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는 올해도 어김없이 꽃을 피운다
봄이 오는 것 같아 서둘러 올해의 매화 시기를 검색해 봤어요. 제주를 포함한 남쪽 지방에선 이미 개화가 시작되었다고 하네요. 매화는 이름만 들어도 언제나 설레곤 해요. 겨울의 끝과 봄의 시작을 동시에 알리는 파발꾼 같거든요. 봄의 소식을 누구보다 먼저 알리기 위해 매화는 이미 전 해 가을부터 꽃피우기를 시작한데요. 그리곤 그 여린 꽃봉오리들이 혹독한 겨울을 묵묵히 견뎌내는 거죠. 그저 봄날이 따뜻해지니 꽃봉오리가 올라오는 게 아니더라고요.
꽃이 피는 시기를 결정하는 환경의 요인은 온도와 광주기, 즉 생물이 가장 적합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낮의 길이라고 하네요. 겨우내 잠들어 있던 꽃봉오리는 스스로 아는 거예요. 언제쯤이 내가 잠을 깨어 일어나야 하는 때인지 말이죠.
그렇다면 길다면 긴 매일의 삶에서 기지개 켜며 깨어날 우리 인생의 광주기는 언제쯤일까 궁금해집니다. 매화처럼 그 시기를 센스 있게 알아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매번 견뎌내기만 해야 한다면, 봄이 올 것이라는 희망이 없다면 그 긴 겨울 동안 숨죽여 지내기 너무 힘들어요. 그냥 버티기엔 삶의 무게에 무너져 내릴 때가 있잖아요. 그래서 어느샌가 희망을 품어도 보고 꿈을 가지기도 하나 봐요. 일단 지금을 살아나가기 위해서 말이죠. 봄이 언제일지는 알 수 없지만 매 순간 견뎌낼 힘을 주는 거 같아요. .
흐릿한 것만 같은 인생의 가을 동안 꿈을 꾸며 부지런히 준비를 해놔야겠어요. 가을에 미리 만들어진 매화 꽃봉오리만 겨울을 지나 봄에 꽃을 피울 수 있다고 하니까요. 봄에 확실히 꽃이 필지 안 필지는 미리 알 수 없으니 좀 애매하긴 하네요. 그래도 이미 우리에겐 삶이 주어졌으니 봉오리를 피워볼 나뭇가지는 하나씩 가진 셈인 거죠. 그러니 적절한 광주기를 만날 때까지 일단은 나뭇가지에 바짝 붙어 버텨보는 게 어떨까요. 의외로 금세 큰 꽃이 피어오를지도 모르니까요.
[참고] 이일하 '혹독한 겨울을 견디지 못하면 화려한 봄꽃을 피울 수 없다'
https://dbr.donga.com/article/view/1306/article_no/7534/ac/magaz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