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드라이버 샤를르클레의 모나코 우승을 보며...
내 기억으로는 초등학교도 입학하기 전이었던 것 같다. 워낙 자동차를 좋아해서, 부모님께서는 신차가 나오기 무섭게 그 회사의 자동차 모형을 항상 사주셨다. 그런 관심의 연장으로 현재 내 방 선반 위에는 F1 차량 다이캐스트가 진열되어 있다. 그것도 빨간색으로... 이 색깔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포뮬러 1이란 스포츠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알거나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티포시(페라리의 팬을 일컫는 말)가 되어 있었다. F1 드라이버 베텔이 한 말 중 “우리는 사실 모두 다 페라리의 팬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포뮬러 1이라는 모터스포츠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팀이다. 심지어 페라리의 창업주인 엔초 페라리는 “아이에게 자동차를 그리라고 하면 빨간색을 칠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몇 년 전만 해도 F1을 보며 나는 딱히 어느 팀을 응원하지는 않았다. 단지 모터스포츠, 특히 F1을 통해 속도감과 스릴 넘치는 경기를 보는 것이 좋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모나코 출신의 알파로메오 소속 드라이버인 샤를 르클레르(Charles Leclerc)가 눈에 들어왔다. 루키였지만 범상치 않은 실력이었으며, 그렇게 그를 쫓다 보니 그는 나를 티포시까지 인도해 주었다.
그리고 엊그제, 정확히는 5월 26일 개최된 2024 모나코 그랑프리에서 그는 자국인으로서 93년 만에 모나코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파이널 랩의 끝을 알리는 체커 플래그를 지나 들려오는 그의 “Yesssssss!”라는 외침은 긴장하며 지켜보던 나의 주먹이 박수를 칠 수 있게 펴지도록 도와주었고, 동시에 나 또한 소리치게 만들었다. 그 흥분은 단지 그가 세운 모나코 우승이란 타이틀 때문만은 아니었다. 한 사람의 팬으로서, 이 우승을 위한 그의 도전과 실패를 몇 년에 걸쳐 봐 왔고 진심으로 응원해 왔기에, 나와 같은 팬들에게도 정말 값진 우승이었던 것이다.
샤를 르클레르의 모나코 우승을 위한 과정을 간략히 말하자면 이러하다.
- 2018년: F1에서의 첫 모나코 그랑프리 출전이었으나, 브레이크 문제로 리타이어
- 2019년: 페라리 소속으로 첫 출전하였으나, 사고로 인한 리타이어
-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모나코 그랑프리 취소
- 2021년: 예선에서 폴 포지션을 차지했음에도 불구, 사고로 인한 차량 손상으로 레이스 시작 전 리타이어
- 2022년: 또 한 번의 폴 포지션을 차지했음에도 불구, 팀의 말도 안 되는 전략 실수로 인해 고통스러운 비명과 함께 4위로 마무리
- 2023년: 3위로 첫 포디움 기록
- 2024년: 폴 포지션 및 우승
무려, 엊그제의 그 함성을 듣기 위해 이렇게 7년이라는 시간을 그를 응원했다. 스포츠는 각본 없는 드라마란 말이 있듯이, 이러한 드라마는 우리에게 무궁무진한 감동을 전달한다. 그 속에서 우리는 기쁨, 슬픔, 분노 모든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번 샤를 르클레르의 모나코 우승 과정을 보며 가장 크게 느낀 것이 있다면 ‘도전’ 일 것이다. 비록 달리는 차 안에서 그의 얼굴은 헬멧에 가려져 표정조차 보이지 않았지만, 그의 주행을 통해 얼마나 이 우승을 원하는지에 대한 도전과 간절함을 매번 느낄 수 있었다.
F1이란 최고의 드라이버들을 한자리에 모아둔 곳에 잠재적 가능성을 가지고 도전장을 내밀었던 유망한 선수도 한 업적을 이루기 위해 7년을 도전했으며, 더 나아가 그의 인생은 레이싱에만 집중되어 있었을 것이다. 그 안에서, 운과 실력 그리고 기회인 세 개의 톱니바퀴가 맞물려야 할 때를 기다리고 준비했던 그의 도전은 나에게 무언가 뜨거움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 글을 읽으며, 이 글이 무슨 건축과 관련된 글이라고 볼 수 있겠으나, 나는 건축이야말로 F1과 같이 굉장히 길게 봐야 할 레이스이며 긴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건축가로서 자신의 주관을 세우고 그곳에 도달하기 위해 도전해야 하는 과정은 샤를르끌레르의 모나코 우승 과정과 많이 닮았다고 본다. 그가 여러 해 동안 실패와 도전을 반복하며 마침내 2024년 모나코 우승을 차지했듯이, 이는 우리 삶의 끈기와 열정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건축가 또한 여러 가지 어려움과 실패를 겪을 수 있지만, 이러한 경험은 성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건축가는 자만하지 않고, 펜을 내려놓을 때까지 끊임없이 배우고 도전해야 한다. ‘평생을 연구하고 도전하는 건축가의 삶 또한 그 세계에서 펼쳐진 트랙을 달리는 일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