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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결국 망할까?

도서 <보이지 않는 중국> 스콧 로젤 저, 독후감

by 남기자

중국에서 유학을 오래한 나는 중국을 최대한 객관적인 시각으로 보고 싶다. 그 곳에 살 때도 정치, 경제 등 모든 환경이 너무 달라 주입되는 논리나 주장들을 최대한 중립적으로 보기 위해 애썼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국내 중국관련 도서는 기피 1순위였다. 왜인지 모르게(여러 원인이 있었으리라 본다) 조금 인기있는 중국 관련 도서는 죄다 중국이 얼마나 패악질이 심한 국가인지, 중국 경제는 곧 붕괴될 거라는 등등 자극적이고 조금은 편협한 내용이 많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근 10년동안 나온 책 중에서 중국의 현실, 처한 어려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가장 담백하고 객관적으로 서술한 것 같다.


작가 스콧 로젤(Scott Rozelle)은 서양인으로 중국에 지내면서 40년 가까이를 연구해온 사람이다. 그래서 인지 공산당은 뿔달린 사람처럼 묘사하거나 자본주의 찬양을 외치는 등의 전형적인 서양인의 시각으로 근거없는 오리엔탈 적인 주장을 늘어놓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첫 장부터 통계와 지표로 근거를 만들어간다.


책의 주장은 간단하다. 중국 정부가 농촌지역에 대한 교육에 신경쓰지 않아 그 결과로 경제와 산업 성장에 비해 저숙련 노동자들이 많이 배출됐고, 이는 중국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방해하는 가장 큰 요소가 될 것이라는 것.


멕시코, 브라질의 상황을 빗대어 봤을때 이런 저숙련 노동자들은 주로 비공식 분야로 빠지기 쉽다. 비공식 분야는 일용직, 알바 등의 영역인데, 세수확보는 불가능할뿐더러 사회 안전망까지 훼손하는 범죄영역으로까지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런 비공식분야에 종사하는 근로자가 많아진다는 것은 국가 발전에 큰 악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가라는 질문에 책은 중국 농촌지역의 초, 중, 고등 교육 현실을 되짚으면서 낙후되고 외면당하고 있는 아이들의 현실을 실제 사례로 소개한다. 물론, 중국은 국가에서 발표하는 통계만 있을뿐 언론 등 다른 매체의 통계가 신뢰성이 높지 않아 정확한 지표로 소개하긴 어렵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책에서는 각 지역의 아이들을 오래 추적하고 연구해 되도록 주장에 신빙성을 가지려고 한 노력이 돋보인다.


영아(3세이전)를 키우고 있는 입장에서도 이 책은 많은 생각을 하게했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가장 어려웠던 것 중 하나가 정보 홍수 속 '올바른 정보 판별'이었다. 책, 인터넷, SNS, 방송 등 많은 매체에 쏟아지는 정보 속 나혼자 살아갈때는 어느정도(?) 맞으면 믿고 따르면서 지냈던 것 같다. 근데 막 태어나 자가 생활이 불가능한 아이를 대상으로 그렇게 느슨하게 믿을 순 없었다. 그래서 먹는 것부터 입는 것까지 논문까지 뒤져보며 최대한 신빙성 있는 정보들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소개하는 중국 농촌의 많은 영아들이 여전히 민간신앙, 매체 부족 등으로 인해 1950년대 수준의 케어를 받고 있다고 한다. 남자아이는 바지를 안입혀야 생식기가 건강하고, 안경은 오히려 눈을 나쁘게하고 무조건 고기만 먹이는 것이 좋고 등등...


결국 이 아이들은 부모 또는 조부모의 영향으로 저숙련 노동자가 될 확률이 높다고 한다. 참 복잡 미묘했다. 우주 비행선에 들어갈 재료로 만든 카시트를 타는 주변 아기들. 한 통에 몇 만 원하는 분유를 먹는 아기들. 돌봐주시는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아동 감정수용을 공부하는 내 주변.


그럼 우리 아이들은 고숙련 노동자가 될까. 아니 이 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태어났어야 고숙련 노동자가 되는 것일까. 아니 애초에 노동자가 아닌 계급으로 만들려면 어떤 환경에서 어떤 교육을 해줘야 하는가.




