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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egerun Nov 26. 2023

10키로 마라톤에 대한 단상

뉴욕에서 지내던 10여년간 가장 부러웠고, 지금와서 가장 후회되는 것 중 하나가 있다면 달리기입니다. 쌀쌀한 주말 이른 아침 센트럴 파크를 산책하다 보면 은박지 하나씩 뒤집어 쓰고 기다 시피 걸어오는 좀비때들이 있었는데요, 바로 뉴욕 마라톤을 뛴 주자들이었죠. 처음에는 왜들 저러나 싶었고 언젠가부터는 나도 은박지 뒤집어 쓰고 들어오고 싶다 동경하게 되었어요. 결국 한번도 뛰어보지 못했지만, 뒤늦게 달리기에 적합한 몸이 되어 요즘 런린이 생활을 아주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LSD 실천중입니다.라 말하고 느리게 뛰기 중


백미터도 뛰기 힘들었는데 5키로 미라톤에 두번 참석해보고 어라? 이거 되네 싶어 그 인기 많은 마블런 10키로를 덜컥 예약했었죠. 뜨거운 늦여름 햇볕을 맞으며 뛰어보니 이게 또 되는 겁니다. 그래서 눈에 불을 켜고 10키로를 뛰고 있어요. 가장 최근에는 강남구연맹회장배 10키로 마라톤을 뛰었답니다. 매달이 없어서 조금 아쉬웠지만 두툼한 양말로 매달을 대신했답니다. 배우 손석구씨가 양재천을 자주 뛰신다고 어딘가의 인터뷰에서 본 적이 있는데 혹시 보나 싶어 잠깐 설레기도 했어요 ㅎㅎ

영하 날씨도 상괸없습니다


막상 뛰기 시작하니 양재천의 아름다운 풍광도 안보이고 그저 앞서거니 뒷서거니 함께 뛰는 주자들 허리춤만 보이더군요. 왜 뛰나 싶다가도 한번도 쉬지 말고 뛰어보자는 처음 결심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달리는 분들은 다 이해하시겠지만 뛰어질만 하다가 또 못뛰겠다가 갑자기 훨훨 나는것 같다가 그러기를 반복하다 보면 결승점이 보이잖아요. 마치 지금의 창업 과정과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머릿속으로 그저 Keep Going만 만다라처럼 외우며 달렸습니다. 갑자기 추워진 영하의 날씨에도 펄펄 뛰어다니는 미친사람들(저는 그렇게 부릅니다 ㅎㅎ) 사이를 함께 미쳐 달리니 뿌듯하고 감격스러워서 제 자신 조금 자랑스러웠습니다.

이렇게 자랑스러울수가 ㅎㅎ


이제 12월 초 더 쌀쌀한 날에 42195마라톤 대회에서 생애 첫 하프 20키로 마라톤을 뜁니다. 인스타를 보면 다들 훈련도 체계적으로 하던데 저는 그저 홀로 집앞 한강을 죽으나 사나 뛰어 댕깁니다. 체력이 국력이라고 계속 반복하다보면 20키로도 42.195키로도 언젠가 조만간 뛰어지겠죠. 가슴이 벅차오르네요. 전세계 1%가 안된다는 모든 러너들을 향해 열정열정열정을 외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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