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는 왜 그리 급히 떠났을까
메리라고 이름 지어준 선인장을 키운 적이 있어요. 큼지막한 터번을 두른 듯 꽃분홍색 꽃이 몸뚱이 위에 붙어있는 모습이 엉뚱해 보여 데리고 왔죠. 소소하게 화려했던 메리는 한동안 방을 오갈 때마다 시선을 사로잡았는데, 같은 공간에 살아 숨 쉬는 존재가 함께 있다는 느낌이 참 좋더라고요.
그러던 어느 날 외출하고 돌아오니 메리 상태가 좀 안 좋아 보였어요. 목이 꺾인 꽃송이가 몸통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었는데, 놀라 들여다보니 꽃송이와 줄기 안이 누렇게 썩어 있더라고요. 줄기는 이미 다 썩어 녹아내린 젤리처럼 물컹물컹하고요. 바로 전날에도 멀쩡해 보였는데... 언제 이렇게 아팠지. 왜 그 변화를 눈치 채지 못했을까. 후회해도 메리는 이미 병들어 죽은 후더군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마도 병의 원인은 지나친 사랑과 관심 같아요. 인연이 닿은 존재와 잘 지내기 위해 수시로 애정 표현을 했어요. 말도 걸고 생각날 때마다 물을 주거나 흙을 만져주기도 하고요. 내가 너를 알아주고 있다. 너를 관리해 주고 있다. 뭐라도 끊임없이 메리에게 티를 내고 싶은 욕심이 있었어요. 관심을 가장한 욕심이 결국 독이 돼버리다니. 메리는 얼마나 숨이 막혔을까 싶어요. 무뚝뚝해 보일 만큼 외관상의 변화가 없던 선인장은 아파도 아프다 말 못 하고 속앓이만 했을 거예요.
과유불급이란 사자성어가 떠올라요. 뭐든 지나칠 바엔 안 하느니만 못하다고 하는데 막상 실천하긴 어려운 거 같아요. 메리와 오래도록 잘 지내기 위해선 우선 메리의 속성을 잘 알았어야 했고, 메리에게 맞는 만큼의 적당한 애정을 주었어야 했나 봐요. 그리고 제일 중요하게는 메리 스스로의 속도로 살아가도록 가만히 지켜봤어야 했어요. 조바심을 내고 끊임없이 괴롭히고 나니 메리는 순식간에 떠나버렸잖아요. 다음번 선인장과는 조금 무심하게 동거해 봐야겠어요. 오래도록 함께 지내고 싶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