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by 김동휘

이번 최종 면접에 합격할 수 있다면 이전까지의 탈락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될 것이다. 오히려 이번 한 번의 합격을 위한 발판이자 젊은 날의 경험이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5년 전 이 곳에 입사하는 것을 목표로 정한 뒤 이 최종 면접 자리에 오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이다.


자평해보자면, 지난 번 면접의 분위기는 꽤 좋았다. 다만 불안했던 것은 들려오는 풍문으로, 그 해 채용에서는 사내 개혁의 일환으로 비전공자 채용의 비중을 늘린다는 이야기가 있었다는 것 정도였다. 그리고 그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그 해 채용에서도 불합격의 통지를 받았고 1년 만에 이곳에 다시 돌아오게 된 것이다.


5년간의 짬은 허투로 먹은 것이 아니다. 나는 완벽하게 면접을 준비했다고 자신한다. 이번엔 비전공자 우대 같은 불길한 풍문조차 없다. 오히려 비전공자의 어설픈 일처리를 직접 경험한 실무자들이 다시 전공자를 찾게 될 타이밍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합격을 확신할 수는 없다. 하지만 마음 속 한 켠에 좋은 예감을 품은 채로 세 명의 지원자와 함께 이 곳에 앉아, 면접관의 질문을 기다리고 있다.


"지원 동기가 어떻게 되나?"


"엄홍길 대장이 하나의 산을 오르고 더 높은 산을 찾듯이, 더 높은 산을 찾아 이곳에 지원했습니다. 하청업체에서도 일해봤고 프리랜서로 실무 경험을 쌓아보기도 했습니다. 이제 자연스럽게 더 어렵고 복잡한 일이 주어지는 환경에 저를 던지기 위해 지원하게 됐습니다."


"그런 걸 알고 싶은 게 아니잖아!"


"저는 이 회사를 이기게 만들기 위해 지원했습니다. 작년에는 최초로 시장 점유율이 중국 경쟁사보다 더 작아졌고 성과급도 줄어들어서 실질 연봉은 재작년에 비해 감소했다지요? 제가 지금껏 쌓아온 실무 경험을 통해 구상한 정책이 있습니다. 루스벨트의 뉴딜 정책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인데, 자세한 것을 지금 말하기는 주어진 시간이 짧습니다만. 요는 제가 내놓은 정책이 가져온 실질적 효과는 이미 이전 성과들로 검증이 된 바 있다는 점입니다."


질문을 던졌던 면접관이 아리송한 표정을 짓는다. 지난 5년 간의 취업 준비 경험에서 내가 알게 된 사실은 면접은 기세라는 것이다. 보통의 경우라면 한 명의 사원이 구체성도 없는 정책을 운운하고 있는 이런 모습은 비웃음 거리가 되도 이상할 것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기세. 마치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라는 듯이 아주 당연한 말을 하는 듯한 기세. 거기에 나의 몇 가지 백그라운드가 분위기를 조성해준다면 어떤 면접관이라도 나의 페이스를 따라오게 될 것이다. 마침 면접관들의 대화가 들린다.


"전과가 있네요?"


"그래. 일부로 알고 뽑은거야. 요즘 신입들 너무 순진해서 제대로 하는 게 없다고 차라리 이런 애가 낫다는거지."


"아무리 그래도 좀 심하지 않아요? 이거 전과 몇 범이야..."


"그니까 그냥 화끈하게 가는 거라니까. 잡범 정도로는 느낌 안오잖아. 저정도는 돼야지. 그 봐봐. 그 홍보팀에 무슨 양심에 찔려서 우라까이를 못하겠다고 퇴사한 놈. 후임한테 싫은 소리 한 번을 못해서 후임 일까지 덤태기 쓰다가 제풀에 지쳐 나가떨어진 놈. 사내 구태 문화 개혁하겠다고 밑도끝도 없이 들이박던 놈. 괜히 애매하게 이상주의적인 애들, 마음 약한 애들 뽑으면 또 이상한 사고를 친다니까."


"레퍼런스 체크는 해봤어요?"


"괜찮아. 나쁘지 않은데. 예전 회사에서 한 번 들이 받았으니까 거기서는 말이 좀 나오지. 그 사수한테 니 애미애비를 어떻게 하겠다고 했다던데."


"네? 그게 말이 돼요?"


"알고 뽑는거라니까. 착한 사람 못된 사람 따로 있나. 뒤에서 영악한 것보다 차라리 솔직한게 나을 수도 있어."


"아...아닌 것 같은데."


"너는 아직 사람 보는 눈이 없다."


여기까지 대화를 엿들은 나는 이번에야말로 면접에 합격할 것임을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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