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스님도 몰라

by 김동휘

강원도 정선의 산 중턱에 있는 큼지막한 절. 젊은 스님 보기가 쉽지 않아진 요즘이지만 이 곳에는 젊다 못해 앳되 보이는 스님들이 심심찮게 보인다.


이 곳의 큰 스님은 성철 스님과 법정 스님의 뒤를 잇는 '국민 스님' 이라 할 수 있는 스님으로, 법정 스님이 '무소유'로 유명했다면 이 스님은 스님에게 어울리지는 않는 단어이지만, 딱히 대체할 만한 단어가 없으므로... '무섹스'로 유명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어느새 여든이 넘은 나이이지만 여지껏 한 번도 성경험을 해본 적이 없다는 큰 스님. 여든이 넘은 나이임에도 풍채가 당당하고 허벅지도 튼실한 것이, 젊었을 적에는 욕구를 참느라 꽤나 고생했을 법도 해 보인다.


절 분위기는 얼마 전부터 뒤숭숭했다. 이 큰 스님의 병세가 심상치 않은 것이다. 이제는 정말 마지막이라는 듯이 종종 스님들을 불러 앉혀 놓고 평소엔 잘 하지 않던 이야기를 하는 것이, 큰 스님 스스로도 앞으로의 일을 직감하고 있는 듯하다.


그 날도 몇몇 스님을 불러 앉혀 놓고 이야기를 이어가던 큰 스님. 큰 스님이 덤덤히 말을 이어가는 와중에 절에 들어온 지 그리 오래 되지 않은 젊은 스님 하나가 질문을 던졌다. 쓸데없는 말이 많다고 혼나는 일이 몇 번 반복됬지만 개가 똥을 끊을 수는 있을지 몰라도 수다쟁이가 하루아침에 말을 끊을 수는 없는 법이다.


"큰 스님은 부처님의 뜻에 따라 일생불범으로 흔치 않은 삶을 사셨는데, 분명 좋은 삶을 살았다고 생각하시죠?"


이 질문을 입밖으로 뱉자마자 따가운 시선이 말이 튀어나온 입으로 향했다. 그러나 큰 스님이 잠시 말을 멈추고 고민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따가운 시선은 호기심 어린 시선이 되어 큰 스님을 향했다.


"글쎄... 좋았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큰 스님 대답을 들은 질문자는 실망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실망은 그에게만 스쳐간 것은 아니고 그 자리에 앉아 있던 많은 사람들이 잠시나마 공유했던 느낌이었다.


실망의 의미는 각자에게 달랐으리라. 질문을 꺼낸 젊은 스님은 '일생불범이라는 거창한 불교적 성취도 별 게 아니구나!' 하고 불교 자체에 대해 실망한 것처럼 보인다.


절을 운영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수 십년간 큰 스님을 지켜봐온 스님은 '갈 때가 됐다고 저런 무책임한 말을 하면 어떻게 하나?' 라며 큰 스님에게 실망을 한 듯하고.


또 다른 스님은 '그래 저럴 것인데, 왜 나는 지금껏 생각을 못했을까?' 하고 자기 자신에게 실망을 하고 있는 것이.


큰 스님의 한 마디에 온 절이 실망으로 가득차 버린 것만 같다.


사실 스님이 이런 질문을 받은 것이 처음이 아니고, 이런 대답을 한 것 역시 처음이 아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딱히 의도하진 않았지만 범접하기 힘들어보이는 일종의 경건한 이미지가 생기면서 이런 질문을 받는 일이 없어졌다. 그러더니 얼마 전부터는 주변의 사람들이 좀 더 쉽게 말을 붙이는가 싶더니 오늘 실로 오랫만에 듣는 질문을 받게 된 것이다.


질문을 던졌던 젊은 스님은 그날 밤 휴 헤프너에 대해 검색해 보았다. 매일 밤 섹스 파티를 열었었고 7명의 여자와 동시에 연애를 하며 동거했다는 그 휴 헤프너.


휴 헤프너는 '모르겠다'는 큰 스님과는 달리 '내 삶은 후회없다' '나는 꿈을 이뤘다'고 말하고 있었다. 휴 헤프너는 82살까지 살았는데 큰 스님이 이대로 병세에 호전이 없다면 81살에 입적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휴 헤프너보다 수명도 짧은 것이 된다는 점도 괜히 거슬렸다.


휴 헤프너처럼 살아야 할 것만 같은. 그게 제대로 된 삶인 것만 같은. 생각이 드는 젊은 스님. 그리고 젊은이다운 호기로 마음만 먹으면 그렇게 살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까지.


그는 그길로 환속을 마음 먹었다. 환속은 어려울 것도 없었다. 마침 큰 스님의 입적과 교세의 하락이 맞물려 그와 함께 환속하는 스님들의 수가 적지 않았고 그는 그 사이에 끼어 비교적 소리소문 없이 승복을 내려놓고 직장인이 되었다.


직장인이 된지도 몇 년의 시간이 금새 지나갔고, 그는 오랜만에 몇 년 전 큰 스님의 입적을 즈음해 환속했던 비슷한 또래의 스님을 만났다.


오랜만에 만난 이제는 일반인이 된 스님은 여유가 넘쳐 보였다. 하얀색 포르쉐를 타고 와서는 그가 예전에 잠시 꿈꿨던 휴 헤프너에 버금가는 화려한 일대기를 줄줄 읊어주었다. 1억이 넘는 그의 포르쉐와 그가 보여주는 인스타그램의 사진들을 보면 거짓말이 아닌 듯 했다.


"너는 왜 환속했던거야?"


그가 물었다.


"나? 내가 한 거 아냐. 거의 쫓겨난 거지."


그 말을 듣고 스님이었던 당시를 회상해보니 그럴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듣도 보도 못한 방식으로 자위를 했다던지, 절을 방문한 젊은 여자들의 번호를 딴다던지 하는 기행의 소식이 들려올 때 빠지지 않는 이름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는 너는 왜?"


그 질문을 듣자하니 왜인지 말을 꺼내기가 쑥스러워졌다. 여전히 정적인 삶을 살고 있는 그에 비해 진짜 휴 헤프너처럼 살고 있는 그의 앞에서 휴 헤프너의 일대기를 보고 충동적으로 환속했다고는 차마 말할 수 없었다.


"세상 경험도 해보고 싶어서. 세속과 출속이 따로 없다는 말도 있잖아. 절 속 좁은 세계에서만 사는 것보다 다양한 경험을 해 봐야 더 깊은 깨달음도 얻고..."


"마. 아직도 스님이네."


"... 아니 그런 건 아닌데. 큰 스님이 입적하기 며칠 전에 일생불범 뭐 좋은지 어떤지 모르겠다...이런 말 한 거 기억나?"


"기억나지. 재밌는 분이었는데."


"어때 너는. 뭐 공감해?"


"글쎄. 나도 모르겠는데? 좋은지 어떤지..."



Vincent - Don Mcl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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