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츠 카프카의 《유형지에서》라는 단편소설을 읽었다. 아, 애초에 카프카의 소설을 읽게 된 건, 우연히 《변신》의 줄거리를 봤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바퀴벌레로 변한다면?'이라는 내용이 주된 그런 특이하고도 흥미로운 소설. 그래서 카프카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기묘하고 기괴한 이야기를 오랜만에 읽고 싶다고 생각하기도 했어서.
한 출판사의 《변신》을 전자책으로 읽었는데, 카프카는 단편소설을 쓰던 작가였는지, 《변신》 외에도 다른 소설들이 많더라. 하나같이 특이하고 무슨 말을 하는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생각을 깊게 해야 이해할 수 있다고 해야할 것 같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소설이 끌려서, 출퇴근길마다 꾸준히 그의 글을 읽곤 했는데 읽고 날 때마다 찝찝한 기분은 어쩔 수 없었다. 《변신》은 정말 암울하고도 찝찝하며 슬프고도 허망했다. 그와 동시에 왜 그가 이리도 유명한지, 이런 간단한 소재로 무엇을 표현하고자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어느날, 《유형지에서》를 읽게 됐다. 그런데 그 소설은 얼마나 사람을 소름 돋게 하는지. 결말을 예상은 했지만 애초에 이런 소재를 가져왔다는 것부터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소설을 모든 부분이, 온통 불편했으니까. 마지막에 장교가 죽는 장면도 생생히 상상되었고, 그 기계조차도 내 눈앞에 있었다.
그 날 밤, 꿈을 꾸었다. 너무나도 이상한 꿈이었는데 말이지. 길을 걷고 있었다. 그런데 한 중년 남성과 여성이 서로를 근심어린 표정으로 보고 있는거다. 그녀는 분홍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복장이 무슨 중세시대마냥 이상했다. 지금은 21세기인데 왜 그런 옷을 입고 있느냐고. 그걸 꿈에선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원래 꿈이란 건 내가 꿈이란 걸 자각하지 못하는 게 일반적이니까.
그들은 작은 방의 창문 앞에 서있었다. 그러니까, 나는 꿈에서 그들을 보았고 그들은 한 창문 앞에서 근심 어린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보고, 그 창문 너머에 무언가 있었다. 꿈에서 난 그게 궁금했나보다. 갑자기 그 창문 너머가 쑤욱하고 보여졌다. 한 남성이 《유형지에서》에 나오는 기계와 비슷한 쇳덩이에 누워있고 그 위로 아주 크고 날카롭고 빛나는 단두대가 있었다. 그러더니 그를 쾅, 하고 찧는데 그가 죽지 않아서 몇 번을 더 찧는. 그런 잔인한 꿈이었는데, 꿈에서는 이상하게도 그걸 그냥 보고만 있었다.
꿈에서 깨고 나보니 정말 무섭고 끔찍한 꿈이었다. 내가 책에 너무나 이입을 하는 탓인가, 아니 사실은 꿈을 너무 자주 꾼다. 일상과 관련된 꿈이든 무언가를 본 후에 나오는 꿈이든. 이번 꿈은 정말 이상했다. 역시나 꿈에서 깬 후엔 카프카의 소설을 읽은 후와 정확히 똑같은 불편하고 찝찝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꿈의 의미는 모르겠고, 꿈을 너무 자주 꾸니 한 번 기록해보려 한다. 도대체 내 머릿속은 왜 이리 상상으로 가득찬건지. 마치 머릿속의 세포들이 모두 각자의 특성이 있다면 내 뇌의 세포들은 대부분 몽상하고 생각만 하고 있는건 아닌가 싶다. 잠잘때도 그런 걸 멈추지 않는게 참 부지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