일하시는 학교의 구성원이고, 가족이십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학교의 시설에는 노동자 여러분의 손길이 닿아 있고, 그 덕에 우리는 쾌적한 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청소노동자 여러분은 언제나 학교를 위해, 학생을 위해 일하십니다. 설령 학교에 의해, 학생에 의해 외면받을지라도, 학교를 위한 헌신은 멈추지 않습니다. 쓰레기 더미를 뒤지며 일하는 것이 힘듦에도 깨끗해진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을 보며 위안을 얻으십니다. 학교에서 용품을 지원해 주지 않아 제대로 된 청소 활동이 어렵지만 비닐 한 장 세제 한 방울 아껴 쓰면서 학교를 청소하십니다. 가로세로 3미터 남짓의 작은 휴게실을 사용하는 것이 불편하지만 그 작은 휴게실조차 들어갈 시간이 없을 정도로 온몸을 바쳐 일하십니다. 몸이 아파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병가를 받지 못함에도, 아픈 몸을 이끌고 일을 나서십니다. 정규직임에도 불구하고 청소노동자라는 이유만으로 사무직 노동자와 차별 대우를 받지만, 묵묵히 일합니다.

이분들은 학교가 대우가 박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언제나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학교를 위해 일하십니다. 청소 노동자 본인이 학교의 구성원이며 동국대학교를 자신의 가족이라는 확신이 없다면 이런 헌신을 보일 수 없습니다. 청소노동자 여러분은, 학교 구성원 누구보다도 학교를 사랑하는 분들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러한 열악한 환경을 학교에 대한 사랑과 헌신으로 버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올해와 그 이전의 노동쟁의에서 건의된 사항들은, 이토록 동국대학교를 사랑하시는 학교 청소 노동자 여러분의 염원이 담긴 요구입니다.

하지만, 그분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요구를 받아들여 쾌적한 업무 환경을 보장해도 모자랄 판에, 청소노동자의 요구에 학교 측이 보이는 태도를 보면 참담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학교 측은 이러한 노동자를 외면한 채로 노동자 처우에 대한 감축을 발표했습니다. 정년을 줄이는 것은 물론이고, 노동자 여러분이 요구했던 요구사항은 전혀 개선되지 않은 채였습니다. 거기에 더해, 얼마 전 학교 측은 청소노동자 조합이 소통을 원하는 마음으로 진행한 집회가 시끄럽고 방해된다며 소음 측정기를 가져와 집회를 방해하였고, 결국 학습 방해, 업무 방해라는 명목으로 경찰을 대동하여 집회를 해산하려 하였습니다. 참으로 참담합니다. 엄연한 동국대학교의 구성원인 노동자의 염원과 목소리를 한순간의 소음으로 여기고, 학생들을 인질삼아 노동 탄압을 일삼는 학교측을 보며 우리는 실망을 금치 못했습니다.


학교 측은 청소노동자의 목소리가 높아지게 된 이유를 정녕 모르시는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학교측이 청소노동자의 의견을 초장부터 들었더라면, 목소리가 높아지는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청소노동자 여러분이 스피커를 대동해서 집회하는 이유는, 이렇게 하지 않으면 학교 측이 요구를 들어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일의 책임은 청소노동자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청소노동자의 의견을 묵살한 학교 측에 있습니다.

또한 교섭의 요구와 집회는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행사이지, 학교나 공권력이 멋대로 해산하거나 빼앗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초등학교 교육과정에도 언급이 되는 최소한의 노동자 권리가 대한민국의 지식인을 양성하는 일류 대학을 표방하는 학교에서 무시당하는 촌극이 벌어졌습니다. 학교 측은 부끄럽지도 않으십니까?

우리는 이번 사태를 바라보며, 과연 이것이 동국대학교가 지금껏 사회에 내세운 가치와 맞는지조차 의심하게 되었습니다. 학교 측에서 내세우는 지혜, 자비, 정진은 동국대학교의 교육 신조이며, 동국대학교의 모든 것을 떠받드는 진리입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서는 이 세 가지 가치 중 그 어떤 것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는 노동자를 탄압하기 위해 소음측정기와 경찰을 대동하는 것은 지혜라고 부를 수 없습니다. 열악한 환경에 놓인 노동자를 방치하고 있으면서도 목소리를 들어줄 생각도 하지 않는 것은 자비가 아닙니다. 학교 측이 앞장서서 노동자를 탄압하는 현실이 2025년 오늘날에 계속해서 벌어지는 것은 정진이 아닙니다. 이렇게 지혜롭지도, 자비롭지도, 정진하지도 않는 학교 측의 태도에서 도대체 학생들은 무엇을 배울 수 있겠습니까? 학교 측은 학생들이 무엇을 배우길 원하십니까?

