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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이 안되는데 어떻게 공감을 해요?”

소중한 관계에서 공감의 중요성

by 블루베리 햄스터

연애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경험해봤을 ‘공감문제’. 어찌나 유명한지 여러 밈과 영상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공감을 바라는 여자, 공감하지 못하는 남자. 이런 주제는 너~무 흔하다. 물론 나도 겪어본 문제이고, 지금도 겪고 있다.

연애를 할때 공감을 못해준다는 말을 듣는 사람은 이렇게 말하곤 한다. “공감이 안되는데 어떻게 공감을 해요?”


공감은 어렵다. 내 일도 아니라서 진짜 공감이 안될수도 있고, 공감은 되는데 뭐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 생각에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공감은 정말 중요한 요소이기에, 정말 상대방이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라면 공감을 하려는 ‘노력’정도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보자. 어느 새벽, 한 여자가 심한 복통에 잠에서 깼다. 너무너무 아파서 허리를 필 수 없을 정도였다. 그때 바로 생각난 사람은 사랑하는 남자친구. 집에 있는 가족들을 깨울수도 있었지만 먼저 생각난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건다. 전화를 받은 남자친구는 비몽사몽한 상태에서 아프다는 얘기를 듣다가 졸려서 자야겠다는 말을 한다. 그리고 전화를 3분도 안되어 끊고 잠에 든다. 이 상황을 이성적으로 본다면, 여자가 한 행동은 참 바보같다. 배가 그렇게 아프면 119에 전화를 하거나 다른 가족들에게 말하면 된다. 그런데도 여자는 굳이굳이 그 새벽에 자기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한다. 제일 먼저 생각이 났단 이유만으로. 여자가 진정으로 원한 건 뭘까? 내 생각엔 단지 공감이었다. 여자도 안다. 남친에게 전화를 하는게 가장 비효율적인 방법이라는 걸. 하지만 아플때 남자친구 목소리를 들으면서 “많이 아파? 얼마나 아팠으면 이시간에 전화를 했어” 라는 공감섞인 말을 듣고 싶었을지 모른다.

친구관계도 마찬가지다. 직장에서 상사에게 기분 나쁜 일을 당한 한 사람이 친구에게 전화해서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그 이야기 가운데엔 본인의 잘못이나 실수도 어느정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친구에게 “들어보니 네 잘못도 있네. 넌 사과했어?”라는 말을 듣고 싶은 사람이 어딨을까? 애초에 먼저 그 얘기를 꺼낸 이유는 공감을 받고 싶어서이다.

본인의 실수는 본인이 더 잘 안다.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에게 이야기를 털어놓는 사람은 완벽한 사람이 아니다. 그러므로 당연히 실수도 하고, 자기 잘못도 있을 수 있다. 중요한 점은 굳이 상대방이 말해주지 않아도 자신의 잘못은 본인이 더 잘 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이 자신과 친하거나, 소중한 사람에게 먼저 전화하고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상대방이 둘도 없는 내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세상엔 이해안되는 일도 많고, 내 잘못인 일도 많지만 그럼에도 나에게 평생을 소중하게 남는 사람들은 결국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내 말에 공감을 해주는 사람들이다. 나의 조그만 실수 정도는 따지지 않고 지금 내 감정에 집중해주는 것이다. 실수는 나중에 이야기해도 늦지 않다. 그러나 소중한 사람의 지금 마음상태, 기분은 지금만 유한하다. 지금 단 한마디 말로 그 사람을 위로해주고 공감해주면, 그 사람은 당신의 말에 평생 귀 기울일 것이고, 자신의 바운더리에서 절대 빼내려 하지 않을 것이다.


갑자기 이 이야기를 쓴 이유는, 내 이야기라서 그렇다. 어쩌면 나처럼 공감을 못하는 친구나 남자친구 때문에 슬픈 날을 보낸 사람도 있지 않을까. 그런 우리가 원하는 건 포장지엔 ‘공감’이라고 쓰여져 있지만, 속을 뜯어보면 ‘나에 대한 관심과 애정’ 이라고 생각한다. 객관적으로 스스로를 보고, 채찍질하는 건 우리 스스로도 언제든지 할 수 있다. 하지만 사회적 동물인 우리가 누군가에게 공감을 바라고 위로를 바라는 것은 나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누군가가 옆에 있어야 하고, 그 사람이 말을 잘 들어줘야만 한다. 그래서 난 공감을 잘 하는 사람이 좋다. 아니, 공감이 안되더라도 적어도 그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사람이 좋다.


공감이란 생각보다 힘이 세다. 누군가에게 공감을 함으로써, 그 사람의 마음을 영원히 얻을 수도 있고, 어쩌면 엉망진창이었을 수도 있는 누군가의 하루를 내가 함박웃음으로 만들어줄 수도 있다는 것. 그 좋은 것을 하지 않을 이유는 없어보인다. 나랑 아무런 상관도 없고, 앞으로 볼 사이도 아니라면 굳이 공감을 해줄 필요는 없지만, 가족, 친구, 사랑하는 누군가에게 귀를 기울이고 그 사람의 말에 “그랬구나, 힘들었겠다”라는 말 한마디 해주는 건 누군가에겐 앞으로 세상을 살아가며 힘든 일이 있을때마다 따뜻한 위로가 되어주는 정말 중요한 행동이 아닐까 생각한다. 톨스토이의 고전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등장인물 ‘레닌‘과 ’키티‘도 공감 문제로 다투기도 한다. 우리가 살아본 적 없는 그 먼 시대에도 우리 사람들에겐 비슷한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그 때도 사람들은 공감을 바랐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렇기에, 소중한 사람들이 당신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사랑하기에 바라는 공감을 외면하지 말고, 그들의 마음을 토닥여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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