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 I의 고백
"동주 씨, 주말에 뭐할거야?"
팀장님이 별생각 없이 던지신 스몰토크였다.
나는 정말 진지하게 말했다.
저는 일주일에 신발을 신지 않는 하루가 꼭 있어야 해요.
나는 MBTI 검사를 하면 대체로 I가 나온다.
(물론 E가 나온 적도 있긴 하다. 그 경계를 넘나드는 중인가보다)
일주일 내내 사람들과 부딪히며 살아가다 보면,
하루쯤은 아무도 만나지 않고, 아무 계획도 없이, 침대에 늘어져있는
말 그대로 '쉼'만 있는 시간이 꼭 필요했다.
그 시간이 없으면 그 다음주엔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에너지가 바닥나 버린다.
그런 내가, 감히 커뮤니티 리더를 꿈꿨다.
내가 좋아하고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 틈바구니에 있으면 괜찮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며
2024년엔 갭이어까지 가지며 여러 커뮤니티에 참여하고, 모르는 사람들을 만나며
스스로를 낯선 곳으로 밀어 넣었다.
한 달을 회고하고 액션플랜을 짜는 모임,
책을 함께 읽는 독서 모임,
경제를 이야기하는 재테크 모임,
예쁜 카페, 맛집을 탐방하는 모임,
그리고 성수 팝업을 한바퀴도는 모임까지.
기수제로 운영되는 커뮤니티도, 온라인 중심의 모임ㄷ
하나하나 직접 발로 뛰며 참여해보았다.
그러면서 점점 선명해지는 게 있었다.
나는 혼자서 쉬는 걸 정말 좋아하고 잘하지만, 이 순간 만큼은 내가 정체되어 있었다는 것.
쉬는 것 이상을 스스로 만들어내지를 못했다.
반면, 누군가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은 분명 피곤하긴 하지만,
그 안에는 혼자선 절대 얻을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다.
때로는 새로운 관점, 따뜻한 위로, 엄청난 추진력과 실행력 등등
그건 꽤나 값진 경험이었다.
비로소 나는 내 인생 목표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그려보기 시작했다.
단지 '좋은 사람들과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막연함, 두루뭉술함에서 벗어나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나를 좋아하는 사람의 교집합'의 기준이 명확해지고
이 사람들과 무엇을 함께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함께할지를 하나씩 그려보려고 한다.
비로소, I도 커뮤니티 리더를 꿈꾸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