거기에 더해, 청소노동자와의 교섭은 계속해서 피하고 있으면서도 연대 집회에 참여한 학생들에게 사건을 설명해 주겠다며 명함을 돌린 일은 정말이지 촌극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학생들에게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학교 측의 태도에 문제가 없다고 여긴다면 노동자와 교섭해 합의점을 찾아내는 것이 우선이 되어야 하지 않습니까? 학생들 앞에서 그렇게 당당한데, 왜 당사자인 노동자와 소통하지는 않으십니까? 학교를 발전시키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우선 학교 구성원의 외침에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동국대학교 청소노동자 여러분과 이분들에 연대하는 학생들이 학교 측에게 요구하는 것은 많지 않습니다. 이번 사태 앞에서 그렇게 당당하다면, 뒤로 숨지 말고 즉각적으로 소통하고 교섭하십시오. 학교가 가르친 학생들이 사회에 나서 모범이 되길 원한다면, 학교 측이 먼저 모범적인 행동을 보여주십시오. 청소노동자가 학교의 구성원이라는 말이 사탕발림이 되지 않도록, 행동으로 보이십시오. 청소노동자와 청소노동자와 연대하는 학생들은 학교에 요구할 뿐, 이 사태는 결국 학교 측의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해결될 수 있습니다. 학교 측이 진정으로 학생의 의견과 노동자의 의견을 수용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우리는 분명 학교가 우리의 요구를 들어주실 거라 믿겠습니다.

이번 집회를 한 학기 동안 진행하면서 청소노동자 여러분들, 그리고 그와 연대하는 학생들은 수많은 반응과 마주하셨습니다. 청소노동자의 열악한 현실을 알게 되었다며 함께 하겠다는 응원도 있었지만, 조롱과 멸시의 시선도 함께 받아야 했습니다. 발언 마무리하면서, 어느 종류의 관심이든, 청소노동자의 현황을 알고 계신 모든 분께 이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우리는 모두 노동자 여러분의 노고를 통해 살아갑니다. 여러분이 입는 옷, 먹는 밥, 필기하는 노트, 읽는 책, 작업하는 컴퓨터가 모두 노동자의 손을 거치는 것처럼. 학교의 어느 곳도 청소노동자의 손을 거치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그렇기에, 청소노동자의 요구는 우리의 생활과 떼어놓을 수 없습니다. 그들을 멸시하거나 외면하는 것은 그들의 노고를 외면하는 것입니다.

동시에, 우리는 모두 노동자입니다. 학우 여러분은 학교를 벗어나면 모두 노동을 통해 살아가야 하고, 학교의 구성원 모두는 이미 노동자로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노동쟁의와 탄압은 언제나 타인의 일이 될 수 없습니다. 노동자의 외면과 탄압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모두 그것에 의한 희생자가 될 수 있습니다.

때문에, 노동자의 일은 우리 모두의 일이 될 수 있습니다. 현재 벌어지는 노동 쟁의의 외면은 다른 노동탄압의 빌미가 될 것입니다. 지금 당장은 소음측정기와 경찰이지만, 이후에는 어떤 방식의 노동탄압이 발생할지 알 수 없습니다.

청소노동자의 덕을 입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멸시하는 것, 경찰을 대동해서 노동자를 탄압하는 것, 연대하겠다는 학생들을 조롱하고 동시에 노동자를 외면하는 것. 이것이 바로, 지난 시간 동안 학교에서 벌어졌던 일들이고, 이미 벌어지고 있는 일이며, 우리가 외면하는 한 똑같이 반복될 일입니다. 외면하지 말고, 함께 목소리를 높여주십시오.

이번 노동 탄압 사태는 청소노동자 개인의 문제가 아닌, 동국대학교 구성원이 지금껏 겪어왔던 일이고, 우리의 일이며, 앞으로의 미래입니다. 이번 노동 탄압과 그에 대한 저항은, 학교 측과 학우 여러분이 모두가 참여해야 하는 동국대학교 가족의 현재이자 미래입니다.


이 투쟁에서 동국대학교의 가족이 승리할 수 있기를 응원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백종호 학우님은 청소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묵살하는 학교를 지적하며, 이들의 쟁의행위가 정당하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그리고 지혜, 자비, 정진을 교육 신조로 내세우고 있는 동국대학교가 학습 방해, 업무 방해라는 명목으로 경찰을 대동해 이들의 투쟁을 탄압하려 했음을 강력히 비판하였다. 더불어 학생들에게 혐오와 멸시의 시선을 거두고, 이들에게 연대할 것을 촉구했다.


