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너스 스트릿 #1 / RS_006
인왕산 트레일러닝 (단군신전 > 인왕산 > 청운문학도서관 > 클럽에스프레소 > 석파정 서울미술관)
Cue the music: 나미 NAMI - 가까이하고 싶은 그대 You Who Want To Be Close (Jeon Yonghyeon Remix)
뽀얗게 일어나는 흙먼지.
목덜미를 타고 끝없이 흘러내리는 땀이
이토록 상쾌할 수가 없다.
턱 끝까지 숨이 차오르는 것이
이렇게나 기쁠 수가 없다.
푸른 하늘에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
오랜 친구를 만나러 가는 것처럼 반갑다.
하늘하늘 날아오르는 한 쌍의 흰나비는,
오래전 아버지와 함께 산등성이를 오르며 재잘거리던
그때의 우리가 떠올라, 아리다.
산아,
내가 돌아오느라 너무 오래 걸렸네.
인생 1회 차 트레일 러닝의 마무리는 청운문학도서관에서. 옛 선비처럼 마루 끝에 앉아, 천천히 시간을 즐겨본다. 솔솔 불어오는 산바람에 나직이 중얼거린다. “나 꽤 행복하네.”
마음을 낸 날은, 행복을 조금 더 길게 이어가 본다. 다음의 행복은 부암동 자락의 클럽에스프레소. ‘그대, 잘 계시나요’하고 묻기에 ‘네’하며 커피를 홀짝인다.
따끈한 커피로 마음을 진정시켜 보지만, 산과의 재회는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아직 끝난 것 같지 않아, 부암동 골목을 어슬렁대다 석파정으로 발길이 끌린다. 코찔찔이의 애달픈 울음이 사방에 퍼지고, 나는 어쩐지 내 마음을 들킨 기분이다.
클럽에스프레소가 ‘잘 지내시냐고’ 안부를 묻더니, 이내 석파정이 대답한다.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라고. 한국 미술사 거장들의 일상으로 깊이 들어가 보는 섬세한 큐레이팅. 머무는 이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한다.
전시를 따라 걷다 마주한 이우환의 작품 앞에 한참을 머문다. 작가는 말한다. “예술가는 애매함과 모순을 끌어안고, 세상과 어떻게 공명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그의 작품 ‘대화’에는 단 한 장의 그림에 거장의 철학이 고요히 스며 있다. 가만히 그 앞에 서 있노라면, 나 역시 조용히, 깊게, 그리고 넓게 공명하게 된다.
그리고 미라이짱은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공명하고 있다. 코흘리개 울보는 어느새 찬란히 웃으며 그 찰나에 영원히 머문다. 전시 <사란란>의 작가 코토리의 말처럼, 모든 순간은 단 한 번 뿐이기에, 지금 느끼는 기쁨과 아린 마음은 지나갈 것이다. 그러나 그 잔상은 오래도록 마음의 뒤란에 남을지 모른다.
앞으로 달리다 보면 거리의 풍경이 뒤로 흘러가듯, 나의 찬란한 순간들도 잠시 머물다 천천히 흘러가겠지. 그래도 괜찮다. 잠시 빛났던 순간이라도, 내 안에선 오래도록 반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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