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다들 안 반겨도 너는 반겨주잖아

우리집 강아지 만두가 내게 준 생각

by 블루베리 햄스터

나는 강아지를 키운다. 이름은 만두. 강아지를 키우면 좋은 점을 나열하라면 수도 없이 나열할 수 있지만, 그 중에 최고는 집에 들어가면 ‘반겨준다’는 거다. 아침에 출근해서 저녁에 퇴근해 집에 오면 오후 7시 30분 정도가 되는데, 우리집 강아지는 1년은 못 본 것처럼 나를 반긴다. 엄밀히 말하면 우리 가족을 그렇게 반긴다. 삑삑삐삑- 하고 문을 열고 들어가면 만두는 누구보다 먼저 뛰어와서, 네발로 서는게 편할텐데도 굳이 두발로 서서 앞발을 미친듯이 흔든다. 작은 콩 같은 두 눈은 내 눈에 고정되어있고, 헬리콥터 날개마냥 끊임없이 꼬리를 친다. 누군가가 나를 이렇게 반겨준 적이 없던 것 같다. 내가 만두에게 뭔가 많이 해주는 것도 아닌데, 그 작은 아이는 그냥 내 존재만으로도 너무 행복해한다. 그 모습이 한없이 신기하고, 사랑스럽다.


심지어 저녁에 잘 때 인사하고, 아침에 일어나서 만났을 때도 꼭 나를 처음 본 것처럼 그렇게 반긴다. 아침마다 꼬물꼬물 다가와서 내 품에 안겨 얼굴을 핥아대는 만두를 볼 땐 행복이란 이런 거구나라고 느껴진다. 행복이란 별 게 아닌거다. 집에 돌아왔을 때 누군가가 나를 반겨준다는 것. 언제 만나도 항상 밝게 날 기다렸다고, 보고싶었다는 말 한마디(만두에겐 그게 온몸으로 반기는 거지만), 그거면 행복해지는 거다.


국내 반려동물 양육인구가 28%로 역대 최고라고 한다. 강아지를 사랑하는 이유는 정말 많지만 그 중에 나와 같은 이유도 있지 않을까. 우린 사회적 동물이다. 결국은 옆에 누군가가 있어야 하고, 혼자면 외로운게 사람이다. 1인가구도 늘고, 저출생이 심각한 대한민국에서 반려동물 양육인구가 최대치를 기록한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집에 가면 아무도 없거나, 들어가도 “다녀왔습니다.”외에는 딱히 할 말이 없는 가정에서 발랄하게 반겨주는 강아지를 우리는 사랑할 수밖에 없다.


우리도 서로서로 반겨줄 수 있는 가정과 사회가 되면 좋겠다. 회사에서든, 식당에서든, 카페에서든 서로 밝게 웃으며 대화하고, 집에 들어가면 서로의 안부를 물어볼 수 있는 그런 분위기를 다시 느끼고 싶다. 어렸을 적에만 해도 그랬던 것 같다. 순수하고, 서로를 존중하고 아끼는 그런 모습들이 보였지만, 지금은 180도 바뀐 듯하다. 키우는 작은 강아지를 보면 어쩌면 어렸을 적 웃음이 끊이지 않던 우리 가족 생각이 나는 것 같다. 어렸을 땐 아빠가 회사에 다녀오시면 즐겁게 반기며 안아드렸지. 동생이 놀다 오면 같이 놀고싶어서 들어오자마자 장난을 쳤지. 지금은 가족 중 누군가가 집에 와도 크게 반기지는 않는다. 그런 와중에 만두가 우리집에 왔고, 2개월간 만두를 보면서 느낀 것은 어쩌면 우리는 정말 가치있는 것을 가장 외면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점이었다. 오늘은 분명히 고된 하루를 보냈을 가족들을 강아지만큼은 아니더라도 관심을 가지고 반겨주는 건 어떨까? 처음엔 어색하겠지만, 그런 하루들이 반복되다 보면 분명 지금과는 다른 매일매일이 펼쳐질 것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