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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문가가 그냥 써본 챗GPT

by 휘잉 Jul 25. 2024

스티브잡스가 아이폰을 가지고 나타난지 15년이 됐다. 그 후로 지하철에서 신문 읽는 사람들이 사라지고, 노키아가 망하고, 카카오톡과 인스타가 거대 기업이 됐으며, 어린이의 스마트폰 중독이 또다른 이슈로 떠올랐다,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이던 기계 하나가 나옴으로서 사람들의 일상의 모습이 달라지게 됐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전세계인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기 시작했다. "다음 '아이폰'은 무엇인가?" "어떻게 하면 내가 제2의 노키아와 카카오톡을 먼저 알아낼 수 있을까?" "돈 되는 기회를 찾을 수 있을까?" "아니면 적어도 얼리어답터가 될 수 있을까?"


그래서인지 이제는 실질적인 변화가 나오고 적응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의 낌새만 보여도 호들갑을 떠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8년 전쯤에는 4차 산업혁명이 그랬고 비트코인이 뜨더니 최근에는 챗GPT가 호들갑의 중심이다. 



챗GPT가 아직까지는 호들갑에 비해 파급력이 작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는  AI가 넘을 수 없는 벽 하나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예전에 라디오에서 처음 듣는 노래 하나를 듣고 '아니 이런 노래가 있었나? 노래도 잘하고 사운드도 세련되고 음색, 분위기, 가사 뭐 하나 흠잡을 게 없다. 무슨 노래인지 찾아 봐야 겠다' 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그 노래를 부른 가수는 알고 보니 유명한 아이돌 가수였다. 그런데 그 사실을 알고 그 노래를 다시 들으니 갑자기 노래의 매력이 사라져버렸다. 같은 노래를 듣고 있는데 정말 한 순간에 그 노래가 갑자기 무미건조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아이돌 가수는 노래를 디렉팅 받는다. 자신의 영감과 느낌에 따라 부르는 것이 아니라, '이럴 땐 이래야지' '여기선 이렇게 해야지' 같은 소리를 들으며 규격화된 노래를 부른다. 게다가 가사를 직접 쓰는 것도 아니고 곡을 직접 쓰지도 않는다. 가사와 곡 노래가 모두 따로 논다. 한 마디로 영혼이 없다. 즐겁게 들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예술적 감동을 줄 수는 없다. 


그런데 어이가 없는 건 노래를 들을 땐 그런 규격성과 무미건조함을 못 느꼈다는 것이다. 그런데 가수를 알게 되자마자 '그럼 그렇지'가 되어 버렸다. 내가 노래를 분석했다거나 그 가수가 녹음하는 과정을 상상했다거나 그런 것도 아니었다. 그냥 순식간에 노래의 매력이 사라져버렸다. 


챗GPT가 지식이나 실무, 기계적 처리의 과정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드러났다. 그러나 챗GPT가예술가가 될 일은 없다. 


그것은 AI가 제공하는 컨텐츠의 내용 이전에 사람들이 AI에 대해 가진 인식의 문제다. 인공지능이 만든 예술 작품을 보고 감동받는 다는 것은 상상할 수가 없다. 지금은 컨텐츠 자체도 전문가가 보기엔 어설프지만 컨텐츠의 질 자체는 언젠가 어쩌면 근미래에 전문가도 구분할 수 없는 수준까지 올라올 지도 모른다. 그러나 컨텐츠의 질이 아무리 좋아져도 인공지능이 작가라는 걸 아는 순간 매력은 사라진다. 




뭔가 뻔한 글을 써야 될 때는 챗GPT가 도움이 된다. 이미 챗GPT는 비즈니스 메일, 자소서, 해외에선 판결문과 연설문에도 활용되고 있다. 


비즈니스 메일과 자소서 같은 것들은 진정성이 없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으면서도 정해진 양식을 갖춰야 하는 글이기 때문에 챗GPT의 기능과 잘 맞는다.  


뭔가 팩트체크가 필요할 때 좀 더 빠르게 팩트 체크를 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노자에 대해 언급한 서양 사상가' 가 알고 싶다면 검색을 통해서는 한참 찾아봐야 되지만 챗GPT는 1초만에 바로 줄줄이 알려준다. 물론 애매한 정보라면 한 번 더 팩트체크를 해야겠지만 그래도 검증해봐야 할 정보의 폭을 대폭 줄여주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이 글을 쓰면서 다시 한 번 챗GPT로 검색을 해보니, 왜 챗GPT가 기대 이상의 답변을 준다고 하는지 알 것 같다. 칼 융과 노자의 관계를 알기만 해도 쓸만하다고 생각했는데, 어떤 저서에서 언급했는지 어떤 식으로 사상적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는지까지 줄줄이 읊어버린다. 물론 교과서적인 답변이긴 하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디테일한 부분까지 답변해준다는 것은 알 수 있다. 


챗GPT는 교과서적인 답변을 제시한다. 교과서에서 부처에 대해 읽고 불교 신자가 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불교를 알기 위해선 불경을 읽어야 한다. 그러나 챗GPT가 설명해주는 불교는 생각보다 자세하고 챗GPT를 통해 어떤 책을 읽어 보는 게 좋을지, 어떤 책들이 있는지, 추천을 받을 수도 있다.


챗GPT에 대해 발매된 책들은 많지만, 챗GPT 자체가 급변하고 역사가 짧은 기술인 만큼 책으로 전문가가 된다는 건 어불성설인듯 하다. 다만 어느정도 기초적인 사실들을 알기 위해서는 관련 도서가 도움이 된다고 본다. 


결론은, 비전문가의 짧은 경험상으로는 챗GPT는 뭔가 의도가 뻔하지만 암묵적인 양식을 따라야 하는 글을 쓸 때와 빠르게 팩트 체크를 할 때, 모범답안이 존재하는 질문을 할 때 정도 쓸만하다. 앞으로도 좀 더 알아볼만한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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