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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희 Jan 14. 2021

플라톤

플라톤 읽기 I


플라톤은 지식이나 도덕에 참된 것들은 존재하며 획득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 점에서 소크라테스의 관점과 같으나 사유와 행위의 기준은 이데아 안에 있으며 우리는 그것을 포착할 수 있다는 데서 그를 넘어선다. 이러한 문제들은 존재의 궁극적 성격에 관한 문제와 긴밀히 연관되어 있어 좀 더 근본적인 존재론적 문제로 연구할 필요가 있었다. 인간의 삶, 지식, 행동이나 제도의 의미를 정확히 알기 위해서 실재의 의미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했다. 그는 인간이 어떻게 인식하며 행동하고 사회를 구성하는 국가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이론으로 만들어 인간 과학을 획기적으로 발전시켰다.


플라톤은 기존 사유에 자극을 받아 어떤 사상은 수용하고, 또 어떤 사상은 배격하면서 발전을 꾀하였다.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로부터 전수된 사상은 감각에 의한 지각의 세계는 변화의 세계로서 지식을 얻기 위해서 올바른 대상이 못 된다는 것이다. 세계는 항상 변한다는 헤라클레이토스의 사상은 받아들이지만, 감각적 현상의 세계로 국한한다. 파르메니데스의 존재를 자신의 이데아로 대체한다. 원자론자의 실재 복수성을 이데아의 복수성으로 대체하고 아낙사고라스의 지성(nous)을 받아들여 우주의 역동적 원소라고 가정한다. 소피스트의 생각을 여러 면에서 배척하는데, 보편적인 잣대가 존재하지 않는 그들의 명제는 학문과 도덕의 토대를 파괴할 만큼 올바르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플라톤은 일상적인 지식을 불신하고 관습이나 전통적 믿음을 비난하는 데서 소피스트들과 궤를 같이한다.


플라톤은 인류에게 저작을 남긴(오늘날까지 남아 있는) 최초의 철학자이다.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의 저작이 있었던 것으로 여겨지나 오늘날 남아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그들의 존재는 후대 사람들의 언급으로 미루어 알려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플라톤이 남긴 저작은 너무나 중요하다. 화이트헤드는 ‘과정과 실재’에서 ‘유럽의 철학적 전통을 가장 확실하게 일반적으로 특징짓는다면, 그 전통이 플라톤의 각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라고 플라톤의 막강한 영향력을 표현했다. 오늘날까지 여하한 경우에도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항상 플라톤이 언급된다.

                 

오늘날 플라톤의 저작으로 알려진 것은 ‘소크라테스의 변론’과 몇 편지를 제외하고 모두 대화체로 되어 있다. 30여 권에 이르는 대화편 중에 소크라테스가 등장하지 않는 저작은 ‘법률’ 뿐이다. 그런데 정작 플라톤 자신은 그저 단 두 번 언급되고 있을 뿐이다. ‘변론’에서 그가 재판에 참석했다고 언급되며 ‘파이돈’에서는 소크라테스의 마지막을 함께 하지 못했다는 구절이 보인다. 이 상황은 몇 가지 의문점을 제시한다. 첫째 과연 대화편이 플라톤의 저작인가? 그렇다면 왜 소크라테스를 전면에 내세웠을까? 대화 형식을 굳이 취한 이유는 무엇인가?


비록 대화에 본인이 등장하지 않더라도 그의 작품은 맞다. 몇몇은 위작이라는 얘기도 있으나 적어도 30여 편은 그의 작품이다. 대화록의 형식을 빌린 것은 소크라테스의 문답법에서 유래한 것 같으며, 두 사람 간의 매우 친밀한 관계를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플라톤은 소크라테스를 빌어 그가 하고픈 사유를 대화의 형식을 빌려 창작하였다. 소크라테스가 아닌 플라톤적 소크라테스를 창작하여 대화를 구성하였다. 플라톤은 철학과 교육을 변증법과 동일시했기 때문에 그에게 변증법은 진리를 인식하는 방법이었다. 변증법은 대화술이고 문답법이다. 이런 연유로 글을 대화 형식으로 쓸 수밖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당시에는 매우 흔한 방법이었다.                


대화편은 단순한 대화 형식을 넘어 연기, 성격 묘사, 희곡적 표현을 모두 포함한다. 더군다나 시간이 지날수록 대화의 구성이 진화하여 대화의 구성과 표현이 성숙한다. 초기 작품은 밋밋한 대화의 연속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비해, 중기 작품은 문학적이고 희곡적으로 기술된 작품이 많다. 후기는 중기의 예술적 기술이 두드러지지는 않으나 기술의 방법이 매우 세련되었다. 이러한 사실은 대화편이 한 사람의 저작인 것을 암시하거니와 이 정도의 사유를 글로 표현할 사람은 플라톤밖에 없다는 것을 함의한다.


플라톤이 사유하는 대상은 여러 가지이나 대화편은 특정 주제별로 나누어지어 진 것이 아니므로 방대한 저작으로부터 주제를 끌어내어 결론을 빼내기는 절대 쉽지 않을 것이다. 그의 사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대화편의 변화무쌍한 전개를 집필 시기에 따라 이해해야 할 뿐만 아니라 대화편마다 파편처럼 흩어져 있는 주제를 건져내어 파악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신플라톤주의, 아우구스티누스의 철학, 중세의 인간 이성과 신성에 관한 논쟁, 르네상스의 플라톤주의, 독일 관념론에서 현대의 논리학 및 과학에서의 사유 속에서 플라톤이 다시 재조명되는 것을 이해하는 것은 플라톤 이해에 필수적이다.


플라톤의 철학은 이론적 논리와 신화 및 비유로 구성되어 있다. 비유는 철학에서 오늘날에도 종종 쓰이는 방법이기도 하거니와 플라톤의 비유를 문맥 가운데 읽으면 그가 정말 말하는 바가 무엇인지 뚜렷해진다. 신화를 동원한 플라톤의 사유는 철학이 논리라는 관점에서 생뚱맞기도 하다. 다만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그의 제자인 아리스토텔레스부터는 신화가 저작에 쓰이지 않는다.


플라톤 철학은 학문적 관점에서 인식론, 존재론, 윤리학, 정치학과 자연학으로 나누어진다. 이들 각각은 변증법적으로 이론이 전개된다. 이들 각 분야는 상호 의존의 관계에 있어 대화가 어느 지점에서 시작하든지 다시 돌아오게 할 수 있다. 주제별로 분류하면 영혼, 정치와 사회, 이데아와 이데아를 아는 방법으로서의 변증론으로 구성되어 있다.


후대의 철학자들이 지속해서 언급하는 플라톤은 그의 제자였던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작에서도 빈번히 노출된다. 철학을 알고자 한다면 결국 플라톤에게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참외가 나무이건 풀이건 깊이 사유하는 자에게는 관계가 없는 단순 연명이다. 그러나 형상이 나무이거나 풀로서의 개별자들로 표현될 수 있는 한시성은 인간 이성이 이해해야 할 사유 언명이다. 특히나 아리스토텔레스의 체계를 체계화하기 위해서 플라톤은 건너야 할 큰 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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