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케이팝

by 김동휘

방 안에는 두 남자가 앉아 있다. 검정색 사무용 의자에 앉아 있는 60대의 정신과 의사 J씨와 등받이가 누울 수 있을만큼 젖혀지는 일인용 소파에 앉아 있는 40대의 K씨.


K씨의 본업은 개발자로 전세계 6억명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한 글로벌 SNS 기업의 AI부문 개발 총책임자다. 승승장구하다 못해 왠만한 기업 사장들보다 높은 연 수입을 올리고 있는 그는 전날, 감정기복이 크기로 유명한 재직 중인 기업의 CEO와 협박에 가까운 면담을 마치고 내키지 않는 마음을 추스른채 이 곳에 지금 앉아 있는 것이다.


"지금 일어나는 일이 정확히 노나라에서 일어났던 일이랑 같은 거에요."


"노나라? 그게 어디 있는 거죠?"


"2500년 전 중국이요. 중국사는 모르세요? 아 그럼 다 설명을 해야 되나... 그냥 노나라랑 제나라가 있는데, 그게 소련이랑 미국 같은 거라고 보면 돼요. 라이벌이고 이념이 다르고 그런 식으로. 공자는 아세요? 공자가 노나라 사람인데...아무튼 공자가 자기 제자들을 이끌고 노나라 정치 권력을 잡고 노나라 내실을 다져놨어요. 원래는 노나라랑 제나라 국력이 비슷했는데 노나라가 세져버리니까 제나라 입장에서는 난리가 난거에요. 아까 소련 말했죠? 갑자기 소련이 세져서 마음만 먹으면 미국도 공산주의 체제로 만들어버릴 수 있다고 생각해봐요. 난리나잖아요. 제나라한테는 공자가 공산주의에요. 그러니까 이 제나라 사람들이 뼈를 깎는 심정으로 책략을 쓰죠. 얼굴 예쁜 여자들을 모아서 춤이랑 노래를 가르친 다음에 노나라에 그냥 보내버려요. 왕실에도 보내고, 공자한테는 안 먹힌다쳐도 공자 제자들한테도 보내고 그냥 예쁜 여자 몇 천 명을 보내버리는 거에요. 역사적으로 이게 안 먹힌 적이 없어요. 여자에 빠지면 뭐 다른 건 다 필요 없는거거든요. 공자 왈이든 왕명이든. 그래서 공자가 '내가 살면서 여자보다 덕을 더 좋아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고 한탄한거겠죠. 아마 진짜 하고 싶은 말은 '여자보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는 아니었을까요. 아무튼 근데 어쩌겠어요. 이미 왕부터 실무자까지 다 여자에 빠져 정신 못차리고 있는데. 결국 주도권은 다시 제나라한테 넘어갔죠."


"그래서 미국이 노나라라는 겁니까?"


"아직도 모르겠어요? 지금 일어나는 일이 2500년전 그대로잖아요. KPOP 아이돌이 왜 미국에 오는지 모르시겠냐고요."


"진심으로 KPOP아이돌이 미국 체제를 흔들어놓으려고 미국에 오고 있다고 생각하는거요?"


"이해 못할 줄 알았어요. 중국 역사는 하나도 모를때부터 이해 못할 것 같았어."


"내가 당신 의견을 반박하진 않을게. 근데 지금 누가 거기 동의하냐고요. 그런 말을 공개적으로 하면 돌아이 취급 받을 걸 몰랐어요? 왜 갑자기 인터뷰에서 그런 말을 한 거에요?"


"모두 알아야 될 거 아니에요. 이대로 가면 미국이 노나라처럼 될텐데."


"미국이 노나라라고 치면 당신은 노나라에서 어떤 사람일까요."


"부잣집 대감정도 되겠죠."


"닌자 알죠? 나루토, 사스케, 사쿠라."


"네."


"그게 원래 중국이 원조에요. 검은 옷 입고 지붕 넘어 뛰어다니면서 조그만한 칼로 요인 암살하고 다니는 거. 생각해봐요. 지금 뼈를 깎는 심정으로 여자 몇 천 명을 노나라에 보냈는데, 왠 빽도 없는 놈이 계획을 망치려고 설친다? 어떻게 될 것 같아요."


"내가 닌자한테 죽을거라고요?"


"잘 생각해봐요."


J씨의 표정이 눈에 띄게 굳는다. 그는 인정하는 듯이 고개를 아래로 약간 숙인 채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J씨는 울 것 같은 표정으로 건물을 빠져나와 산타 크루즈 에비뉴를 걸었다. 마침 그가 어느새 두려워하게 된 KPOP이 근처 어디선가 흘러나오고 있다.


"날 넘보려 하지마~ ♬나는 너무 잘나가니까~ ♩너 같은 쓰레기랑은 안 어울려~♪"


J씨는 어떻게든 자신의 두 아이에게 만큼은 KPOP을 들려주지 않겠다는 다짐을 되새기며 여전한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붐비는 거리를 지나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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