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휘잉 Jul 29. 2024

글이라는 매체의 변화된 위상

매체로서 글은 가파른 하향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하향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말보다 멸망하고 있다는 말이 더 적합할지도 모릅니다.


성인의 독서율은 불과 10년 사이에 절반 가까이 줄어들어 성인의 절반 이상은 일 년에 한 권의 책도 읽지 않습니다. 


브런치를 이용하시는 분들에게는 체감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글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니까요. 하지만 통계가 보여주는 것은 57%의 성인은 일 년에 한 권의 책도 읽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글로 돈을 벌기 힘들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글을 읽는 사람은 가파르게 줄어드는데, 글을 쓰는 사람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으니까요. 


재밌는 사실은, 독서량의 감소 추세는 아직 끝난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여전히 가파른 감소를 이어가고 있고 어디까지 이어질지도 모릅니다. 


자동차가 나오고 승마는 고상한 취미로 남고 길거리에서 말 한 마리 찾아볼 수 없는 시대가 왔듯이, 영상 매체와 가상현실이 나오고 글은 고상한 취미로 남고 글을 읽는 다는 사람은 만나기 힘든 시대가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주목해봐야 할 사실 한 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한국이 특히 가파른 독서량 감소를 보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보다 독서량이 많았던 2017년 기준으로도 이미 한국인의 연평균 독서량은 0.8명을 기록한 반면 같은 시기 미국은 6.6권 일본은 6.1권 심지어 중국도 2.6권으로 우리나라의 3배 이상 독서량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변화에 민감하고 파급이 빠른 한국의 특성을 반영한 것일 겁니다. 유럽은 아직까지 열쇠로 문을 여는 곳이 많고, 일본은 현금을 많이 사용합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어딜가도 도어락과 카드키가 있고, 체크카드와 삼성페이로 모든 결제가 가능해 현금을 가지고 다니지도 않습니다. 혹자는 이런 현상을 두고 IT강국이라거나 첨단 도시라는 말을 하지만 약간의 편리함을 얻고 잃은 것이 무엇인지도 생각해 봐야 합니다.


물론 열쇠를 쓰던 도어락을 쓰던, 현금을 쓰던 삼성페이를 쓰던 그런 건 사소한 문제일 뿐입니다. 다만 그런 것들은 한국 문화의 전반에 효율성을 따지면서 모든 걸 뒤엎어 버리는 극단적인 태도가 깔려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죠.


독서량의 가파른 감소도 같은 맥락입니다. 누구보다 빠르게 스마트폰이 보급되고 유튜브와 OTT 이용자가 늘어나며 궁금한 것이 있거나 문제가 있을 때 책을 잡지 않습니다. 논문은 더 말도 안 되고요. 블로그는 광고와 거품의 상징 같은 것이 되어버렸고 기자들은 기레기가 되었습니다. 그럼 어떻게 할까요? 유튜브를 찾아봅니다. 


독서에 대해 오그라드는 찬양을 할 생각은 없습니다. 사실 인류가 장문의 글과 함께 산 시간은 인류의 역사 중 짧은 시간에 불과합니다. 인류는 글 없이도 잘 살았고 앞으로도 글 없이도 잘 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도 몇 가지 문제점은 지적해야겠습니다. 


첫 번째, 컨텐츠의 깊이. 이것은 과도기적 문제라고 봅니다. 하지만 단기간 안에 변할 일도 아니라고 봅니다. 당신이 무언가에 특화된 사람이 되고자 한다면 영상 매체만으로는 불충분합니다. 기본적으로 깊이 있는 컨텐츠를 찾기도 쉽지 않고 찾더라도 내공을 쌓는 시간이 활자 매체보다 훨씬 오래걸립니다. 


역사 유튜브를 본다고 역사 전문가가 될 수는 없습니다. 100년 쯤 본다면 모르겠지만 하루종일 보더라도 살아 생전에 역사 전문가가 될 일은 없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1년 정도 지속적으로 역사책을 읽는다면 당신은 역사에 관해 다른 사람들과 확연히 다른 시각과 통찰을 가지고 있는 전문가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최신 정보가 중요하거나 시청각적 자료가 중요한 분야 같은 예외가 있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출만한 깊이를 갖기 위해선 독서로 정보를 밀도 있게 흡입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영상 컨텐츠는 글 컨텐츠에 비해 컨텐츠의 깊이와 동시에 컨텐츠의 수용 속도에서도 차이가 있다는 것입니다.


니체의 명언을 다룬 유튜브 영상을 만 개를 봐도 대부분 똑같은 내용이고 맥락도 일관되지 않습니다. 그 시간에 니체 책을 그냥 읽으면 니체를 이해할 수 있을텐데 말입니다. 


그러니 제가 보기엔, 글을 더 많이 읽고 영상을 더 많이 제작하는 식으로 사회가 나아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활자 매체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영상을 제작해 영상이 주가되는 시대에 영상 컨텐츠의 깊이를 더하는데에 일조하고. 영상 매체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글을 더 많이 읽어 본인의 주관과 개성을 갈고 닦아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은 반대로 가고 있습니다. 글을 읽는 사람은 줄어들고 쓰는 사람만 늘어나고 있고. 영상을 제작하는 사람도 늘어나고는 있지만 영상에 투자되는 시간이 늘어난 것에 비해 영상이 활자 매체의 역할을 대체할 만큼 그 질과 양이 늘어났는가 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봅니다. 


어차피 주요 매체가 활자 매체에서 영상 매체로 넘어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입니다. 그러나 그 과도기적 과정의 부작용으로 어느정도 사람들이 주관과 개성이 없어지고 멍청해지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므로 활자 매체로 쌓아온 깊이가 있는 사람은 그 깊이를 영상 매체로 표현하고, 영상 매체에만 익숙한 사람은 활자 매체를 통해 적어도 세계인의 평균 지성은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인이 멍청한 민족으로 소문나면 안 되니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