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한 번 있다.
뭐가?
내 감이 완전히 안 맞은 일
15년 동안 딱 한 번?
응. 헷갈리는 것도 아니고, 그냥 저 둘은 잘 될 수가 없다고 확신을 했는데 어? 어느날 보니까 딱 붙어 있는거야. 그 여자가 인상이 좀 셌어. 비주얼이 나쁜 건 아니었는데 아무튼 요즘 선호하는 스타일은 아닌 그런 느낌. 남자는 뭐 빠지는 거 없는 사람이었고. 집도 좀 살고, 학벌이랑 직업도 괜찮고, 외모도 그 정도면 나쁘지 않은데 성격도 좋아. 뭐 밖에서야 만나려면 만나겠지만, 결정사에서 프로필 보고 매칭해줄 수는 없는 그런 까라지. 아무튼...이 여자는 매칭을 한 대여섯 번 받았어. 의외로 까다롭지도 않더라? 그 중에 두 명은 더 만나보고 싶다고 하더라고. 근데 남자 쪽에서 거절을 해서 안 됐지 그건. 좀 미안하더라고.
성격이 좀 안좋나?
아냐 성격은 성격이고 그것보다 그냥 첫 만남에는 눈치만 있으면 돼. 그 정도 눈치는 있는 여자였어. 지 성격 때문에 안 되는 거면 내가 미안할 것도 없지. 아무튼 그니까 이 A라고 할께. 이 A가 그 남자랑 만나는 걸 내가 어쩌다 봤어.
그 남자 누구?
아까 말한 그 육각형. B라고 할께.
B도 너네 결정사 통해서 만난 거고?
어. 그것도 사정이 있는데 아무튼 내가 매칭해 준 건 맞아. 근데 내가 매칭해주고도 나는 솔직히 안 될 줄 알고 그냥 까먹고 있었어. B는 A보다 조건이나 외모나 훨씬 나은 여자들도 매칭되는데 결정사에서 뭘 보고 A를 만나겠어. 근데 갑자기 둘이 따로 만나고 있으니까, '이게 뭐지?' 했던 거지. 그런 일이 거의 없어. 조건을 떠나서 느낌 자체가 그 둘은 아니었거든. 아무튼 한남동에서 남자친구랑 밥 먹고 있는데, 바로 뒤 테이블에 A랑 B가 있더라고. 나도 궁금하니까 그냥 분위기가 어떤가 하고 좀 듣고 있었지. 그냥 뭐 취미 얘기, 직장 얘기, 그 어색한 텐션 있잖아. 나도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먼저 일어나려고 했는데, 갑자기 분위기가 좀 변하더라고? 뭐라 그랬더라..."불편한 얘기일 수도 있는데, 숨기고 싶지는 않아서 먼저 얘기할게요. 지금은 아빠가 돌아가셨는데, 원래 아빠가 되게 폭력적인 사람이었어요. 술 먹고 들어오면 맨날 소리 지르고...팔에 멍든 거 숨기려고 일부러 긴팔만 입고. 그러다가 중3때 아빠가 돌아가셔서 그 이후로는 거의 안 쉬고 일했어요." 뭐 이런 얘기를 하더라고. 딱 봐도 술을 좀 한 것 같긴 했어. 그래도 나는 좀 이해가 안 가더라? 저런 얘기를 하면 좋아할 남자가 있나 싶기도 하고. 막 가까운 사이도 아닌데 좀 부담스러울 것도 같고. 어? 근데 보니까 분위기가 바뀌더라고. 그 날 분위기만 바뀐 게 아니라, 둘이 결혼 한대. 나는 지금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