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틀꿈틀

by 김동휘

"왜 이래요?"


그가 자신의 앞에서 일견 폭력적으로 한 쪽 손을 내밀고 있는 비서를 보며 말했다. 마음만 먹으면 뿌리치고 지나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언뜻봐도 그가 앞에 서있는 비서보다 머리 반 개쯤은 더 컸다. 하지만 사채업에 종사한 세월이 반평생에, 온갖 더러운 꼴을 보아 왔으며 수상한 연줄을 바탕으로 비서실에 한 자리를 차지한 이 남자의 구린내 나는 배경이 부릅 뜬 눈, 그리고 이제는 희미해져 가까이서 보지 않으면 인식하기 힘든 얼굴의 흉터 자국과 맞물려 그를 조심스럽게 만들었다.


"보기 싫답니다. 시장님이."


"거 무슨... 나오세요."


"좋게 말 할 때 말 들어요."


더 이상 참기 힘들어진 그가 몸을 살짝 틀어 비서를 지나쳐 시장실 문을 보며 걸음을 떼려 했다. 그러나 한 발짝을 채 떼기도 전에 한 쪽 팔을 붙들려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게 됐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문득 이런 일종의 몸의 대화를 하는 것이 얼마나 오랜만인지에 대한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아마 고등학교 1학년 때 이후로 처음 있는 일이 아닐까. 그래서인지 그 생소하면서 불쾌하고 동시에 약간은 위협적인 그 갑작스러운 몸의 대화에 그는 맥박이 미친듯이 빨라지고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그가 어찌할 바를 모르고 할 말을 잃은 채 약간의 좌절감을 맛보고 있는 사이. 흉악한 -적어도 그의 눈에는- 비서가 무언가 낌새를 챈 듯 그를 내버려두고 시장실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시장실 문을 열고 나와서는 여전히 너무나 오랜만에 접해보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적절한 행동을 찾지 못하고 있는 그의 앞에 서서는 한 마디 말을 뱉었다.


"여기서부터는 기어오시랍니다."


"머..무...머...뭐?"


"여기서부터 시장실까지 기어오면 만나주겠다고 시장님이 그럽디다."


한 가정의 가장이자, 대학 교육까지 마친 사회인이요, 완벽하진 않아도 나름대로 신망이 두터운 공무원으로서 수 십년을 살아오며 존경까진 아니어도 그 나름대로의 인망을 갖추고 있는 그에게... 기어오라니? 그는 훗날 이 순간을 '살면서 가장 큰 충격을 받았다' 고 회고했다.


"이...길바닥인데..."


비서는 그의 애처로운 한 마디가 들리지 않는듯이 아무 대답 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g_wW6HGKA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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