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남자친구와 국내 여행을 끝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남친이 질문을 했다. “너는 왜 그렇게 문학책을 좋아해? 문학, 철학, 인문학 이런 거 말야. 사실 주제는 한 문장으로 정리가 가능한 걸 왜 그렇게 두껍게 풀어서 설명을 하는걸까?” 남친은 문학보다 비문학을, 나는 비문학도, 문학도 좋아하지만 나의 최애는 문학책이다.
몇 초정도 고민을 했다. 나는 왜 문학이 좋을까? 어쩌다가 문학책을 이렇게 많이 읽게 되었을까? 실제로 직장에 다니면서도 일주일에 적어도 한 권, 많으면 두 권도 읽는 나였기에 나조차도 약간의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내가 깊은 생각을 하기도 전에 나의 입에서는 이런 말이 불쑥 튀어나왔다.
“뻔한 얘기를 누구나 한 문장으로 말할 수는 있지만, 그걸 간접적으로 경험을 하면서 교훈을 얻고, 거기서 더 나아가 내 삶에서 비슷한 일이 생겼을 때, 더 올바른 선택을 하기 위해서인 것 같아. 한 문장으로 달달 외워 그냥 알고 있는 것과, 문학책을 통해 내가 그 책의 주인공이 되어 경험을 해보는 건 다른 거니까.”
요새 유튜브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패러디가 있다. 바로 개그우먼 이수지의 대치맘 패러디. 초등학교도 가지 않은 아이를 학원 뺑뺑이를 돌리고, 영어 이름을 부르며, 영어로 대화를 하는 컨셉, 그리고 강남에 가면 젊은 엄마들이 많이 입는다는 몽클레어까지 입고 나왔다. 어디선가 많이 본 사람들을 정말 똑같이 재현해냈다. 유튜브 영상 하나로 수많은 몽클레어가 당근마켓에 올라오기도 했다고.
유튜브를 볼 땐 웃으면서 봤지만, 나는 오히려 보면서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은 이래야만 하는 걸까? 기괴하다.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리고 문득, 그 엄마들이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를 읽었다면, 적어도 인문학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어서 비슷한 책이라도 읽어봤다면.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만약 그랬다면? 난 아마 아이를 그렇게 키우지 않을 거다.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는 어린 아이에게 가해지는 어른들의 지나친 공부 강요, 시험을 잘 보지 못하면 쓸모없는 사람 취급을 당하는 교육 현실을 고발한다. 주인공 한스는 한창 뛰어놀아야 할 나이에 아침부터 저녁까지 공부만 하면서 몸이 허약해지고, 입학한 엘리트 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해 학교에서 나오며, 결국 자살(나의 추정이긴 하지만)을 한다. 나는 이 소설을 읽고 생각했다. ‘아, 아이를 숨쉬지 못하게 공부를 하라며 숨통을 조이고, 마음껏 자연을 즐기고 뛰어놀아야 할 때 놀지 못한다면, 한스가 그런 것처럼 아이들은 우울해지겠구나. 그리고 그 결말은 좋지 않겠구나. 나는 나중에 아이를 낳으면 다른 방식으로 아이를 키워야겠다. 공부도 중요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 그리고 따스한 햇빛, 솜사탕 같은 뽀얀 구름 아래서 마음껏 뛰어놀며, 푸른 바다 소리를 들으며 문학책을 읽고, 친구와의 우정 등 인생을 살아가면서 평생 기억할 수 있는 추억을 마음껏 들이마시라고.’
수레바퀴 아래서를 읽고, 이수지의 대치맘 패러디를 보면서, 명확히 깨닫게 되었다. 우리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수많은 시간을 살아온 현인들이 미리 경험한 것들, 그리고 그들이 터득한 진리를 우리는 책 한 권을 통해 깨달을 수 있고, 더 올바르고 행복한 삶을 향해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백날천날 ”그 어린나이에 학원 뺑뺑이 돌리면 안돼. 애들은 놀아야지.“ 말해봤자, 뻔한 얘기지 뭐, 하고 옆의 다른 엄마는 국영수 예습을 벌써부터 시킨다네~, 아이가 초등학생인데 밤 11시까지 공부한다네, 이런 말에 혹해서 아이를 고문(난 실제로 그게 고문이라고 생각한다..)한다. 하지만 적어도 [수레바퀴 아래서]를 읽은, 즉, 관련 문학책들을 읽은 엄마라면 ’아, 이렇게 한다면, 아이는 성적은 좋아질지 몰라도 마음은 병들거야. 몸도 허약해질거고. 앞으로 인생을 살면서 행복하지 않을 가능성이 아주 높아질 거야.‘ 라는 아주 사소하지만 올바른 생각을 할 수도 있게 된다는 거다.
결론은 이거다. 책을 읽고, 수많은 시대를 살았던 현자들을 만나보자. 그리고 그들에게서 배움을 얻고 삶의 지혜를 얻자. 지금 당장은 뒤쳐지는 것 같고, 이게 아닌 것 같아도, 앞으로 삶을 살다보면 꾸준히 책을 읽었던 자신에게 감사하게 될 날이 올거다. 나는 그렇게 믿고, 병든 우리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책을 통해 치유를 받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