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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nghyun Kim Mar 15. 2020

나, 인도 갔다왔다-프롤로그

그럼에도 인디아

뉴질랜드, 일본, 중국, 태국, 필리핀, 라오스,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스페인, 스위스, 독일, 체코, 헝가리,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오스트리아, 슬로바키아, 크로아티아, 그리스, 튀니지 그리고 인도.  


나에게는 어렸을 때부터 외국 여행을 할 수 있는 행운이 많이 주어졌고, 그렇게 24번이 넘는 국경을 넘었다.

"어디가 가장 좋았냐?" 거나 "어디를 다시 가고 싶냐"는 질문을 봤을 때면 나는 쉽사리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런데 "어디가 가장 기억에 남느냐"는 물음에는 망설임 없이 인도라고 답한다. 그 답에는 " 좋았다"와 "다시 가고 싶다"는, 잘은 모르겠지만, 왠지 그런 것 같은 마음이 숨어 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설명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어느 회사 면접에서 "왜 좋았냐?"는 질문을 받았었는데,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나는 인도에서 몇 번의 사기를 당했고, 번번이 연착되는 기차를 몇 시간씩 기다렸고, 심하게  배탈이 났고, 강박적으로 내 자신과 소지품을 지켰고, 소가 사람을 공격하는 것을 목격했으며, 공중 화장실을 이용할 때마다 더러움에 치가 떨렸다.

여행자의 거리로 불리는 빠하르간지의 아침 풍경은 기대와 많이 달랐다.

또한 나는 인도를 찬양하는 어느 여행자들처럼 긴 수염의 현자를 만나 인생의 진리를 깨닫는다던가, 겐지스 강을 바라보며 삶과 죽음에 대한 답을 얻는다던가 따위의 '성스러운 경험'을 하지 못했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이상적이고 자유롭게 살아야겠다는 '히피스러운 교훈'을 얻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인도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보낸 시간들이 그 어느 때보다 그립다. 그래서 언젠가 나의 첫 여행기를 쓴다면 인도에 관한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오래 전부터 생각했다. 그리고 4년이 지난 지금, 기억이 더 흐릿해지기 전에 기록하고 싶다.


이 매거진은 2016년 1월 17일부터 2월 말까지, 약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 내가 경험한 인도에 관한 이야기다. 인도 여행을 고민하거나, 인도가 궁금하거나, 인도를 그리워하는 누군가에게 내가 겪은 사건들과 그 속에서 느낀 감정들을 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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