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참 디지하다

양준일 치트키

by 동메달톡


세상이 참 디지하다

덕질의 이유-양준일 편, : 양준일 치트키




세상이 참 디지(dizzy, 어지럽다)하다. 삶이 참 어지럽다. 사람들은 손에 무엇인가 쥐고 싶어서 공부하고 부단히 노력해 왔고, 지금도 한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 돌아다보면 사는 것이 거기에서 거기더라는 것이지. 누구 말처럼 부자라고 하루에 네 끼. 다섯 끼 먹는 것도 아니고, 능력 있다고 일상의 자잘한 문제를 모두 해결하고 나이스 하게 쏘쿨하게 사는 것도 아니더라는 것이지. 그냥 그 안에서, 그 선에서 그렇게 살아간다는 것이지.


인터넷서점에서 운영하는 팟캐스트를 자정 시간에 딱 맞추어 늦느라 잠을 제대로 못 잤다. 그게 무슨 생방송도 아니고, 자정에 업로드하겠다는 것인데. 자정이 지나고 나서 그게 어디로 도망가는 것도 아닌데, 그 시간 맞추어 듣는다고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했더니 아침이 어지럽다. 덕질의 행보는 이렇게 현생(현실의 생활)을 파괴한다. 그럼에도 좋다고 히죽이 죽 웃는다. 또 양준일 이야기이다. ‘덕질의 이유’로 서른 편 쓰기로 했으니, 매일매일 양준일을 뒤진다. 어느새 덕질이 현생이 되었다.

채널예스 팟빵에 출연한 양준일 이미지 출처 http://m.podbbang.com/ch/episode/15135?e=23380573


팟캐스트 진행자가 양준일에게 별명을 지어달라고 했다. ‘D'로 시작되는 단어가 떠오르는데 이야기해도 되는지 모르겠다, 고 운은 띄웠지만. 마지막까지 진행자가 채근을 하니, ’디지(dizzy)‘라고 이야기했다.’ 어지러운 것‘이냐고 확인을 했고, 맞다고 응수했다. 오, 자기감정에 많이 솔직한 사람이구나,를 다시 느낀 지점이었다. 사실은 나도 어지러웠다. 이제까지 들어 본 인터뷰 중에서 가장 정신이 없었다. 중간에 음악 하나 듣는 쉼표 하나 없으니 어지럽고, 어지러웠다. 진행자나 게스트다 둘 다 그랬다. 거기 스튜디오 분위기만큼 세상도 어지럽지, 하는 순간 양준일도 그러더라고. 세상도 어지럽다고. 이 어지러움 속에서 우리는 살아간다고.


잠을 제대로 못 잔 밤을 보내고 아침을 맞이하고도 머릿속에 머물고 있는 단어는 ‘디지(dizzy)’이다. 어지럽고, 어수선하고, 신종 코로나는 아직도 우리 주변에서 기웃거리고 있고, 일상의 크고 작은 사회적 모임, 비즈니스 모임은 연타로 다 깨지고 있고, 자영업자와 프리랜서는 악소리를 내며 하루를 버티고 있다. 악소리를 내면서도 자본의 힘 안에서 버틸 수 있는 내 안의 공간적, 활용적 범위는 각각 다르고. 그 와중에서도 미국에서의 봉준호 감독의 아카데미 4 관상 수상 소식은 그 어지러움 속에서 뭔가 기쁨을 준다. 엄청난 국뽕으로 치닫는 그 무엇이 있다 하더라도 그러면 어떤가. 그저 축하하고 박수 칠 수 있으면 되는 것이지. 어지러운 지금의 현실 앞에서 버틸 수 있는 에너지를 주었다고 할까. 양준일 팬덤 들고 봉준호끕 에너지를 아티스트들에게서 받고 있다고 하면 다른 이들은 웃을까. 덕질이 그런 것이다.


문득 양준일의 버틴 일상들의 방법적 도구들이 궁금했다. 내일(2월 14일)이면 나온다는 ‘양준일 메이비(maybe), 너와 나의 암호 말‘에 얼마나 그 방법적 해법들이 나열되어 있을까마는. 짧은 글 안에 그런 무수한 삶의 고뇌들이 다 녹여져 있을 것이다, 는 생각은 안 한다. 우리는 왜 양준일에게 덕질할까, 아니 다른 사람 다 차치하고 나는 왜 이렇게 미친 듯이 깊게 덕질하고 있을까. 매일 물어보는 질문이다. 안타까웠다. 그런 재능으로 저렇게 살았구나, 싶어서 안타깝고. 고마웠다. 그럼에도 저렇게 버티고 뛰어넘어서 젊은 날 그 재능을 다시 공유해 주어서 고마웠다. 그러면서 나는, 우리는, 대리 만족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내 삶도, 내 인생도 저렇게 서로 보듬고 끌어안아 줄 그런 날이 올 것이다, 고 스스로 최면을 걸고 있는 것은 아닐까.


10년 비자로 한국에 들어왔으나 출입국 직원이 도장을 안 찍어주어 다시 미국으로 돌아갔을 때, 다시 V2로 돌아왔으나 그마저 잘 안되어서 영어학원을 차렸을 때, 학원을 접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갔을 때, 일상의 생활을 위해 레스토랑 서버로 일 했을 때, 그때마다 느꼈던 양준일의 어지러움은 무엇이었을까. 그 어지러움을 해결할 수 있었던 양준일의 치트키(cheat key)는 또 뭐였을까. 어쩌면 그 치트키를 얻고 찾기 위하여 우리는, 나는 오늘도 덕질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꽃미모의 아름다운 테리우스도, 앤서니도, 캔디 그녀에게는 언제나 보물 같은 치트키 역할이었거든.


세상만 어지러운 것이 아니고, 나도 어지럽다. 무엇을 하면 가장 나다움을 표출할 수 있을까, 아직도 우왕좌왕한다. 그게 인생인 것 같다. 포장된 가짜보다 날 것의 그것들이 조금 더 대접받았으면 하는 바람을 덕질을 통해서 확인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디지(dizzy)했으나, 고비고비마다 그가 뛰어넘고 버티어 온 삶의 조각조각을 들여다보면서, 현생과 대입해 보려는 그 시도, 아직은 유효하다. 그 유효기간이 오래갈 수 있도록 마음을 모으는 것, 내 덕질의 이유 되시겠다.



머릿속은 여전히 디지(dizzy)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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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이오 프리즘에 정기 칼럼으로 올린 글입니다
https://prism.buk.io/102.0.1.143?context=ca0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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