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출간을 목표로 여러 명의 일반인이 쓰는 독립출판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형식은 시와 에세이고, 주제는 "당신의 블루는 어떤 색인가요?"다. 오늘은 1차 마감이고, 나는 게으른 사람이므로 퇴근 지하철에서 쓰기를 시작했다.
사람들은 내면에 무지개를 하나씩 품고 있다.
그 무지개는 때때로 색깔이 변하면서 나에게 "지금 당신은 이런 색이야"라고 말해준다. 어떤 사람들은 초록색을 자주 느끼고, 어떤 사람들은 빨간색을, 또 다른 사람들은 노란색을 다른 사람들보다 자주 발견한다. 그 무지개는 인간들의 언어로 '감정'이나 '생각'따위로 표현되곤 한다. 사람들은 내면의 무지개 색깔에 따라서, 자신의 색깔을 밖으로 뿜어낸다.
감정에 관한 다소 뻔한 이야기인 것, 나도 안다. 다만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영화 '인사이드 아웃'이나 웹툰 '유미의 세포들'처럼 귀엽고 낭만적이지가 않다.
문제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색깔을 그대로 뿜어내지 못한다는 데에 있다. 우리는 너무 많은 상황에서, 너무 많은 사람들로부터, 너무 뻔한 색깔을 분출하기를 강요받는다.
우리는 교육과정부터 '이런 상황에서는 이런 색'을 보여야 사람들이랑 어울릴 수 있다고, '이런 사람한테는 이런 색'을 보여야 그가 당신을 좋아할 것이라고, 앞으로 너는 '이런 색'을 가진 사람이 되어야 성공한 인생을 살 수 있다고, 5지 선다형의 시험지를 앞에 두고 수많은 정답의 색깔들을 골라낸다. 그렇게 성공한 나는, 성공하고 싶은 너는, 어떤 사람들 앞에서 내 무지개가 말하는 보라색 대신 그가 좋아할 주황색을 꺼내며, 내 무지개의 진짜 색깔을 들킬까, 그래서 그것이 나에게 불이익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전전긍긍한다.
그것은 일종의 불편이고, 수많은 부당을 감춰주는 기득권들의 놀이이고,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죽음으로 몰아가는 가장 빈번한 폭력이다.
존중받아 마땅하고, 누구보다 소중하며, 축복받은 삶은 선물받은 나는 그리고 너는, 인류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은(범죄자는 제외한다) 공평하게 하나의 무지개가 있고, 누구나 그 안에서 색깔의 변화들을 감지하는데,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무지개와는 무관하게 억지로 자주 빨간색을 꺼내야 하고, 어떤 사람들은 스스럼 없이 자신의 무지개를 무례하리만큼 자주 꺼낼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진다.
내면과 다르게, 우리가 밖으로 꺼낼 수 있는 색깔의 빈도와 범위에는 명확한 차별이 발생한다.
그래서 나는 무지개를 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어떤 사람들이 나를 마주했을 때, 그들의 무지개를 스스럼 없이 꺼낼 수 있으면 좋겠고, 나와의 관계가 조금도 불편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나는 당신이 꺼내는 여러가지 색깔에 귀 기울일 수 있고, 그래서 그 색깔이 초록색이든 파란색이든 그대로 바라보고 받아들일 수 있으며, 당신이 보여주는 단편적인 색들이 당신이 가진 무수히 많은 잠재적인 색들 중에 일부임을 안다고. 그것으로 함부로 당신이 어떤 색을 가진 사람이라고 한정하지 않을 것이고, 함부로 나의 색을 강요하지도 않을 것 같은 사람. 나는 당신을 마주하고 소통하는 동안 도화지가 될테니까, 너는 그 위에 마음껏 짜고 싶은 물감으로 낙서를 해도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왜냐하면 색깔을 강요하는 사람들은 너무 많고, 매번 뻔한 색깔만을 사용해서 삐져나가지 않게 칠하는 건 숨 막히는 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