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주여성과 언어차별

by 신동일

아래 글은 수정 및 편집 과정을 거쳐 2024년 2월에 출간된 다음 단행본 원고에 포함되었습니다: '버티는 힘, 언어의 힘' (신동일 저, 서울: 필로소픽)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2228266


결혼이주여성이 남편에게 마구 폭행을 당했다. 사회적 논의는 아동학대나 여성폭력에 관한 공분으로, 혹은 다문화가정과 이주민 정책에 관한 불만으로 확장되고 있는데 나는 언어가 달라 부정적 감정이 쌓였고 한국말이 서툴러 생긴 일이라는 남편의 말에 주목한다.


생김새, 성별, 나이, 사는 곳, 인종이 달라 결국 폭언과 폭행이 있었다는 말을 우리 중에 누가 섣불리 할 수 있을까? 그런데 언어가 다르면, 한국말을 잘 못하면 그런 일이 생길 수도 있다는 공포를 아직도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조그만 도시에 사는 여성 이주민에게만 적용된 언어차별이 아니다. 자신의 선택과는 무관하게 습득하기 시작한 엄마의 언어, 즉 모(국)어가 다르다는 이유로 배제되고, 표준어를 사용하지 못한다고 놀림을 받으며, 어린 시절에 이주를 경험했기에 복수의 언어들을 횡단하며 사용하는 것일 뿐인데 그렇게 말하면 재수 없다고 왕따를 당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나. 어른이 된 우리들은 영어를 배우는 곳에서도 수치심과 폭언을 경험해야만 했다. 영어공부는 너무나 중요했기 때문에 그걸 제대로 못하면 시험성적 순으로 자리가 배치되는 모욕을 감수했고, 수십 개의 영어단어를 제대로 외우지 못할 땐 책상 위에서 무릎을 꿇고 맞아야 했다. 이주민 엄마든 어린 학생들이든, 한국어든 영어든, 교실 안이든 밖이든, 언어가 달라서 문제이고, 중요한 언어를 잘 못해서 문제이니, 부정적 감정은 쌓이고 폭력도 묵인되었다.


그런데 언어는 정말 그토록 문제의 변인일까? 정말 더 중요한 건 따로 있는데 언어만을 자꾸 핑계 삼는 건 아닐까? 정말 한국어를 잘 배웠다면 남편의 폭력은 없었을까? 한국어를 잘하게 하면 다문화의 갈등적 사회구조는 해결될까? 한국어시험이나 영어시험을 잘 보면 사회통합이나 글로벌 경쟁력을 거뜬히 감당할 수 있는 것일까?


목표 언어를 잘 배우면 그만한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우리는 달라진 정체성으로 다른 삶을 살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언어를 못해서 문제이고 그것을 해결하면 다른 문제들도 해결할 수 있다는 인과의 필연성은 단일하고 동질적인 언어사회 구조를 고착시키는 언어결정주의 논리일 뿐이다. 피부색깔과 젠더의 차이에 구조적 권력관계가 있듯이 언어들 사이에도 위계가 있다. 언어차별은 언어에 차등을 부여하면서 특정 언어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거나 빨리 배우지 못하면, 모욕하고, 배제시키며, 신체적 위해마저 정당화시킬 수 있는 배타주의 이념이다.


어릴 때 내 엄마로부터 습득한 언어는 쓸모가 없게 되고 보다 우월하다고 믿기는 낯선 언어를 서둘러 능숙하게 배워야 했던 불편한 경험을 생각해보자. 공적 공간뿐 아니라 사적인 관계에서도 편견이나 박해로부터 자신이 말하고 싶은 언어를 선택할 수 없었던 공포심을 기억해보자. 자신의 모어로부터 만들어진 관계와 교육의 경험을 존중받지 못했을 때, 우리 모두는 어디선가 영토화된 언어의 주인님들에게 그저 외국인이고, 비원어민이며, 부적합한 언어사용자로 위치되지 않았던가. 폐쇄적인 언어사회는 다양한 언어들을 조합하여 사용하는 필요나 재미, 또는 언어학습의 서로 다른 관심이나 속도를 좀처럼 존중하지 않는다. “언어가 통하지 않아” “언어를 잘 배우지 못해” “언어시험 성적이 낮아서”…. 언제나 언어의 결핍 단면만 골몰한다.


젠더의 권리가 주목받고 있는 한국 사회이다. 인종 차별은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다수에게 이미 의식화되었다. 그럼 언어에 관한 편견으로부터 허락되고 있는 언어차별은? 자민족 중심주의로 둘러싸여 폭력마저 정당화될 수 있는 단일성, 순수성의 언어주의 체계에 돌멩이가 날아들기 전에 언어만을 무슨 대단한 독립변인처럼 문제화시키며 미숙한 언어사용자들을 교정해서 해결책을 구하겠다는 언어-문제의 권력담론은 힘이 빠져도 한참은 더 빠져야 한다.



보도기사 출처: 국민일보 2019년 7월 7일. ‘무차별 폭행’ 노출된 결혼이주여성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3470449&code=61121111&cp=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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