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출근을 해서 일을 한다.

by 동칸

일을 하고, 돈을 벌기 시작했다.


퇴근 후 조금의 여유가 생기고, 까페에 노트북을 들고 와 느낌을 내다 한글파일을 켰다. 뭔가를 쓴지 많은 시간이 흘렀다. 노트북을 바꿔서 타이핑 칠 때 느낌이 좋다. 흰색의 화면을 보니 뭔가를 쓰고 싶은 욕구가 강하게 올라온다. 뭘 써볼까. 직장에서 쓰는 말도 안 되는 문장들과 수식어들 “신청 사유 인정되고 상환 여력 무난시 여겨져” 따위의 문장 말고 다른 문장을 써 봐야지.


많은 것이 바뀌었다. 커피 한 잔 시켜놓고 종일을 버텼던 취준때와 지금은 많은 것이 바뀌었다.


첫째로 경제력은 사람을 여유 있게 만들어준다. 가격보단 기호에 맞춰 물건을 고를 때, 잔고를 생각하지 않고 카드를 내밀 때, 음식집의 문턱이 낮게 느껴질 때, 조금의 수고스러움이 조금의 지출로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등 경제력은 나를 여러 부분에서 여유롭게 만들어준다. 이 여유로움은 생활의 전반을 관통하는 것으로 감히 노동의 본질이라 할 만하다.


둘째로 직장에선 사람들과 받친다.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관계를 맺는다. 인간이 사회적 동물임을 온몸으로 느낀다.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다. 그들과의 관계 맺음을 피할 수는 없고, 밉보이면 나만 피곤하다. 업무의 미숙함보다 관계 맺음의 미숙함이 훨씬 더 큰 스트레스로 다가왔고 이는 현재진행형이며 익숙해지지 않는 성질의 것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누군가에게, 어딘가에 필요한 존재가 된다는 건 썩 괜찮은 일이다. 고객에게든 동료에게든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괜찮은 일이다. 나라는 인간의 쓸모가 조금 생긴 것 같고, 어디에도 없었던 내 자리가 생긴 것 같다. 업무에 치이고 사람에 지치지만 그만큼 보람되다. 노동에서 자본을 제한다면, 남는 부분의 가장 큰 몫이 이 부분이 아닐까 싶다.


외에도 여러 수백가지가 달라졌다. 아침 일찍 일어나는 규칙적인 삶과 그럼에도 늘어나는 살과 무너지는 몸, 등차로 늘어나는 업무능력과 등비로 늘어나는 업무량, 고객들을 응대하며 익힌 부동심과 놀랄 듯이 낮아진 내 감정의 역치 등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많은 것이 달라졌지만 사실 더 많은 것이 그대로다. 이제껏 쌓아온 삶의 관성은 취업이란 강력한 마찰에도 기존의 방향을 유지하게끔 만들었으며, 살아온대로 살아가진다. 영화와 책을 좋아하고 짬을 내서 운동을 한다. 햄버거를 좋아하고 바다와 산에 놀러간다. 나라는 사람의 본질이 무엇인지,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지, 나를 구성하는 여러 부분 중 직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될지는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압도적으로 큰 것 같지는 않다. 이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이렇게 살아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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