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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동일 Oct 03. 2022

집으로 가는 길 3

쉼과 안식일의 여유

1. 어제 안식일을 잘 보냈다. 영혼의 안식이란 이런 것 같아서 너무 만족스럽다. 아침엔 느긋하게 아내와 소소한 얘기를 하다가 브런치를 간단히 먹고선 근처 둘레길을 걸었다. 


2. 출석하는 교회 창립일이라서.. 점심시간 즈음에 교회에서 주는 국수와 떡을 먹었다. 예배를 마치고는 집으로 곧장 오지 않고 잘 가는 곳에 들려 차를 마시며 얘기도 나누고 성경도 읽었다.


3. 요즘 로마서에서 갈라디아서까지 다시 읽고 있다. 지난 수 년 동안 내면의 저항이 있었지만.. 어쩌면 2022년으로부터 삶의 양식이 온전히 리셋될 것 같다는 희망이 넘친다. 내 삶은 지금 하나님의 창조 리듬에 맞춰지고 있다.


4. 로마서 8:6: '성령의 생각은 생명과 평안입니다.' 


5. 어제 밤 산책을 할 때인가.. 소박한 영적 삶에 만족하지만 이러다가 조악한 세상 권력에 대처하지 못하고 작고도 초라한 삶을 살지도 모르겠다고 나도 모르게 투덜댔다. 그런 생각이 내 안에 훅 들어올 때가 있다. 밤 산책 때 주로 그런 편이다. 


6. 우리 모두 비슷한 상실과 고통을 겪는다. 그리곤 대개 더욱 거칠게 살거나 무심한척 하지만 두려움을 안고 도망자의 삶을 산다. 


7. 고린도전후서를 읽으면서.. 굳이 연약한 자를 택하시고 믿음 위에 굳게 설 것을 권고하는 말씀을 보았다. 위로와 감동.. '생명과 평안'의 원천이 어디인지 차분하게 다시 고백할 수 있었다. 


8. 약함으로부터 "내 은혜가 네게 족하다"는 복음.. 이걸 100번도 더 넘게 들었을텐데 새삼 놀랍고도 감사하고 마음이 설렌다. 바울은 자신의 약함을 오히려 기뻐하고 자랑한다고 했다. 


9. 저녁식사는 어제 사둔 광어회로 초밥을 만들어 먹었다. 호떡도 만들어 먹고 빗소리를 들으며 이런 저런 상념에 잠길 뻔 하다가.. 감사하게도 강아지를 안고 꿀잠에 잤다.


10. 쓸데 없는 생각 안하고 1시간쯤 자니까 몸도 상쾌하고 아직도 들리는 빗소리는 너무 좋다. 눈 앞에 보이는 아끼고 사랑하는 신앙서적 묶음을 쳐다보다가 문득.. 어쩌면 기쁘게 일을 다시 시작할 수도 있겠다.. 그런 생각이 솟았다.


11. 어린아이가 놀이터에서 뛰어 놀듯이 안식일마다 기쁨의 의례를 더욱 만끽하고 싶다. 예배와 한적한 쉼이 있는 안식일은 언뜩 보기엔 비효율적이거나 어리숙하거나 산만하게 보인다. 우리는 쉴 때조차도 잘 놀아야 한다면서 촘촘한 일정과 생산적인 성과를 감안하기도 한다. 하지만 노는 것과 쉬는 건 다르다. 놀아도 쉬지 못할 때가 많았다. 온전하게 안식을 할 때 다시 버틸 수 있고 그만큼 회복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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