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저런 애들한테는 말 걸어 봤자야."
"저런 애들이 어떤 애들인데."
"딱 봐도 성형 많이 한 것 같은 얼굴이잖아. 저런 애들은 원래 저래. 대답도 안하잖아."
진짜 그런가? 방금은 그렇긴 했는데. 너무 일반화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 A는 나보다 여자를 만났어도 열 배는 넘게 만났을텐데...아마 맞는 말이 아닐까 싶다.
여름의 강릉 바다. 이제 막 해가 지기 시작했고, 서울에서는 보기 힘든 과감한 차림들. 찐따도 아니고 한 번 까였다고 여기까지 와서 가만 앉아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저기는 어때?"
"일단 좀 기다려 봐."
"누가 벌써 말 거는데?"
"저것 봐. 어차피 안 되잖아."
"거의 열 한시인데..."
"원래 한 두시는 되야 돼."
그럼 잘 시간 아닌가?
"저기는 어떤데?"
"쟤네 온 지 얼마 안 됐어."
"그래도 한 번 가 볼게."
"좀 있다 내가 가 볼게. 지금은 백프로 좀 더 보겠다고 할 걸."
"안 돼도, 그냥 한 번 가보게."
"알겠어."
A의 말마따나 자리를 잡고 앉은지 십 분이나 지났을까. 멀리서 봤을 땐 몰랐는데 가까이서 보니 생각보다 더 어려보인다. 적어도 아까 걔들처럼 부리부리한 눈매를 하고 있지는 않으니 말을 씹진 않지 않을까.
"저희 고등학생이에요."
약간 미안한 듯이 말하는 게 진짜인 것 같다. 어려보이는 얼굴, 하나 같이 얼핏 봐도 3만원을 넘지 않을 것 같은 옷들을 입고 있는 것까지 보면 더 그렇고. 엄마 말 잘 들을 것 같은 느낌들인데 이 시간에 여긴 왜 온걸까.
"좀 더 보겠다 그러지?"
"아니 고딩이래. 고딩이 이 시간에 왜 와?"
"잘생긴 사람 보면 대학생이라 할 수도 있어."
"아니 그런 느낌 아니었어."
아닌지 맞는 지는 모르지만 아니길 바랄 뿐.
"쟤네 보단 우리가 낫지 않냐?"
"쟤네 딱 봐도 입을 잘 털잖아."
"저기는 그냥 아저씨인데."
"돈이 많잖아. 양주 꽂아놓은 거 봐."
"이제 들어가는 게 낫겠지?"
"오늘 남자가 너무 많았어."
"그니까 성비가 8대2야."
사실 7대3에서 6대4 정도 였을 것 같긴 한데.
"가자."
B는 아닌 척하지만 도덕적 우월감을 즐긴다. 친구야, 여긴 전쟁터인데 도덕을 왜 붙잡고 앉아 있니. 혼자 고고한 척 뒤에 앉아 있으면 누가 대신 이겨주는 일 같은 건 없어. 계속 지고 있으면서도 그 오만함 때문에 지고 있다는 사실도 보지 못하고 인생은 원래 지루한 거라고 합리화하고 있니? 나는 너무 험블해서 가르쳐야 할 것도 가르치지 못하지. 너는 너무 오만해서 배워야 할 것도 배우지 못하고. 역시 완벽한 인생 같은 건 없는 걸까? 그래도 네 단점보단 내 단점이 좀 더 가지고 살기 편할 것 같기는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