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하고 싶은 그대

러너스 스트릿 #1 / RS_006

by runnersst
인왕산 트레일러닝 (단군신전 > 인왕산 > 청운문학도서관 > 클럽에스프레소 > 석파정 서울미술관)
Cue the music: 나미 NAMI - 가까이하고 싶은 그대 You Who Want To Be Close (Jeon Yonghyeon Remix)


러너스 스트릿 #RS_006_02.JPG 산아, 기다려줘서 고마워


뽀얗게 일어나는 흙먼지.

목덜미를 타고 끝없이 흘러내리는 땀이

이토록 상쾌할 수가 없다.


턱 끝까지 숨이 차오르는 것이

이렇게나 기쁠 수가 없다.


푸른 하늘에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

오랜 친구를 만나러 가는 것처럼 반갑다.


하늘하늘 날아오르는 한 쌍의 흰나비는,

오래전 아버지와 함께 산등성이를 오르며 재잘거리던

그때의 우리가 떠올라, 아리다.


산아,

내가 돌아오느라 너무 오래 걸렸네.


러너스 스트릿 #RS_006_03.JPG 유유자적, 선비처럼


인생 1회 차 트레일 러닝의 마무리는 청운문학도서관에서. 옛 선비처럼 마루 끝에 앉아, 천천히 시간을 즐겨본다. 솔솔 불어오는 산바람에 나직이 중얼거린다. “나 꽤 행복하네.”


러너스 스트릿 #RS_006_04.JPG 그대, 잘 계시나요


마음을 낸 날은, 행복을 조금 더 길게 이어가 본다. 다음의 행복은 부암동 자락의 클럽에스프레소. ‘그대, 잘 계시나요’하고 묻기에 ‘네’하며 커피를 홀짝인다.


러너스 스트릿 #RS_006_05.jpg 울지 마, 나도 참는 중이야


따끈한 커피로 마음을 진정시켜 보지만, 산과의 재회는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아직 끝난 것 같지 않아, 부암동 골목을 어슬렁대다 석파정으로 발길이 끌린다. 코찔찔이의 애달픈 울음이 사방에 퍼지고, 나는 어쩐지 내 마음을 들킨 기분이다.


러너스 스트릿 #RS_006_06.JPG 다정한 안부


클럽에스프레소가 ‘잘 지내시냐고’ 안부를 묻더니, 이내 석파정이 대답한다.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라고. 한국 미술사 거장들의 일상으로 깊이 들어가 보는 섬세한 큐레이팅. 머무는 이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한다.


러너스 스트릿 #RS_006_07.jpg 고요한 대화


전시를 따라 걷다 마주한 이우환의 작품 앞에 한참을 머문다. 작가는 말한다. “예술가는 애매함과 모순을 끌어안고, 세상과 어떻게 공명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그의 작품 ‘대화’에는 단 한 장의 그림에 거장의 철학이 고요히 스며 있다. 가만히 그 앞에 서 있노라면, 나 역시 조용히, 깊게, 그리고 넓게 공명하게 된다.


러너스 스트릿 #RS_006_08.jpg 영원히 반짝일 찰나


그리고 미라이짱은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공명하고 있다. 코흘리개 울보는 어느새 찬란히 웃으며 그 찰나에 영원히 머문다. 전시 <사란란>의 작가 코토리의 말처럼, 모든 순간은 단 한 번 뿐이기에, 지금 느끼는 기쁨과 아린 마음은 지나갈 것이다. 그러나 그 잔상은 오래도록 마음의 뒤란에 남을지 모른다.


앞으로 달리다 보면 거리의 풍경이 뒤로 흘러가듯, 나의 찬란한 순간들도 잠시 머물다 천천히 흘러가겠지. 그래도 괜찮다. 잠시 빛났던 순간이라도, 내 안에선 오래도록 반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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