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은 힘든 상황이서 드러난다.
사진을 하다 보면 이런 생각을 자주 하게 돼요.
상대와 나 사이에는 늘 언어의 온도 차이가 있다는 생각요. 같은 말을 쓰고, 같은 문화를 공유하고 있어도 각자가 살아온 이야기가 다르다 보니 그 말들이 조금씩 어긋날 때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잘 맞는 사람도 있지만, 애써 맞춰보려 해도 쉽지 않은 경우도 생기고요.
저는 상업사진을 하는 사진가이지만, 포트레잇 촬영만큼은 늘 진심이었어요. 지금도 그 마음은 크게 다르지 않고요. 집요한 성격 탓인지, 흔히 말하는 프로필 사진을 시장 가격을 아는 분들이라면 선뜻 고르기 어려운 금액에 촬영해 온 적도 많았어요.
처음엔 사진도, 삶도 같이 성장하는 느낌이 들어 꽤 뿌듯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을 조금 바꾸게 만든 장면들이 쌓이기 시작했어요. 고가의 인물 촬영을 선택한 분들의 이야기들이었죠.
솔직히 저는 비싼 사진은 여유 있는 사람들이 찍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촬영을 할수록, 오히려 많은 분들이 아끼고 아껴 모은 돈으로 이 자리에 오고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촬영 전에 종종 이야기를 나눠요. 일부러 서로 가까워지는 시간을 만들기도 하고, 제 경험이나 마음 깊은 이야기를 먼저 꺼낼 때도 있어요. 그러면 돌아오는 말들이 있어요.
처음엔 싼 곳에서 찍고 오디션에 바로 붙을 줄 알았다는 이야기, 그런데 바로 떨어졌다는 이야기. 조금 더 비싼 곳에서도 찍어봤지만 또 결과가 같았다는 이야기. 그러다 이제 정말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여기까지 오게 됐다는 이야기요.
이야기의 모양은 조금씩 달라도, 결국 비슷한 마음이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확신하게 됐어요. 이분들이 여기 온 이유는 단순히 외적인 변화를 위해서가 아니라는 걸요. 제가 여기서 본 건, 자기 자신을 한번 제대로 마주해보고 싶다는 마음이었어요.
그래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됐어요.
자아를 찾아간다는 건, 좋아하는 일에서 느끼는 즐거움보다도 오히려 힘든 상황 속에서 더 잘 드러나는 게 아닐까 하고요. 기뻐할 이유가 거의 사라진 상태에서도 어떤 행위를 멈추지 않고 계속하게 될 때, 그 안에서 아주 작은 성취를 느낀다면, 그건 이미 내가 좋아하는 무언가를 붙잡고 있다는 신호 아닐까요.
제 눈엔 그렇게 보였어요.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분명 힘든 상황인데도 계속 이어가는 행위. 겉으로 보면 타인을 신경 쓰지 않고 자기 길만 가는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겠죠. 그래도 괜찮아요. 그런 시간들이 결국은 나를 가장 솔직한 곳으로 데려다주니까요.
그래서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 조용히 묻고 싶어요.
요즘에도, 그런 마음으로 계속 붙잡고 있는 무언가가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