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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잉 Jul 13. 2024

심리학이 어떻게 사람을 변화시키는가

심리학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는 마음이 편하다. 왜냐하면 나는 심리학을 이미 졸업했기 때문이다. 학위를 땄다는 뜻이 아니다. 심리학에서 배워야 할 것은 모두 배웠다는 뜻이다.


나는 나 자신에게 한 번 더 말할 만한 가치가 있는 사실들을 글로 쓰고자 한다. 그럴 때에 나는 온 마음을 다해 글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만약 별 관심도 없는 것들에 대해 말한다면 나는 쉽게 냉소적이 되거나 허술해질 것이다.


심리학은 조금 예외다. 심리학에 대해서 나는 상기할 필요가 없다. 말했듯이, 심리학에서 배워야 할 것은 모두 배웠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심리학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많은 사람들은 학문적 권위를 통하지 않은 이야기를 받아들이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을 아는 데 거창한 심리학 이론이나 연구는 필요없다. 그것은 오히려 방해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들의 마음에는 논리의 벽이라고 부를만한 것이 있다. 논리적 검증을 거친 것은 그 벽을 넘어 믿을만한 사실이 되고 논리적 검증 없이 스치는 이야기로, 시적이거나 종교적인 방식으로, 직관적이고 감정적인 방식으로 접한 것은 꺼림칙한 사실이 된다.


꺼림칙한 사실은 사람을 변화시킬 수 없다. 사람이 배워서 변화하기 위해서는 전적인 믿음이 필요하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전적인 믿음을 가지기 위해서는 학문적인, 통계적인, 논리적인 검증을 거쳐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므로 당신은 인간의 마음을 본격적으로 배우기 전에 먼저 인간의 마음을 다루는 학문을 뛰어넘어야 한다.


만약 당신이 단 한 권의 심리학 책도 읽어본 적이 없다면, 심리학 책을 읽는 것은 당신에게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당신은 당신이 대단한 지식을 얻었다고 생각하게 될지도 모른다. 당신이 어떤 심리 상태에 있든 간에 심리학 책은 당신의 심리 상태를 정의하고 원인을 알려주고 원한다면 해결책까지 제시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 그것은 당신의 친구도 할 수 있는 말이다. 당신의 가족도 할 수 있는 말이다. 심지어 당신 스스로도 떠올릴 수 있는 말이다. 당신의 친구가 '나가서 바람이나 쐐 시발련아' 라고 말할 것을 심리학 책은 '햇빛은 세로토닌 수치를 늘려주고 뇌에 새로운 자극이 들어오면 감정적 전환이 쉽게 일어날 수 있다' 고 말할 뿐이다.


논리, 과학적 언어에는 힘이 있다. 그것은 일반적인 언어가 가지는 힘과 다르다. 과학적 사고는 현대인의 종교나 다름없다. 저명한 박사가 과학적 용어를 들먹이며 당신에게 말을 할 때, 그것은 마치 원시 시대 예언자가 부족민에게 신의 뜻을 전달하는 것 같은 효과를 가진다는 것이다. 물론 당신은 부족민이 예언자가 죽으라면 죽는 시늉이라도 했던 것처럼 과학자가 죽으라고 한다고 죽지는 않겠지만, 그 밑에 깔린 심리적 기제는 동일하다는 말이다.


당신은 과학적 진술이 집약된 심리학 책을 읽으면서 힘을 받을 수 있다. 나 역시 그러한 경험을 해보았고,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을 알고 있다. 나는 그것이 좋거나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이내 끝난다는 것을 알고 있을 뿐이다.


그것이 끝나는 방식은 이러하다. 당신은 당신이 불안한 이유를 알고 싶어한다. 당신은 불안을 다룬 심리학 책을 읽는다. 당신은 책의 친절한 조언을 따르고 불안감을 줄어들었음을 느낀다. 당신은 책의 조언에 따라 건실하고 바쁘게 살다가 이내 공허함을 느낀다. 이제는 공허함을 다룬 심리학 책을 읽기 시작한다. 이번에도 친절한 조언을 따르고 공허함이 줄어들었음을 느낀다. 당신은 친절한 조언에 따라 선행을 하고 친절한 웃음을 보이며 살고 있다. 그런데 이내 우울해지기 시작한다. 이번에는 우울을 다룬 심리학 책을 읽을 차례다. 마찬가지로 우울함이 줄어들었음을 느낀다. 그런데 이게 왠걸? 이젠 다시 공허해지기 시작한다. 다시 읽은 공허함에 대한 심리학 책은 예전 만큼 힘을 주지 않는다.


당신은 심리학적 조언이 당신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당신을 이리저리 움직이게 할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하나 더 알아둬야 할 것이 있다. 당신의 심리 상태는 당신이 선택한 것이고 당신에게 필요한 것이라는 사실이다. 당신이 심리학 책을 통해 어설프게 자신의 마음을 다루려고 한다면 당신은 다른 중요한 것을 놓치게 될 수 있다.


당신의 우울은 분석적 언어의 힘으로 덮어놓아야 할 것이 아니다. 생생정보통이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에 나올법한 조언으로 다루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당신의 감정은 곧 당신의 잠재적인 에너지이다. 당신은 그것을 심리학적으로 '해결'할 수도 있지만, 그 에너지를 통해 새로운 일에 도전할 수도 있고 어려운 일을 견뎌낼 수도 있는 것이다.


당신이 감정의 해소에만 집중한다면 당신은 전체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당신에게 지금의 감정이 드는 것은 당신 삶 전체를 놓고 봤을 때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심리학이라는 것은 초점을 고정시키고 시야를 제한하는 하나의 렌즈와 같은 것이다. 당신이 당신에게 필요한 목표를 정확히 알고 있다면 심리학은 당신을 도와줄 것이다. 당신이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 감을 못잡고 있다면 심리학은 하나의 아이디어가 되어 줄 것이다.


동시에, 심리학은 한계가 명확하다. 언젠간 당신은 심리학을 뛰어넘어야 한다. 달마 대사가 불교 경전에 쓰여진 내용들을 모두 잊어버리라고 했던 것처럼 말이다. 정말 중요한 사실들은 말만으로 표현되지 않으며 과학적 방법론이라는 틀 안에서는 더욱 더 표현이 제한된다.


결론은, 심리학을 활용하되 때가 되면 심리학을 넘어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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