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원 Aug 01. 2022

prologue. “왜 재봉틀을 좋아하세요?”

단기 성취지향형 인간에게 가장 적합한 취미생활

  

본봉과 오버록 미싱 

그냥 좋다. 이유가 없다. 왜? 사랑하는 데는 이유가 없다는 가장 흔하디 흔하고 진부한 말을 가져다 붙여보지만, 왠지 찜찜하다. ‘뭔가 명확한 이유가 필요 하긴 해……그게 뭘까?’ 혼자만 생각하다가 “왜 재봉틀을 좋아하세요?”라는 질문을 직접 받으니 적잖이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그, 그러게요. 왜 재봉틀을 좋아하는 걸까요? 저는 진짜로 그냥 좋은데, 장금이가 말한 대로 홍시 맛이 나서 홍시라고 생각했다는 것처럼 그냥 좋아해서 좋아한다고 하는 것이긴 하지만 한 번쯤은 깊이 생각해 볼 주제이긴 하다. 왜냐하면, 앞으로도 쭉 이걸 하고 싶으니까. 혼자만 생각하면 답이 안 떠오르지만 수수께끼 풀 듯 대화를 해 나가니 뭔가 실마리가 보이는 것도 같다. 

 

   나는 재봉틀이 내 마음속 0순위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방향으로도 관심사가 많다. 하고 싶은 것이 많아서 약간씩 발을 담그면서 하나씩 성취해가는 그 느낌을 좋아한다. 마치 도장 깨기 하듯이 말이다. 그런 면에서 재봉틀은 나의 성향에 딱 맞는 취미인 것이다. 단기 성취지향형 인간에게 매우 적합한 취미생활. 내가 원하는 걸 언제든 만들 수 있으며, 원하는 대로 생각한 대로 창의성을 발휘할 수도 있다. 똑같은 걸 여러 개 만들 수도 있지만 원단의 종류와 원단의 색깔에 따라 완성되는 느낌은 또 천차만별이다. 내가 다 가질 수도 있고, 내가 아끼는 사람들에게 선물을 할 수도 있다. 그뿐인가, 재봉틀을 기본으로 각종 부자재, 원단을 맘껏 쌓을 수도 있다. 소유욕을 한 껏 펼칠 수 있는 취미생활! 이러니 재봉틀이 안 좋을 수가 있나. 마음은 늘 미니멀이지만 늘 한껏 맥시멀 인생에 딱 어울리는 취미인 것이다. 

 

삼봉 미싱

 재봉틀이 너무 좋아서 안정적으로 영위하던 직업까지 용감하게 때려치우고 재봉틀의 세계에 무식하게 입문한 나의 못 말리는 재봉틀 사랑을 이제 또 조금씩 조금씩 풀어볼까 한다. 얼마나 잘 풀어 나만의 이야기로 만들어 나갈지 지금의 나로서는 짐작할 수 없지만, 이것만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재봉틀을 정말 사랑한다고, 재봉틀로 드르륵 박는 소리와 그 소리와 함께 만들어지는 결과물과 그 모든 과정을 사랑한다고. 그래서 언제까지고 함께하고 싶다고……


#재봉틀 #소잉 #첫재봉틀 #소잉에진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