학생 연대 발언 2. 김태은님


간담회에서 알게 된, 청소노동자들이 뼈가 부러져도 수술받지 않으면 병가조차 쓸 수 없다는 안타까운 현실도 나를 청소노동자들의 정년 투쟁에 연대하게 만들었지만, 제일 결정적이었던 동기는 우리 학교의 불온한 태도였다. 노동자들의 요구를 따라 직접고용을 실시하였으므로 더 이상 질 법적 책임이 없다는 학교의 대처에서는, 틀린 논리 하나 물론 찾아볼 수 없지만 정년 단축이 노동자 개개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려하지 않은 채 학교를 위해 일하는 사람을 이토록 비윤리적으로 다룰 수 있다는 것이 화가 났고, 그 학교가 내가 사랑하는 우리 학교라는 것은 내가 이 문제를 쉽게 외면하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학교의 태도가 청소노동자에게만 국한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에 우리 학교가 더 나은 공동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청소노동자의 정년 연장 투쟁을 외면하지 않고 연대하게 되었다. 학교가 노동자 개개인을 고려하지 않고 정년에 다다른 인력은 새 인력으로 갈아 끼우면 된다는 듯이 노동자를 대하는 모습을 보고는 과연 우리 학생들은 학교에게 어떤 존재일지 궁금해졌다. 그 결과 나는 학생, 교직원과 마찬가지로 우리 대학의 구성원인 청소노동자를 이와 같이 비인간적으로 대하는 학교의 눈에는 학생인 내가 '외부로부터 훌륭한 평가를 받기 위한 학교 운영 자금을 보태는 등록금 자판기'로 보일 것 같다는 생각에 두려워졌다. 나는 내가 속한 학교에서 존중받지 못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끼고 싶지 않다. 나는 내가 선택한 학교가 일하는 사람이 행복하고 일하는 사람을 존중하는 공동체이기를 원한다. 나는 평등과 존중이 숨 쉬는 학교에서 학우들과 공부하며 노동의 가치를 무시하지 않는 어른으로 성장하고 싶다. 부디 우리 학교가 노동자와 학생 모두 학교의 동등한 구성원임을 알고 지금이라도 청소노동자의 정당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정년 연장 문제를 해결해야 할 책임을 외면하지 않는 성숙한 공동체로 바뀌기를 바란다.



김태은 님은 청소노동자들과 함께 생활하는 동국대 구성원으로서, 이들이 존중받지 못함은 곧 학생들도 존중받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역설했다. 또한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이들을 외면하지 말 것을 학교와 학생들에게 호소했다.


<사진2. 정년연장 탑 쌓기 퍼포먼스가 진행되는 모습 ⓒ동국교지>

투쟁의 당사자이신 동국대학교 민주노조 김일규 지회장님이 총장과의 면담, 정년 연장을 다시금 촉구하며 연대 발언을 끝마쳤다. 다음으론 정년연장 탑 쌓기 퍼포먼스가 진행되었다. 오른쪽에는 교직원의 평균 근속 연수, 왼쪽에는 현재 청소노동자의 정년으로 일할 수 있는 근속 연수를 쌓았다. 해당 퍼포먼스는 직고용 이후 청소노동자의 정년을 교직원의 정년과 맞추겠다는 학교의 주장이 얼마나 모순적인지 보여준다. 교직원은 평균 30대에 고용되어 30년가량 일할 수 있지만, 청소노동자들은 보통 50대 정도에 고용돼 약 5~10년간 근무할 수 있다. 그러니 두 직무 간의 고용 환경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단순한 정년 통일은 매우 불평등하다. 따라서 총장과의 면담, 정년연장이 실현되어 학내 노동자들의 진정한 고용안정이 이루어지길 기원하며 정년 연장 탑 쌓기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기자회견은 사학과 허지수 님, 사회학과 정민주 님의 연대 선언문 낭독으로 마무리됐다.