중국 유학을 간지 얼마 안됐을 무렵 공고한 계급 사회의 벽을 느꼈던 적이 있었다. 아파트 단지 내 보안(경비원)이 잃어버린 자전거를 찾아줘 그 계기로 오가며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어느날 수업을 마치고 집에 왔는데, 아파트 단지 앞을 가로막고 있던 빨간색 스포츠카가 있었다. 그 경비원에게 이 차는 누구 것인데, 단지 앞을 막고 있냐고 물었다.


그의 대답은? 누구 것인지 모르겠지만, 누구 것인지 알 필요도 없다는 것.


신기했다. 아파트 경비원인데, 당연히 이렇게 주차하면 안된다고 말해야 하는 것 아닌가. 더불어 그 어떤 사람도 항의하는 사람이 없었나 싶었다. 묻고 싶었던 말이 많았지만, 그가 업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비난처럼 들릴까봐 가볍게 "그래요~ 얼마나 돈을 벌면 저런 차를 살 수 있을까 싶네요~"라는 실 없는 소리나 하고 지나치려 했다. 그런데 그의 다음 말 때문에 30분을 더 앉아 그와 얘기했다.


그는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저런 차를 살 수 있을지 없을지 생각을 해요? 신기하네!라고 말했다.


나는 왜요? 우리도 돈 많이 벌면 살 수 있잖아요?라고 물었고, 그는 단 한 번도 저런 차를 살거라고 생각해본적이 없다고 답했다. 그는 평생 여기가 아니면 다른 곳이던 경비원을 할거고, 경비원 월급으로는 지하 살이 조차 벗어날 상상도 할 수 없다고 했다.


그의 나이 16살이었다.


지금은 내 평생 몇 억하는 슈퍼카를 자유롭게 사서 타고 다닐 확률이 높지 않다는 걸 안다. 근데 그때만 해도 막 대학에 들어 갔을 때라 졸업하면 대기업을 가거나 창업을 하거나 등등의 방법으로 돈을 많이 벌고! 멋진 차도 사고! 나름 허황대지만 원대한 꿈을 갖고 있었다. 그럴 수 있는 나이 아닌가.


그런데 나보다 4살이 어린 그의 단호한 대답은 많은 생각이 들게했다. 어쩌면 그가 매우 현실적인 사람 일 수 있지만 나는 그날 중국 속 공고한 사회 계급에 대한 벽을 처음 느꼈다. 그 후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며 이 곳 사람들은 이런 계급사회를 받아들이면서 산다는 것을 명확히 알았다. 그리고 그게 우리 나라와 정치, 경제 문화가 다른 데서 나오는 차이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때 일이 떠올랐다.

그런데 드는 생각은 다르다.


일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나이가 들면서) 느끼는 현실은 한국도 계급사회에 들어선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다. 아니, 어쩌면 이미 계급사회였는데, 내가 모르고 살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누구든 능력있으면 경제적으로 풍요로울 수 있다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가능할까 싶다. 나부터 아니 우리 엄마, 할머니 그 위에 그 위에 위에 할머니부터 시작점이 달랐을 그 경쟁에서 나는 성공한 것일까. 그렇다면 우리 아이의 시작점인 나는 우리 아이에게 얼마나 많은 것을 줄 수 있을까.


[보이지 않는 중국]에서 중국이 더 성장하는 길로 나아가려면 결국 소외된 농촌지역의 교육이 필요하다. 이는 계층 사다리를 만들고, 이 계층 사다리가 더욱 많아질 수록 사회 구성원은 희망을 가지고 이 희망은 경제 성장의 동력이 된다. 그럼 대한민국에서 희망은, 동력은?


이 책의 독후감 마무리가 이러해서 참 맺음을 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정말 끝에 오는 생각이 이러했기에 그대로 써봤다. 자라나는 내 아이를 보며 더 심하게 이입한 면도 있지만, 그만큼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도 새삼 깨달았다. 단순하게 계층 이동을 위한 교육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인간에게 어떤 삶의 지혜를 줄 수 있을지 많이 고민해봐야겠다. 이 아이가 어느 곳에 있던 행복한 구성원이 될 수 있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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