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돌 무렵,
부모는 아이의 거울이 된다.

24.6.24. 비니 +708일 '에어컨 여기 있잖아'

by 비니아빠

본격적인 언어 발달 단계에 접어든 우리 아이는 인지 능력이 하루가 다르게 발달 중이다.

아빠가 하는 말을 꽤 오래 듣고 있기도 하며,

내 말을 듣고는 무엇인지 모를.. 갸우뚱 하는 표정으로 생각하는 탓에 틈이 생기는 순간도 있다.


요즘 들어 우리 아이가 달고 사는 표현은 주로

'이게 파란색이야', '어디로 갔지?', '아빠방에 가보까?' 지만,


오늘 새로운 표현이 추가되었다.

길다란 막대기(볼트처럼 홈이 파져 있다)에 구멍이 난 동그란 판을 맞추어 놓으면,
휘리릭~ 빙빙빙 돌며 내려가는 장난감이 있다.


오늘은 이걸 어떻게 하는지 모르는 아빠에게 사용법을 설명하고 싶었나보다.

'이렇게 하면 내려가', '이렇게 하면 빠져'

막대기를 바로 두고 고사리 손으로 동그란 판을 구멍에 맞춰 넣으며 의기양양하게 말한다.

'이러케 하면 내려가!'

그러더니 막대기를 반대로 뒤집고는

'이러케 하면 빠져!'

라고 말하는 우리 아이.


팔불출 아빠는, 아이의 이런 변화를 보며 오늘도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현상을 관찰하고, 사용법을 익히며 이를 자신의 언어로 누군가에게 설명할 줄 알게 되는 것.

23개월차 아기가 꽤 정확한 문장을 구사하는 이런 순간이 어찌 감동이 아닐까?


아이가 두돌을 맞이할 무렵, 부모는 아이의 거울이 된다.


관찰력이 좋아지고, 무엇이든 따라하기 시작하는 나이.

단어를 그대로 따라하는 복사기 같은 행동을 넘어, 아빠 엄마의 말을 이해하고 대답할 줄도 아는,

사회화를 통한 협력. 서로 소통할 줄 알며, 도구를 사용할 수 있는 존재로서
영장류 중 으뜸의 위치에 이른 인간의 성공은, 어찌보면 이때부터 시작된 뇌의 급격한 성장, 언어 표현의 발달에서 기인한 게 아닐까.


어른들께서 발달 시기마다 아이를 키우는 아빠, 엄마에게 늘 하는 말이 있다.


'목 아래를 만져보고 땀이 나면 아이가 더운거란다.'

'아기는 성장통이 심해서, 밤에 항상 다리를 주물러줘야 해.'

'뜨거운걸 항상 조심해야 해. 화상은 정말 조심해야 한다.'


아직 목가누기, 뒤집기 단계 발달 수준의 아주 어릴 때는 조심해야 할 것들이 수없이 많지만

그 이후에도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늘상 저런 가볍지만 새겨 들어야 할 조언을 듣고 산다.


708일을 맞이한 우리 비니와 함께 하는 요즘,

아내와 나, 스스로 깨닫기도 하고 주변에서 말해주기도 하는 한마디가 있다.


'애기 앞에서 입조심해'


이제 정말 입을 조심해야 하는 게 일상이 되었다.


무심코 뱉은 감정적 표현과, 부모가 서로를 향해 보이는 표현, 감정을 아이는 정확하게 읽어낸다.

그러고는 자신만의 해석을 통해 부모의 말을 받아들이고 대답하거나, 새롭게 행동하곤 한다.


내가 아내를 부를 때 하는 'OO야~'하는 표현을 듣고는, 'OO야~ 하고 아빠가 불러써'라고

그대로 따라하는 게 아이다.

공과 풍선을 유달리 좋아하는 아이에게, '풍선은 아빠 엄마만 부는거야~ 비니는 불어달라고 하면 돼~'라고 말한 이후부터는
자기가 불려는 시도를 하지는 않지만,

'저기 가보까? (기어이 풍선을 찾아 내고는) 아빠가 불어' 라고 내게 지시하는 아이가 되었다.


아이는 부모를 통해 표현을 배우고, 그렇게 유년기 성장의 기반을 마련한다.


다행히 우리 부부는, 아직까지 크게 다투지 않고 서로를 배려하며 살고 있다.

누구 하나 한쪽 방향으로 치우침 없이 꽤 가정적이고, 헌신적인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다고 믿고 있다.

행복한 가정이라는 지속 가능해야 할 명제 앞에,
우리가 배려와 사랑 넘치는 삶을 지속해야 할 명확한 이유가 바로 우리 둘 사이에 태어난 아이가 아닐까.


아이가 똑똑하게 행동하고, 명석하게 말하면 부모는 흐뭇한 마음을 갖게 된다.

더 나아가 아이가 밝고 구김이 없되, 예의 있고 생각이 올바르면 부모 뿐 아니라 주변을 환하게 만든다.


구김살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어른들이 말하는 꼰대스러운 표현 중 하나가 '가정교육, 가정환경, 가정형편'인데, 아이를 낳고 키워보니 표현의 강도가 지나쳤을 뿐 아이가 보이는 이상 행동에는 부모의 행동, 교육관, 육아과정 등의 복합적 원인이 있다고 느낀다.


23개월차 아이를 키우며 체감한 진리, '부모는 아이의 거울이 맞다.'


나를 거울처럼 바라보며 따라하는 아이를 위해서 나 스스로 작은 표현도 신경써서 바르게 하고, 아이가 보는 앞에서 과격한 행동을 하지 않게 된다.


맞다. 아이는 놀랍게 성장하지만, 아이의 태도는 자연스럽게 길러지지 않는다.

부모를 보며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게 아이다.

부모도 아이를 키우며 노력해야 한다.


우리 아이를 예쁘고 바르며, 선한 영향력으로 세상을 밝게 하는 사람으로 길러내고 싶은 초보 부모는

육아라는 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매우 험난하지만 보람찬 길 위에 함께 서 있다.


힘내보자 비니 아빠, 비니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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