2025년 11월 27일 오전 11시, 목요 집중 투쟁 진행


기자회견이 끝난 뒤 11시부턴 청소노동자들의 목요 집중 투쟁이 시작되었다. 본 투쟁에는 기자회견에 참석했던 여러 동국대 학생과 더불어, 정의당 당 대표 권영국 님, 누구나노조 조합원 등 여러 시민이 참석하여 연대의 뜻을 전했다. 사회를 맡은 전국민주일반노조 서울본부 조직국장 유란순 님은 투쟁 시작에 앞서 집회의 취지를 강조했다. 대한민국이 고령 사회로 진입한 지금, 정년 연장 문제는 사회적인 화두가 되고 있다. 그러나 동국대학교는 2018년 청소노동자들을 직고용하면서 정년을 만 71세에서 만 60세로 낮췄다. 이는 정년 연장이 쟁점이 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상당히 불합리한 행보다. 게다가 학교는 청소노동자들의 정년 연장 투쟁을 탄압하며 이들의 노동권과 단결권을 침해하고 있다. 앞선 학교의 행동에 많은 시민들은 분노하며 11월 27일 목요 집중 투쟁에 함께하였다. 다음으론 투쟁에 뜻을 모은 분들의 연대 발언을 일부 소개하고자 한다.


<사진3. 정의당 권영국 대표가 동국대 본관 앞에서 청소노동자 투쟁에 연대 발언을 하는 모습 ⓒ동국교지>

연대 발언 1 - 정의당 권영국 대표님

학교는 기본적인 국민의 권리를 가르치고 또한 사회적으로 매우 훌륭한 민주시민을 길러내는 곳이라고 우리는 그렇게 믿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학교는 어느덧 상업 돈벌이를 추구하는 곳으로 점점 전락해 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을 지금 막아내고 있는 분들이 있습니다. 바로 청소 미화 노동자 여러분께서 학교가 상업화되고 돈벌이 수단이 되는 잘못된 흐름을 노동자 여러분이 막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진보 정치를 하는 정치인으로서 여러분들의 투쟁을 지지합니다.

교수분들 정교수의 퇴직 정년이 몇 살입니까? (대답: 65세요.) 그러면 우리도 65살까지는 최소한 보장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맞습니다. 정교사가 정규직이잖아요. 그럼 (청소노동자) 여러분도 정규직이면, 일단 기본적으로는 차별하지 말라! (중략) 아까 우리 위원장님이 말씀하셨어요. 청소 노동은 특히 고령 친화적인 노동이라고 이야기를 하셨는데 지금 법원에 가더라도 이미 육체노동을 하는 경우에는 육체 가동 연한을 65세로 하고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후략)

무엇보다도 여러분들이 단체협약으로 정년을 만 71세까지 그리고 68세까지 보장하라는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왜 협약을 체결합니까? 준수하라는 것 아닙니까?

동국대학교는 불교재단입니다. 불교재단은 화해와 지혜를 매우 중요시한다고 생각합니다. 불교재단이 더 이상 부끄럽지 않도록 약속한 것 지키고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제대로 보장하는 것이 바로 그러한 지혜와 화해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권영국 대표님은 청소노동의 가치를 강조하며, 정규직으로서 고용된 이들을 차별해선 안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정교수의 정년이 65세까지이니, 같은 정규직인 청소 노동자의 정년 또한 65세 이상으로 보장되는 게 합당하기 때문이다. 또한 학교가 만 71세, 68세까지 정년을 보장하는 협약을 체결했고 이를 준수해야 함을 피력했다. 마지막으론 동국대학교가 이들의 노동권을 보장함으로써 불교재단이 추구하는 화해와 지혜를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대 발언 2 - 전국일반민주노조 중구지역지부 지부장 이동섭 님


저희 공단도 지금 공기업인데도 정년이 65세고, 지금 또 추가로 요구를 한 상태예요. 아직 합의가 안 됐는데 곧 합의가 될 것 같고. (중략) 정년이 68세나 71세로 될 수 있게끔 저희 중구지역지부도 끝까지 투쟁이 승리할 때까지 연대를 하겠습니다.


중구지역지부 지부장 이동섭 님은 공기업에서도 정년이 65세로 보장되고 있고, 추가로 늘어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당 발언은 앞서 권영국 대표님이 언급했듯이 노동자들의 정년이 기본적으로 65세 이상으로는 보장되어야 함을 뒷받침한다. 그는 동국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에 끝까지 연대할 것이라고 전하며 짧게 발언을 마쳤다.


