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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egerun Feb 22. 2022

더 노벰버 라운지

커피는 때론 맛이 아닌 공간으로 기억된다

마음이 허한 날이면 생각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곳이 있다.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휘청거리던 무렵이었다. 사소한  한마디에도 바스스 부서져 내리던 그때 무작정 떠났다. 일월의 매서운 찬바람이 미리  내려앉은 눈을 하염없이 붙잡던    겨울. 목적지 없이 배회하다 도착한 곳은 멀지 않지만 멀게  듯한 송도였다. ' 노벰버'라는 레지선스가 할인가로 나와 무작정 찾아갔다. 인적이 드문 상가 건물에 있는 그곳은 복도며 엘리베이터를 걸어 다니면서도 사람   보지 못했다. 한겨울의 들판에 마치 혼자 서있는  같았다. 어쩌면 차라리 그게 은지도 몰랐다. 눈뜨면서부터 창밖이 어두울 때까지 그림에 매달렸다. 종이만 괴롭히고  괴롭혔다. 온종일 종이에 쏟아내고 나면 혼란했던 마음은 한결 차분해졌지만, 낯선 곳에서의  겨울밤과 함께 헛헛함이 몰려왔다.


방안을 서성이다 뛰쳐 달려간 곳은 상가 1층에 있는 ' 노벰버 라운지'라는 곳이다. 숙소를 운영하는 회사가 소유한 24시간 카페인데 밤부터 새벽까지는 무인으로 운영되는 곳이다. 무인 시간대에는 카페 한편에 따로 놓인 네스프레소 커피 머신에서 직접 커피를 내려 먹을  있다. 낯선 기계에서 버벅대며 내린 뜨겁고 씁쓸한 커피를 들고 넓은 카페를 둘러보다 아무 곳에나 털썩 앉았다. 그렇게 하염없이 밤을 보냈다. 새벽으로 넘어가는 늦은  어느 누구도 오고 가지 않는 고요함이 이어졌다. 훈훈함이 느껴지는 듯한 낮은 조도의 조명등 불빛과 나지막이 흘러나오는 음악이 자칫 썰렁했을 밤의 공간을  채워준다. 예상치 못하게 낯선 어딘가로의 비행 티켓을 선물로 받은듯한 행운의 밤이었다. 늦은 밤의 커피 한잔은 분명 잠과 맞바꿔야 하지만 괜찮았다. 뭐라도 상관없을  같은 기분이 드는 묘한 . 종이컵에 뽑아  진한 커피 한잔이 말없는 친구가 되어 주었다.


이사   근처에  노벰버 카페의 분점이 생겼다는 소식을 들었다. 오고 가는 길에 유리 넘어 보이는 그곳은 송도에서의 그것과 매우 비슷해 보였지만, 아직  번도 가지 않았다.  밤의 그곳은 이대로 덮어쓰기 없이 그냥 두고 싶달까. 사실 그날 밤의 커피 맛은  기억나지 않는다. 단지 기억 속의 그 공간과 위로의 시간은 마음 한편에 남아 종종 피난처가 되어준다. 자주 들락거리는 단골 카페는 없지만, 마음으로 단골이  카페는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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