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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동환 Apr 23. 2020

나는 이렇게 영어를 시작하고 정복했다.

재능이 아니라 끈기가 인생을 성공으로 이끈다.


나는 고등학생 시절에 아버지의 사업이 망하면서 대학 진학의 꿈을 접어야 했다.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대학을 진학하지 않고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뒤 돌아보니 벌써 40년 전의 일이다. 당시에 내가 다니던 직장은 외국인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곳이었다. 나는 외국인 들을 보면서 나도 영어를 배워야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그 당시에는 영어를 배울 수 있는 길은 직접 영어 학원을 가거나 영어 카세트테이프를 듣고 공부하는 것이었다. 그 당시는 지금처럼 인터넷으로 공부를 하거나 유튜브를 통해서 영어를 공부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었다. 나는 직장에 출퇴근하는 시간을 선용하여 영어를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매일 출퇴근 시간에 영어 회화 카세트테이프를 들으며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 여기서 나는 첫 번째 장벽을 만났다. 그 당시에는 많은 사람들이 출퇴근 시간에 대중교통을 이용하였기 때문에 출퇴근을 하면서 영어 공부에 집중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출퇴근 시간에는 수많은 사람들에 밀려서 온몸의 진이 빠졌다. 어떤 때는 양복의 단추가 떨어져 있기도 하였고, 어떤 때는 구두에 여러 사람의 발 자국이 나 있기도 했다. 그런 속에서 매일 출퇴근을 하면서 영어를 공부했다. 끈기를 가지고 포기하지 않았다.


  나는 처음에는 스크린 영어를 공부했다. 소형 카세트 플레이어를 통하여 카세트테이프에 녹음된 스크린 영어 회화의 대사를 듣고 있노라면 강사가 그 영화배우들이 했던 대사를 해석해주고, 영어의 용법을 설명해주었다. 스크린 영어가 끝나면서 그다음에는 시리즈로 된 영어회화 책을 선택해서 영어 문장을 외우며 공부했다. 보통 출근할 때 5개의 문장을 외우고, 저녁에 퇴근을 하면서 5개의 문장을 외우는 식으로 영어 공부를 했다. 이어폰을 통해서 들리는 영어를 혼자 중얼거리고 있으면 사람들이 이상한 사람처럼 쳐다보고는 했다.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고, 나는 혼자 열심히 영어 문장을 외우고 또 외었다. 그리고 주말이 되면 고궁이나 이태원이나 외국인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외국인들에게 영어로 한국의 문화를 소개해주며 내가 한 주 동안 배웠던 영어를 사용해 보았다. 고궁에서 만나는 외국인은 나의 무료(?) 영어 선생님이었다.


  여기서 두 번째 장벽을 만났다. 이상한 것은 그렇게 열심히 공부를 해도 주말이 되어 다시 복습을 해보면 주중에 외웠던 영어 표현들이 잘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이었다. 아무리 영어 문장을 외어도 주말이 되면 외었던 영어 문장이 기억이 나지 않아 마음에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나는 머리가 안 좋은가 보다. 이렇게 출퇴근 시간에 카세트테이프를 반복해서 듣고, 스스로 영어 회화를 공부해서 들을 때는 다 기억이 나고, 아는 것 같은데 주말만 되면 외웠던 영어 문장이 다 사라져 버려서 나는 영어를 잘할 수 없는 사람인가 보다”는 절망의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한쪽에는 오기가 생겼다. “공부하다 보면 언젠가는 외워지는 날이 오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포기하려는 마음을 다잡고 끈기를 가지고 다시 문장들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3 개월이 지나갔다. 그렇게 4 개월째가 되면서 이상한 일이 생겼다. 과거에는 외어도 기억나지 않았던 영어 문장들이 4 개월째가 되면서 기억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아침에 외운 문장과 저녁에 외운 문장들이 주말이 되어도 그대로 생각이 나고 영어 회화 책들이 여러 권 떨어져 나가기 시작했다. 참 신기한 일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왜 그런 일이 생겼는지 깨닫게 되었다. 처음 석 달은 영어를 열심히 외어도 외워지지 않았던 이유가 당시의 나의 뇌의 구조가 영어에 익숙해 있지 않았기 때문에 나의 뇌가 거부 반응을 일으키고 있었다. 나의 뇌는 영어가 아니라 한국어에 익숙해 있었다. 한국어는 몇 번만 들어도 잊어버리지 않고, 머리에 남아 있지만, 영어는 내 뇌에서 거부 반응을 일으키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리 외어도 나의 뇌의 단기 기억에서 장기 기억으로 넘어가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계속해서 영어를 포기하지 않고 외우니 나의 뇌가 이제는 공부한 내용을 단기 기억에서 장기 기억으로 넘기기 시작한 것이다. 놀랍게도 1년 정도가 지나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영어로 대부분 구사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게 되었다.


  영어에 대한 이런 관심이 생기자 나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영어과에 입학하여 졸업을 하게 되었다. 뜻이 있는 곳에는 길이 열린다. 자연스럽게 영어 통역 봉사를 하는 등 영어를 사용하는 일들을 취미 생활로 하면서 살아가던 나는 어느 날 미국의 한 대학교에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내가 그동안 배웠던 영어를 사용할 수 있는 곳이었다. 나는 가족들과 함께 미국에 가서 일을 하면서 미국의 한 대학교에서 계속해서 공부를 하여 교육학 박사 학위를 받게 되었다. 그 이후에도 미국의 대학교에서 가르치며, 부총장까지 할 수 있었고, 한국에 돌아와서도 한 교육기관에서 학장을 역임하기도 하였다.


  나의 삶을 뒤돌아볼 때 여러 가지 장벽을 만났어도, 포기하지 않고 끈기를 가지고 도전했던 것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엔젤라 더크워스가 쓴 그릿(GRIT) 이란 책에 보면 성공하는 사람들은 머리가 좋고 재능이 많은 사람들이 아니라 "열정과 결합된 끈기를 가진 사람"이었다는 말은 의미 있는 이야기이다. 어려운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의 강철 왕 카네기의 사무실의 한 벽에는 그림이 걸려있었다고 한다. 그 그림에는 해변의 모래밭 위에 쓸쓸하게 놓여 있는 한 척의 배가 그려져 있다고 한다. 그 그림 아래에는 이런 문구가 쓰여있다고 한다. “밀물은 온다”. 지금은 모래밭에 나 뒹구는 것처럼 보이지는 한 척의 배도 언젠가 밀물이 오면 바다를 향해서 나아갈 것이다. 포기하지 않고 끈기를 가지고 도전하는 사람에게는 인생의 밀물이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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