연대 발언 3 - 동국대 청소노동자 발언


정미영 님

저는 동국대에서 제가 근무하고 있는 곳이 특히 혜화관, 외국 학생들이 와서 공부하는 곳입니다. 따라서 제가 조금 더 노력하면 훨씬 더 깨끗한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고 그들이 자국에 돌아갈 때 동국대학교의 이미지, 또 더 나아가서 대한민국의 이미지가 더 좋아질 수 있는데, 조금이라도 제가 보탬이 될 수 있겠다. 그런 의미로 최선을 다해서 일해왔습니다. (중략) 학교에서 정년 연장을 내년부터 촉탁으로 한다. 그러는데 저는 올해 퇴직한다는 이유만으로 왜 그거를 받지 못해야 합니까? 저 나름으로 정말 열심히 일했습니다.

저희 나이라는 60이라는 나이는 생각해 보십시오. 자녀들은 아직 결혼하지 않은 상태이고 위로 노후 준비가 안 돼 있는 부모들을 우리가 부양해야 합니다. (중략) 총장님께서 결단해 주시면 저희는 이런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총장님께서 도와주시기를 부디 정년 연장을 해 주시기를 다시 한번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총장님 제발 정년 연장해 주시기 바랍니다. 국민연금 나오는 65세까지만이라도 제발 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금 저 같은 경우는 만 64세에 국민연금 나옵니다. 그렇지만 제 후배들은 이제 그보다 더 오래 지나서 65세 정도 돼야 국민연금 나올 겁니다. 우리는 그 급여가 필요하기 때문에 그래서 일하는 겁니다. 그렇게 65세 돼서 국민연금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제발 연장해 주시길 다시 한번 부탁드리면서 여러분 와주셔서 와주신 여러분들한테 너무 감사하다는 말씀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습니다.


조영남 님

정년 연장 안 해주는 이유를 다시 한번 묻고 싶습니다. (중략) 사회 전체가 정년 연장에 대해서 의논하고 있는데, 왜 우리 동국대만큼은 정년 연장에 대해서 길을 막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총장님이나 교수님들 모두가 65세로 알고 있습니다. (청소노동자는) 차별 대우를 받을 이유가 없습니다. 우리도 지금 당장 정년 연장을 촉구합니다.


동국대 민주노조 지회장 김일규 님


20년도부터 왜 작년까지 우리가 조용히 있었냐고요. 정년 연장을 요구하지 않고 사측이 알아서 해주길 바랐습니다. 우리의 복지 문제를 알아서 해주기를 바라서 조용히 입 다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25년도에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저희가 일어났습니다. 8월부터 일어나서 저 지금 벌써 3개월이 됐습니다. 그런데 학교 측은 아무 반응도 없습니다. 왜입니까? 우리는 사람이 아니라서 우리 앞에서는 미화 노동자도 정직원이라고 해놓고, 말로만 정직원입니까? 아무 복지도 없이 이게 뭐 하는 처삽니까? 그래서 참을 수가 없어서 저희 미화 노동자들이 일어났습니다.


정미영 님은 올해 60세로, 학교가 내년부터 2년간 촉탁직 고용을 시행하겠다고 밝혔기에 본 안의 적용을 받지 못하고 정년 퇴임을 당할 위기에 놓여있다. 그는 60대는 아직 퇴임하기에 너무 이른 나이며,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는 만 65세 이상으로 정년을 연장해달라 호소했다. 조영남 님도 정교수, 총장과 같이 정규직인 청소노동자도 만 65세 이상으로 차별 없이 정년을 보장받아야 함을 촉구했다. 투쟁에 앞장서고 있는 동국대 민주노조 지회장 김일규 님은 그동안 청소노동자들이 정년 연장을 나서서 요구하지 않은 건 당연히 보장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허울로만 정직원이라 칭하지 말고 그에 맞는 복지와 정년을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


연대 발언 4 - 전국민주일반노조 소속위원 발언


전국민주일반노조 누구나노조지회 운영위원 신현수 님

청소노동자를 직고용했다고 학교 재정이 위태롭습니까? 전혀 아닙니다. 그런데 왜 학측은 청소노동자들을 먼저 해고했겠습니까? (신현수 님은 앞서 2018년에 동국대에서 청소노동자들을 근로장학생으로 대체하려 했던 사태를 언급하였다.) 청소노동자라는 집단을 가장 하찮게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여기서 느꼈습니다. 이건 청소 노동자 집단에 대한 혐오라고요. 학 측은 저희 동지들을 편견이 가득한 시선으로 보고 있습니다. 우리가 편견 따위에 져서는 되겠습니까? 안 됩니다. 우리가 여기서 쓰러져서는 되겠습니까? 안 됩니다. 함께합시다. 우리 동지들 옆에 든든한 아군이 있다는 것을 저 편견으로 썩어빠진 학 측에게 보여줍시다.


