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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잉 Jun 21. 2024

인터넷 커뮤니티

나는 인터넷 커뮤니티의 준전문가이다. 약 십오년 정도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를 해왔기 때문이다. 준전문가로서 인터넷 커뮤니티를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그것은 뒷담화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면에서 뒷담화인가. 첫 번째로 하나마나한 것이라는 점이다. 두 번째로 듣다보면 종종 재밌다는 점이다. 세 번째는 과몰입하면 bitch가된다는 점이다. 



존재냐 언어냐.


존재라는 것은 자연스럽다. 누군가와 같이 많은 시간을 보낸다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그의 존재에 영향을 받는다. 


말이라는 것은 급하다. 자연스럽게 따라오길 기다리는 대신 '따라와!'하고 소리친다. 그렇다면 '따라와!'라고 외치는 사람은 따라갈만한 사람인가? 알 수 없다. 하지만 말이 가지는 그 폭력성이 우리의 행동을 제약한다. 우리는 따라가거나. 아니면 저항해야 한다. 즉, 말은 우리를 부자연스럽고 긴장된 상태로 내몬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존재가 없다. 말만 남아있다. 그런데 우리가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것. 자연스럽게 배우는 것은 존재를 통해서이다.


누군가 말할 수 있다. '말을 통해서도 배울 수 있지 않나요? 말도 존재의 일부기도 하잖아요.'  말을 통해서도 배울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적절한 배움인지. 필요한 배움인지 알기도 전에 말은 급박하게 우리를 밀어 붙인다. 


그러므로 인터넷 커뮤니티는 우리를 부자연스럽고 긴장되며 쫓기는 상태로 내몰게 된다. 그곳에는 말만 있을 뿐. 존재가 없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물을 수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라는 것은 결국 트렌드를 반영하는 거고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를 반영하는 것인데, 내가 사는 사회의 트렌드를 알고 사람들의 생각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은 좋은 것 아닌가요?'


우선 알아둬야 할 것이 있다. 말이 많은 사람은 부자연스러운 사람이다. 직업이 서비스직이나 영업직이라서, 인플루언서, 작가 혹은 선생님이어서 혹은 마음에 드는 여자를 꼬시기 위해 말을 하는 그런 것 말고.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쓸데없이 말이 많은 사람은 마음이 정리되지 않은 사람이다. 


커뮤니티에 쓰여진 글은 누가 시킨 것인가? 직업적인 필요에 의한 것인가? 그 어떤 명분이라도 가진 것인가? 아니다. 대부분은 그저 혼란한 마음이 비명을 지르는 것일 뿐이다. 


누군가는 말할 수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전문가도 많고 인생을 잘 사는 사람들도 많은데요.' 만약 당신이 병원에서 의사를 만났다면 의학적 소견을 듣고 싶지 의사 와이프의 수상한 취미나 시끄러운 이웃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 커뮤니티 속 의사는 당신이 듣고 싶어하지 않을 말만 골라할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무엇인가? 그 혼란한 마음들이 혼란한 원인이 그 글을 읽는 우리에게도 남는다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가득 찬 것을 흘려 보낸다는 말이 있다. 걱정거리가 가득한 사람은 걱정을 흘려 보내고 의심이 가득한 사람은 의심을 흘려 보낸다.


누군가 커뮤니티에서 '그런 싸이코패스 같은 사람이 생각보다 우리 주변에도 많습니다.' 라고 말한다던가 '나는 나이가 많아서 - 학벌이 안돼서 - 금수저가 아니어서 그런 일은 못해' 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 말들에 우리가 굳이 동의를 하지 않아도 그 말들은 마음 속에 남아 걱정과 의심을 키우게 된다. 


누군가는 물을 수 있다. '그렇다면 커뮤니티의 장점은 없나요?' 


인터넷 커뮤니티가 부정적이든 불신이 가득하든 어쨌든 그것 또한 존재하는 사회의 단면이고 사람들의 생각이다. 그런 면에서 인터넷 커뮤니티 또한 이용하기 나름일 수 있다.


다만 습관적으로, 혹은 무비판적으로 빠져 있다가는 사회의 부정적이고 징징대는 어두운 반쪽짜리 단면에 동화될 수 있다.


뒷담화와 같다. 때로는 뒷담화에서 들었던 사실이 예상 밖의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굳이 따지자면, 뒷담화랑 엮일 필요가 없다. 살다보면 엮일 수는 있어도 적당히 거리를 두는 게 낫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아예 뒷담화와 철벽을 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마찬가지로 커뮤니티와도 철벽을 쳐서 끊어버리는 것도 역시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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