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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림IC빠름 Feb 18. 2022

그 아무개는 어디에 있나

빨간 신호에 걸려 자동차를 멈춰 세운다. 그 틈에 오토바이 한 대가 유유히 지나간다. 왜 인지는 모르겠으나 대학시절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던 선배 한 명이 생각났다.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 그 선배가 강의실에 들어설 때면 옆구리에 끼고 있는 고급진 헬멧이 가장 눈에 먼저 들어왔다. 강의실에서 그 선배와 인사도 나누고 몇 번의 대화를 하기도 했으나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그 선배의 얼굴, 심지어 헬멧도 기억이 나는데 이름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나저나 그 선배는 아직도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려나?


인생이 지나침의 연속이라지만, 기억할만한 지나침이라는 게 있을 텐데, 왜 나는 헬멧과 같은 불필요한 지나침은 기억하면서 이름을 기억하지 못할까. 내가 기억하지 못하고 지나친 것들이 얼마나 많을까. 나를 무수히 지나치고 간 그 아무개는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으려나. 그들도 나의 어떤 부분들을 기억하면서 이름을 잊고 떠오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들이 기억하는 나는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으려나? 이럴 줄 알았으면 헬멧과 같은 특징이 있는 물건이라도 들고 다닐걸 그랬다. 기억하지 못해도 상관없지만, 나를 지나쳐간 아무개들 모두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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