전국민주일반노조 총무처장 김민정 님(동국대 졸업생)

한국문학의 한 축을 담당하는 자랑스러운 동국대 문예창작 학도로서 학교에서 보냈던 한때는 무척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무척이나 부끄러운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2018년도 동국대학교에서 있었던 86일간의 농성을 또렷하게 기억하기 때문인데요. 18년도에 학교는 정년퇴직한 청소노동자 인력을 충원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기존 용역회사와 계약을 해지하고 새 회사와 계약을 맺으며 수많은 청소노동자분들을 실직의 불안 속으로 내몰았습니다.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학교로부터 책임 있는 답변을 듣기 위해 우리 동지들은 살을 에는 칼바람과 추위 속에서 농성을 시작했습니다. (중략) 7년이 지난 지금, 무려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투쟁을 끝낼 수가 없습니다. 18년 이전까지 71세이던 정년이 60세로 줄어들어 무려 11년이나 단축되었기 때문입니다.

(정년이 연장되지 않는다면) 고령의 연배가 대부분이신 청소노동자들은 차가운 취업시장에 다시 나서야 합니다. 동지들이 지금 3개월째 집회를 열면서 투쟁하고 있지만 학교는 또다시 묵묵부답입니다. (이들을) 처벌할 어떠한 권한도 없으면서 소음을 측정하며 동지들의 투쟁하는 마음을 꺾으려고만 하고 있습니다.

교육기관이라는 이름으로 노동자의 권리를 외면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 일입니까? 아닙니다. 정녕 이런 일이 자비로운 부처님의 불교 정신 아래 세워진 동국대학교에서 자행되어야 합니까? 아닙니다. 청소 노동자들이 학내 곳곳에서 밤낮없이 일하시는 이유는 학생들의 수업권을 보장하기 위함입니다. 이는 노동자들이 없어서는 안 될 대학의 일원이라는 말과 같습니다. 노동자는 학생, 교직원과 평등한 대우를 받아야 하는 동등한 구성원입니다. 동국대학교는 더 이상 노동자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마십시오. 71세 정년 연장, 지금 당장 결정하십시오.


전국민주일반노조 운영위원 신현수 님은 지난 2018년 학교가 청소노동자 인력 충원을 진행하지 않고 근로장학생으로 대체하려 했던 일을 언급하며, 지난 일에 이어 청소노동자의 정년 연장 요구를 묵살하는 동국대의 행보가 청소노동자 혐오 그 자체임을 피력하였다. 또한 전국민주일반노조 총무처장이자 동국대 졸업생이신 김민정 님은 2018년 투쟁에 함께했던 기억을 언급하며, 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투쟁 또한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분노했다. 더불어 노동자 또한 학생과 교직원과 동등한 대우를 받아야 하는 구성원임을 강조하며, 동국대학교가 교육 기관이자 불교대학으로서 노동자들을 외면하는 불공정한 처사를 보여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연대 발언 5 - 동국대 재학생 학생 발언


중어중문학과 이지윤 님

기존 만 71세였던 청소 노동자의 정년을 학교 측이 갑자기 60세로 줄였습니다. 우리는 모두 11년이 얼마나 긴 시간인지 압니다. 10년 동안 일을 했는데 갑자기 정년에 내몰린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그것도 원래 당연한 권리였던 것이 빼앗긴 상황을 말입니다. 청소 노동자는 다른 직군과는 달리 노동자 특성상 50세 정도의 고령부터 일을 시작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더욱 부당한 처우입니다. 학교 측은 청소 노동자의 외침을 방관하고 있습니다. 학교에 필요한 필수 노동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으면서 학생들에게는 노동자들이 시끄럽게 하여 학습권을 침해한다고 생각하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압니다. 학생과 노동자를 갈라놓는 주체는 고용 문제를 쥐고 있는 학교 측이라는 걸 말입니다. 이번에 진행한 청소 노동자 정년 연장 연서명에 279명의 학생들이 함께해 주셨습니다. 학교 측은 우리 학생들 그리고 학교 구성원이자 꼭 필요한 청소 노동자의 목소리를 들으십시오. 윤재웅 총장은 책임 있게 노동자들과 교섭하여 정년 연장을 하고 해고의 위험으로부터 안전한 학교를 만드십시오. 우리 학생들은 우리 동국대학교가 모두에게 안전한 공간이 될 때까지 끝까지 연대하겠습니다.


