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사랑 언어 1

영화 '노아'

by 신동일

1. 영화 '노아'는 2014년 개봉작인데 흥미롭게도 미국에서보다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개봉되었다. 기독서사를 담고 있는 영화가 대개 그러하지만 '노아' 역시 인터넷 논객들의 치열한 논쟁이 있었다. 두어편 글을 읽어보다가 더 생각하고 싶지 않아서 간단한 제 영화 후기를 남긴다.


2. 순대국밥을 배부르게 먹자마자 영화를 보았는데 스토리 초반에 잠이 들 뻔도 했다. 전날 밤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가급적 잠이 깨는 차가운 음식을 먹고 영화를 보면 좋을 것이다.


3. 서사가 갑자기 복잡해지면 화내는 분들, 아니 드라마 장르에 기본적으로 취약한 분들, 인간의 복잡한 감정이나 관계의 다면성을 수용하고 싶지 않고 그저 기쁘고 행복한 느낌으로 살기 원하시는 분들은 이 영화보다 'Evan Almighty'를 한번 더 보시는게 나을 것이다.


4. 제가 20대일 때 Jennifer Connelly도 20대였다. 난 그녀의 모든 이미지를 너무나 사랑했다. 쳐다만 봐도 행복할 만큼. 이제 그녀는 40대, 아니 50대? 아, 흘러간 시간이 정말 미웠다.


5. 방주를 준비하며 방주에서 살아가는 가족간의 갈등, 노아의 복잡한 심리가 묘사되면서 저는 잠이 확 깼다. 아무리 선한 자라고 해도 모두 다 죽고 살아남야 하는 자로 살아가는데 저만한 고통이 없었을까 생각이 들었다. 여자를 품고, 질투를 하는 아들들과 아내를 질타하고, 며느리의 태중 아이마저 노아가 죽이려는 여러 장면에서 확실히 잠이 깼다. 성경에 적혀 있는 건 말고 다른 건 우리가 모르지만 방주의 삶은 분명 인간들의 다양한 욕망이 어떻게든 드러났을 것이다.


6. 방주 안에서 노아가 가족에게 천지창조를 들려준다. 그 때 보여주는 창조의 이미지가 기억에 남는다. 나 또한 크리스쳔이며 흑암에서 시작된 창조를 믿는다.


7. 성경이 주는 믿음과 소망으로 살아가시는 분들이 매우 불편할 장면들이 있다. 정신건강을 위해서 그 분들은 영화 ‘노아’를 아예 보지 않을 것을 권한다. 내가 Horror Movie를 절대 보지 않는 이유와 같다.


8. 그러나 혹시 독실한 크리스쳔 중에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감히 하나님의 서사, 그것도 구약의 노아를 이렇게 할리웃 영화의 시나리오로 재단한 것이 너무 못마땅하다면, 그래서 그런 걸로 논쟁에 참여하고 싶다면... 제발 친절하게, 그리고 세상이 사용하는 언어로 토론에 참여해주길 바란다. 이 영화가 성경을 왜곡한다는 논점의 글을 읽어보았는데 대개 이런 식으로 아주 감정적으로 훈계한다: ‘성경도 모르면서 모두 교만하다. 하나님이 우리가 모르는 크신 분이다.’


9. 그러나 하나님은 인간의 언어로, 또 지성의 이해로부터도 그의 서사를 깨닫게 하시는 분이다. 그러니 '노아'를 놓고 하나님의 선함을 말하고 싶다면 그런 식으로 사람들을 훈계하고 혼내지 말아야 한다. 대체 세상 사람들은 무엇으로부터 하나님에게 다가가고 알아가고 변할 수 있나? 그들이 갑자기 성령체험이라도 하기를 기대하는가? 지성도 하나님의 선물이다. 차근차근 가르치고, 알려주면 좋겠다.


10. ‘독실한’ 기독인들이 좀 더 선한 마음으로, 영성 만큼이나 지성의 언어로, '노아'와 같은 대중문화에 대해 말을 걸면 좋겠다. 영화 한편으로 종말이 오는 건 아니다. 너무 다급해보이지도 않았으면 한다. 내가 만난 그리고 지금도 만나는 수많은 -자칭 -타칭 독실한 크리스쳔 대부분은 (내가 보기에도) 그들의 기도 제목과 일상 안에 들어가 보면 말도 안되는 인본적 우상과 세상적인 가치를 붙들고 살아간다. 만약 '노아'에 관한 평론처럼 교인들의 고만한 삶과 생각을 지금 곁에서 훈계한다면 교인들 대부분은 모두 민망하거나 삐쳐서 교회로 나가지도 못할 것이다.


11. 인간 노아에 집중한 할리웃 영화 ‘노아’를 많은 분들에게 추천한다. 인생은 복잡하다. 믿는다는 건 치열한 일이다. 하나님은 살아계신다. 계속 (기독) 서사의 힘을 믿는 분들, 비판하는 세상 글에 너무 쫄지 말고 그냥 쿨하게 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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