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의 산

by 김동휘

광화문의 이순신상을 지나 역사박물관 방향으로 5분 정도 걷다보면 10층짜리 빌딩 두 개가 3m 정도 틈을 두고 나란히 서 있는 장소를 발견할 수 있다. 빌딩 두 개가 마주보고 있는 그 공간에서 보이는 것은 벽 뿐이다. 카페도 없고 문도 없고, 창문도 없다.


그곳이 흡연실 같은 장소로 변한 지는 적어도 십 년 이상의 시간이 지났을 것이다. 흡연 금지라는 경고문이 붙기 시작한 지도 5년은 지났을 것이고, 아마 최초의 민원이 시작된 시기는 그 두 시기 사이의 어딘가일 것이다.


그 벽 사이의 흡연 공간에는 번화가에 흔한 비공식 흡연 구역과 눈에 띄게 다른 점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담배꽁초의 산이었다. 그 건물 사이 골목의 한 구석에 말그대로 담배꽁초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광화문 빌딩 사이 한 가운데에 있다고는 하지만 일 층에 편의점이나 지하에 헬스장 같은 것도 없이 건조한 사무공간만 위치한 두 빌딩 사이를 오갈만한 외부인이 많지 않은 것에 더해 그 벽 사이 공간은 두 건물의 입구로부터 지하철역으로 이어지는 길과도 떨어져 있어 건물 속 와이셔츠를 입은 직장인들도 흡연자가 아니라면 지나다닐 일이 없었다.


그 덕분에 담배꽁초의 산은 비흡연자, 외국인 관광객, 구청 관계자 등의 민원, 국가 이미지 실추, 청소로 이어지는 영향을 받지 않고 꾸준히 성장해 어느새 가장 높은 곳의 높이가 농구선수 키보다 커지고 두 벽 사이를 비스듬히 꽉 채워 뛰어 넘어가지 않으면 넘어갈 수 없는 모양새가 되어 있었다.


그 중 오른쪽 벽을 맡은 건물의 8층에 입주한 회사에서 9시부터 6시까지 모니터를 보고 있는 이 남자는 그 9시부터 6시 사이에 매일 반갑의 담배를 피운다. 그가 이곳으로 출근하기 시작한 것이 거의 10년이 다되어가니 아마 그는 담배꽁초의 산에 가장 큰 기여를 한 사람 중 한 명이라고 봐야할 것이다. 물론 그래봤자 그가 혼자 담배꽁초를 던져서는 수천 년이 지나도 지금의 담배꽁초의 산만한 더미를 만들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가 담배꽁초의 산의 시작을 목도했을 때는 별 생각이 없었다.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정도의 담배꽁초들이었다. 그리고 삼개월 뒤, 같은 곳에서 지금껏 보지 못했던 크기의 담배꽁초 더미를 보았을 때는 조금 당황했다. 그 후로 담배꽁초 더미는 점점 커졌지만 그가 느끼는 당황은 점점 줄어들었다. 다만 그가 담배꽁초의 산에 완전히 무덤덤해진 것은 아니다. 작년 여름쯤 그가 일주일간의 휴가를 끝내고 복귀했을 때 일주일만에 만난 그보다 훨씬 키가 큰 담배꽁초의 산을 보고 약간의 불안감을 느꼈었던 것이다.


지금 담배꽁초의 산 옆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것은 왼쪽 벽을 맡고 있는 변호사빌딩에 출근한 지 이주 째인 젊은 남자다. 그는 태생적으로 인후 부위가 약해 각종 관련 질환에 시달렸다. 담배는 명실공히 그러한 질환을 부추기는 일등 공신이었지만 그는 담배를 줄일지언정 끊지는 않았다. 그런 사정 탓에 그는 3주 정도 마다 한 갑의 담배를 샀다.


처음 담배꽁초의 산을 보았을 때 그는 역겹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내 기네스북에 오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으며, 다 피운 담배꽁초를 담배꽁초의 산을 향해 던져 버리고 다시 건물 입구로 들어갔다.


그가 오늘도 지난 주 처음 이 곳에 왔을 때 그랬듯이, 그가 지켜본 모든 사람들이 그랬듯이 담배꽁초를 담배꽁초의 산에 던지는 순간 뒤에서 이질감이 드는 인기척이 느껴졌다. 돌아보니 은색 스타렉스에서 청바지를 입은 남자와 흰색 카라티를 입은 여자가 내려서 그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선생님, 이러시면 안 돼죠."


"예?"


"담배꽁초 버리셨잖아요."


"버린 건 맞는데..."


"예...버린 건 맞고요. 그럼 시작하시면 됩니다."


"예?"


"청소하시면 돼요."


"예? 무슨... 구청에서 나오셨어요?"


"저희는 그냥 절차대로 안내하는거고요. 자, 시작하시면 됩니다."


"아니... 저기 제가 변호사거든요. 과태료면 과태료지, 무슨 소리하시는거에요?"


"그런 소리하지 마시고...시작하면 됩니다."


그는 잠시 비명을 질러야 할지 고민했다. 어딘가 음산한 분위기의 남녀는 그를 보내줄 것 같지가 않았다.


결국 그는 담배꽁초의 산에서 담배꽁초를 한 움큼 움켜쥔 뒤 남자를 쳐다보았다. 남자는 기다렸다는 듯이 주머니에서 100L 종량제 봉투를 꺼내 그에게 건넸다. 그는 손에 쥔 담배꽁초를 봉투에 털어넣었다. 하지만 역시 담배꽁초의 산은 전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거 제가 알아보고, 내일 다시 처리할게요. 제가 지금 근무 중이라..."


하지만 그들은 그의 말을 듣지도 못한 듯이 그를 감시하듯 바라보고 있었다.


"정 그러시면, 담배꽁초를 하나 먹어 보세요. 그럼 보내드릴게."


그는 입사 이 주차의 신입이었다. 더 이상 근무 시간에 자리를 비울 수는 없었다. 그는 고민 없이 담배꽁초를 하나 집어 입 안에 넣었다. 남아 있는 담뱃잎의 텁텁한 식감이 처음엔 느껴지다가 역겨운 냄새가 촉발한 역겨운 기분이 솟구쳐 하마터면 그대로 그날 먹은 점심까지 모두 토해버릴 뻔했다. 스치는 약간의 단맛을 느끼며 그는 군대에서만 피웠던 아프리카 룰라의 기억을 잠시 떠올렸다. 잠깐의 시간 후 그는 담배꽁초를 삼키고 그의 앞에 서서 입을 벌렸다.


"됐죠? 갑니다."


그는 음산한 남자를 지나쳐갔다. 뒤에 서 있던 여자도 그를 붙잡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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