국어국문문예창작학부 김다은

열흘 동안 진행한 연서명을 통해 총 279개의 연명이 모였고 20명이 넘는 학생 인원이 기자회견에도 참여해 주셨습니다. 청소노동자의 정년 연장 문제가 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학생 구성원도 함께하는 문제라는 뜻입니다. 여기 왜 이렇게 많은 학생이 모였는지 아십니까? 왜 이 많은 사람이 자기 이름을 걸고 연대해 주셨는지 아십니까? 바로 학교가 학생의 이름을 빌려서 노동자를 탄압했기 때문입니다. 10월 28일 총무처는 이런 게시글을 내걸었습니다. 집회 소음으로 인한 다수의 학생 민원으로 소음 측정을 실시하겠다. 하지만 앰프 소리는 건물 안에서 들리지도 않았습니다. 그때 수업을 듣는 친구들은 듣지 못했다, 집회를 하신 줄도 몰랐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심지어 이 본관 앞에서조차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청소노동자분들은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라며 앰프 볼륨을 반으로 줄여 진행하셨습니다. 그런데 학교가 뭐라고 학생을 방패로 노동 탄압을 조장합니까? 이런 작위적인 노동 탄압을 목격한 우리 학생들은 연대 자보를 부착하고 연서명을 모았습니다. 그 과정에서도 학교는 대자보를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떼고 집회에 참여하는 학생들에게 뭔지는 알고 이러냐, 찾아오면 설명해 주겠다, 인사팀은 열려 있다는 말을 하며 노동자분들을 두고 학생들에게만 명함을 돌렸습니다. 이 얘기는 노동자분들과 하셔야 합니다.

학생의 이름으로 요구합니다. 청소노동자분들과 면담하시고 정년 연장 보장해 주십시오.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는 게 아닙니다. 학교 재량으로 충분히 하실 수 있는 것입니다. 주체를 확인도 할 수 없는 민원 대신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우리 학생들의 요구를 들으십시오. 연명에 참여한 재학생만 해도 200여 명이 넘습니다. 청소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무시하는 것은 노동자와 함께하는 우리 학생들의 목소리를 무시하는 것과 같습니다. 저희 학생들은 학교의 갈라치기를 거부하며 청소 노동자분들의 정년 연장을 이뤄낼 때까지 끝까지 연대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동국대학교 재학생들 또한 연대 발언에 나섰다. 인권동아리 동국대 지부에서 활동하고 계신 중어중문학과 이지윤 님은 고령에 고용되는 청소노동직 특성 상 정년이 11년이나 감축된 것은 부당하다고 질타했다. 그리고 동국대 학생으로서 이들의 투쟁에 함께한다고 밝혔다. 김다은 님은 학생을 방패로 청소노동자들의 집회를 탄압하려 한 학교를 강하게 규탄하였다. 더하여 학교 측이 청소노동자들과 직접 대화하고 정년 연장을 보장해야 하며, 수많은 학생이 청소노동자들에게 연대하고 있음을 연서명 결과를 통해 다시 한번 강조했다.


목요 집중 투쟁은 투쟁기금 전달을 끝으로 마무리되었다. 민주노조 단국대 지회 지회장님, 학교급식지회 지회장님이 동국대 민주노조 지회장 김일규 님에게 투쟁기금을 전하며 연대의 뜻을 전했다.


동국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의 노동의 결과를 누리고 있는 동국대 학생들과 직원들은 이들의 목소리를 들을 의무가 있다. 우리가 깨끗한 동악의 캠퍼스에서 생활할 수 있는 건 모두 청소노동자들의 노고 덕분이다. 실제로 덕성여대에서 청소노동자 전면 파업이 진행됐을 당시, 단 하루 만에 학교가 난장판이 됐다는 대학생의 후기를 들을 수 있었다.2) 동국대학교 학생, 직원, 노동자들은 모두 캠퍼스에서 같이 생활하는 구성원으로서 서로를 도우며 공생해야 한다. 동국대학교 내에서 노동자가 아닌 사람은 없다. 다른 이의 노동권을 연대하고 지지하는 일은, 곧 자신과 모두의 노동권을 지지하는 일이다. 모든 이들의 노동의 가치는 존중받아야 하고, 노동 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행위는 동국대학교 내 전반의 바람직한 노동관 형성을 위해 필수적이다. 이들의 정당한 쟁의행위를 ‘소란’으로 치부하고 깎아내려선 안될 것이다. 그러니 매일 본관 앞에서 11시마다 울려 퍼지는 청소노동자들의 외침을 외면하지 말고 함께하길 바란다.

