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모임
어릴때부터 그랬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보다 혼자 있는 걸 더 좋아했다. 왜 그런지는 아직도 모른다. 그냥 내 성향이 좀 내성적이라 그랬던 것 같다. 혼자 쉬면서 생각하고, 책 읽고, 피아노 치는 것. 그게 내 어릴 적의 일상이었고 그럴 때 난 가장 안정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있을 때 가장 근심 걱정이 없었다.
한번도 이런 내 성격이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그러다 학교에 입학하고, 여러 사람이 모인 곳에서 생활하게 되면서 나는 처음으로 내 성향에 의문을 품게 되었다. 왜 난 다른 친구들처럼 활발하지 못하지? 왜 난 단체생활만 하면 소심해지고 나만의 동굴에 숨고 싶어지는 거지? 라는 의문들이었다. 팀플레이가 가장 싫었고, 친하지 않은 친구들과 강제로 모여야 할 땐 그것만큼의 스트레스도 없었다.
그런 내가 회사에 들어왔고, 소위 말하는 동기들이 생겼다. 대학교 때도 동기들이 있었지만 중고등학생 때처럼 친한 친구들끼리 친해지곤 했다. 하지만 회사에 들어오니 조금 달랐다.
나는 불편하고 어색한 모임에 나가는 걸 정말 싫어한다. 사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내가 불편한 곳은 굳이 갈 필요 없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회사에선 편하지 않은 사람들과도 밥을 먹어야 하고, 즐거운 척도 해줘야 한다. 그게 사회생활이란다. 그런데 나는 그게 어려웠다. 아니, 어렵다 여전히. 가뜩이나 회사생활하면서 억지웃음 지으며 일하는데 친하지도 않은 사람들과 친한척이라니.. 생각만해도 지친다.
동기모임이 그랬다. 회사에서 만난 동기들과 다 잘 맞을 순 없다. 내성적인 나지만 그래도 사회생활하겠다고 처음엔 동기 모임에 많이 나갔다. 하지만 어쩐지 알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회사’라는 곳에서 만난 사람들이라 그런지 정말 친해질 것 같다고 생각이 드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조금씩 동기들과의 만남을 줄여갔던 것 같다.
최근에도 또 다른 동기모임에서 만나자는 얘기가 나왔다. 문제는 나는 그 모임이 불편하고 가고 싶지 않았다는 거다. 내향적이라서! 라고 단정지을 순 없고, 왠지 모르게 가식적이고 친한척을 해야하는 그 느낌이 너무 싫어서.. 그래서 난 가지 않기로 했다.
외향적인 친구들을 보면 어떤 모임에든 참 적극적으로 많이 나간다. 하지만 난 왠지 모르게 불편하고 어색한 사람들과 모이는 자리에 굳이 나가서 친한 척을 하고 가식을 떨고 싶지가 않다.
대신 나에겐 아주 깊고 좁은 관계의 친구들이 꽤 있다. 그들 중에 완전 외향적인 친구들도 있고 나보다 내향적인 친구들도 있다. 성격이 그렇게 다른데도 10년, 15년이 넘도록 친구인 걸 보면 나에게 맞는 친구들은 따로 있는 것 같다. 회사 동기보다 어느 날 우연히 매장에서 만난 다른 기업 대리와 더 잘 맞고 연락을 하고 지내게 된 걸 보면 말이다.
처음 사회로 나왔을 땐 당연히 외향적이어야 성공할 수 있어. 친구가 많아야 좋을거야. 라는 생각에 불편한 모임들만 주구장창 나갔지만 그 끝에는 허무하게도 진정한 친구는 찾지 못했다. 오히려 우연히 만난 사람들과 오랜 인연을 맺게 되기도 하는거다. 그래서 이제는 결심했다. 굳이 불편하고, 싸하고, 가식적인 느낌이 드는 모임에는 나가지 않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