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서 모델은 도구일까?

내 욕심이 부른 창작의 오류

by 동경

사진에서 모델은 도구일까.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나는 창작자고,
사진을 이루는 것들은 전부 재료라고.
빛도, 공간도, 그리고 사람도.

그런데 촬영을 하다 보면
그 말이 자꾸 마음에 걸린다.


사람은…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 주는 존재가 아니다.
내가 생각한 감정을 정확히 이해해서
정확히 표현해 주는 존재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같은 시간을 공유하고,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하나의 이미지를 만든다.


도구라면
설명할 필요도 없고
기다릴 필요도 없고
마음을 살필 이유도 없을 텐데.


봉준호 감독은 배우를 찾기 위해
오디션장이 아니라 극장을 찾는다고 했다.
차주영 배우의 캐스팅 이야기를 떠올리고,

김우빈 배우의 이야기를 떠올리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그 사람들은
누군가를 쓰려한 게 아니라
함께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그렇다면 내 사진의 주체는
정말 나일까?


분명
방향을 정하는 건 나고,
셔터를 누르는 것도 나다.
조금 더 주도적인 힘을 쥐고 있는 건
아마 나일 것이다.


하지만
내가 가진 생각이
감정이 되고, 표정이 되고,
결국 이미지가 되는 순간에는
그 사람의 시간이 필요하다.


관계가 필요하고,

신뢰가 필요하다.

내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스스로를 내어주는 사람과,
그저 주어진 역할만 수행하는 사람의 결과가
같을 수 있을까.

아마 다를 것이다.
아주 많이.


창작은 행동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말하지 않은 시간들,
같이 침묵했던 순간들,
서로를 이해하려 애썼던 마음들이
이미지 안에 스며든다.


사진은
사람을 찍는 일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어떻게 연결되었는지를 남기는 일이다.

그리고 나는 안다.
그 연결의 중심에는
결코 도구라고 부를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걸.


사랑에 가깝고,
유대에 가까운 어떤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