현재 학교는 학습권 침해를 명분으로 집회 때마다 데시벨을 측정하는 등 청소노동자들의 집회 및 시위의 자유와 노동권을 침해하고 있다. 그러나 ‘학습권 침해’는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을 탄압하는 명분이 될 수 없다. 그 이유는 앞서 타 대학 학생들이 노동자들의 쟁의행위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기각되었던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022년 연세대 학생들이 시급 인상을 위해 투쟁을 전개한 청소노동자들을 상대로 학습권 침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한 바 있다. 당시 판결을 맡은 서울서부지법 주한길 판사는 청소노동자들의 쟁의행위가 학습권을 직접적·구체적으로 침해하는 폭력적인 형태에 해당하지 않으며, 제삼자인 학생들도 노조의 쟁의행위를 일정 부분 받아들일 의무가 있다고 판결하여 본 청구를 기각했다. 2006년 한국외대에서도 학생들이 학내 노조의 쟁의행위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해당 판결은 노동 삼권이 헌법상의 기본권으로 보장되고 있음을 언급하며, 노동 삼권의 행사는 어느 정도 사용자나 제삼자의 이익을 침해할 수밖에 없기에 노동자들의 쟁의행위에 제삼자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시 말해 ‘학습권 침해’는 청소노동자들의 집회를 막는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을뿐더러, 이를 방패로 학교가 청소노동자들을 탄압하는 행위야말로 학생들이 학내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타인을 존중하는 태도를 기를 수 없도록 만드는 학습권 침해이자 반교육적 행태이다.

무엇보다도 동국대학교는 청소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했으므로, 학교는 이들의 목소리를 직접적으로 경청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총장실의 문은 여전히 굳게 닫혀있다. 이는 동국대학교 측이 대한민국 헌법 제33조 제1항에 명시된 노동삼권 중 ‘단체교섭권’을 위반하고 있음을 뜻한다. 단체교섭권은 노동자가 노동조합의 대표를 통하여 사용자 측과 근로 조건에 대한 단체교섭을 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3) 그러니 학교는 하루라도 빨리 본관의 문을 열고 청소노동자들과 공정하게 근로조건을 논의할 수 있는 교섭 테이블을 마련해야만 한다.

2025년이 한 달 가량밖에 남지 않았다. 몇 달간 정년 연장을 위해 투쟁한 청소노동자들의 목소리가 묵살당하고, 아직 ‘일 할 수 있는’ 이들이 정년 퇴임을 당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윤재웅 총장은 즉시 총장실의 문을 열고 청소노동자들과 소통하라. 그리고 정년 연장을 통해 이들의 일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라. 많은 학생도 청소노동자의 투쟁에 연대의 뜻을 보내고 있다. 윤 총장은 학교의 대표자로서 청소노동자를, 더 나아가 학교의 모든 구성원의 목소리를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야만 한다.



1) 동국교지, 동국대 청소 노동자의 외침이 들리는가, 『브런치스토리』, 2025.10.02., https://brunch.co.kr/@donggukzine/161

2) 정소희, “청소노동자 노동 최저가 노동 아니다” 덕성여대생의 편지, 『매일노동뉴스』, 2022.10.19.,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1493

3) 「헌법」 제33조 제1항(1988년 2월 25일 시행, 헌법 제10호, 1987년 10월 29일 전부개정)



참고문헌


김가윤, ‘수업권 침해’ 소송 22개월…연세대 청소노동자 “학생들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 『한겨레』, 2024.02.07.,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27564.html?utm_source=copy&utm_medium=copy&utm_campaign=btn_share&utm_content=20251203

김현옥, [대학생과 노동자가 함께 살아가려면] 학습권·노동권 함께 보장받도록 힘 모으자, 『매일노동뉴스』, 2022.05.27.,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9148

박수림, "시위 시끄럽다" 고소한 연대생 패소...승소한 청소노동자들의 당부, 『오마이뉴스』, 2024.02.06., https://omn.kr/27cj5

서보미, [The 5] 연세대 소송, ‘노동권 vs 학습권’의 충돌일까?, 『한겨레』, 2022.07.08.,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050219.html?utm_source=copy&utm_medium=copy&utm_campaign=btn_share&utm_content=20251203

우상범, ‘노동을 배우는’ 학습권 요구가 먼저다, 『매일노동뉴스』, 2022.07.26.,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0166

홍준표, 연세대 청소노동자 ‘판박이’ 소송 또 있었다, 『매일노동뉴스』, 2022.07.07.,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9811

홍준표, “학내 집회 소음, 학생도 용인해야” 꾸짖은 법원, 『매일노동뉴스』, 2024.02.08.,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9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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