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양준일, 웃고 울었던 다섯 달

이제껏 양준일 개인의 일상에 머물렀다면,

by 동메달톡

에필로그-양준일, 웃고 울었던 다

에필로그

양준일, 웃고 울었던 다섯 달

섯 달



2019년 12월 25일부터 2020년 4월 29일까지, 다섯 달 덕질이다. 처음 jtbc 손석희의 문화초대석 인터뷰를 보고, 거꾸로 찾아봤던 양준일이었다. 저 사람 누구인데 저렇게 테리우스처럼 웃고 있지, 저 사람 누군인데 말(talk)이 저렇게 영글지, 저 사람 누구인데 눈이 저렇게 맑지? 이런 숱한 물음으로 온 동네를 다 쑤시면서 들여다보니, 네티즌이 송환하여 슈가맨에 출연했던 사람이더라고. 텔레비전 본방과 거리가 멀어진 것이 너무 오래된 세월이라 슈가맨이 무엇인지도 몰랐고, 양준일 이름도 몰랐던 구랍 크리스마스날부터 지금까지 정신없이 덕질했던 것 같다. 눈만 뜨면 검색하고, 눈만 뜨면 들여다봤고, 방송 출연한다 하면 스캐쥴 표에 메모해 가면서 기다렸고, 봤다. 모든 현실 생활 대부분에 양준일이 대입되었다.


방송이나 기사만 찾아보는 것이 아니고, 일상의 변화도 소소하게 생겼다.

평소 먹지도 않는 피자를 양준일이 광고한다는 이유로 두 판을 구입해서 지인의 꼬맹이들에게 선물을 했고, 그 사실을 안 내 지인들은 경악을 했다. 아니, 인스턴트 라면 질색을 하는 사람이? 그것도 애들에게 절대 인스턴트 먹이지 말자고 하는 사람이? 세상에, 그것도 두 판을 사서 왔다고? 그 이후, 그 꼬맹이들 부모는 양준일 피자, 맛있다며 아이들에게 사 가자는 부부의 카톡을 SNS에 공개하기도 했으니. 상품의 홍보 연결고리도 거뜬히 했다.



양준일 인스타그램 @jiytime mbc 음악중심 출연을 위한 준비 with 리아킴

방송 보는 것은 더 눈물겹다.

집에 텔레비전이 없는 관계로 무슨 방송한다 하면 그것 보는 것이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폰으로 온에어로 보기도 했고, 더 나은 영상을 위해서 노트북에서 방송국 온에어 결재하기도 했고, 주방 싱크대에 달린 작은 사이즈 모니터에 쪼그리고 앉기도 했다. 그동안 음악 프로그램이든 예능이든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방송을 보게 된 것도 다반사였다. M 방송 음악중심과 라디오스타는 생전 처음 본 프로그램이었고 쟁반 노래방 이후의 해피투게더도 사실 처음 보는 것이었다. 모두 장수 프로그램이라고 하더라만 나는 처음 봤다. 클립 본으로 돌아다니는 영상이나 기사를 통해서 프로그램 이름을 알고 있었으나,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으니, 나름 고군분투 한 셈이다. 이렇게 덕질은 미쳐서 집중하게 하고 몰입하게 하더라는 것이지.




책은 어떻고. 양준일 책(양준일, 메이비-너와 나의 암호 말, 모비딕 북스, 2020)을 세 번 읽었다. 세 권 구입하여 두 권은 선물했다. 독서모임 책으로도 선정하기도 했다. 그러다 코로나가 터져서 방구석 열로 밀쳐지면서 독서모임은 그 책으로 못 했다만, 책에 대한 부심은 여러 각도로 움직였다. 그러나 생각만큼 내 지인들은 수락하지 않더라고. 취향들이 다르다며, 평소 책 추천을 쉽게 하지 않는 그 성격 그대로 지키라는 농담도 받았다.



양준일 인스타그램 @jiytime -해피투게더 대기실에서 노사연과 이야기 나누는 양준일



여하튼 그렇게 세월은 왔다. 그렇게 어느 한 부분에 집중하고 몰입하는 그 과정을 나는 기록하고 싶었다. 그래서 한 매체에 정기 기고문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양준일의 말과 활동들에 대한 기록과 내 안의 코멘트로 에세이처럼 혹은 칼럼처럼 그렇게 글을 써 왔다. 애초 서른 편을 쓰기로 했던 글에서 이제 중간까지 왔다. 일주일에 두 편을 꼬박꼬박 썼으면 그 절반은 더 일찍 왔을 것이지만 주중 어느 날은, 도저히 글을 쓸 수가 없어서 굶었고. 또 어느 날은 내가 이렇게 덕질하는 것이 뭐지? 이 덕질 아직도 하고 있어야 해? 하는 이런저런 물음표도 있었다. 그 덕분에 덕질의 이유가 아닌 덕질의 고민으로 또 일상이 이래저래 흔들렸다. 그럼에도 이렇듯 저렇듯 양준일에 여전히 빠져 있으니, 애초 서른 편 쓰기로 마음먹은 것은 무조건 지키자고 마음먹었다. 아티스트나 매체에 대한 예의 보다 나 스스로에게 한 약속을 더 크게 봐야 한다는 내 안의 당위성, 그거 지켜야 한다는 이 사명감은 또 뭐지?



그렇게 꾸려 온 글을 다시 정리 브런치북으로 엮었습니다.


아티스트에 대한 덕질보다 오롯하게 내가 집중하고, 몰입했던 시간에 대한 기록으로 봐주시면 더 감사하겠습니다. 그 기록 안에서 우리들이 웃고, 울며 살아가는 것에 대한 애잔한 자신의 삶에 대한 돌아다봄이 있다면 그 역시 나름 의미 부여가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프리즘 북이오에 실었던 글을 여기 브런치 매거진에 두서없이 실었음에도 나름 공감해 주었던 독자들 감사한 마음입니다. 지금까지 쓴 글은 '덕질의 이유, 양준일 1부'로 양준일 개인의 일상에 머물렀다면, 2부로 다시 쓰려고 하는 것은 아티스트의 일상보다는 그와 연결된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문화 전반의 콘텐츠 흐름이나 그에 얽힌 여러 숨겨진 이야기들에 대한 것을 더 많이 언급하려고 합니다. 양준일이 4월 30일부터 '재부팅 양준일'이라는 채널로 '채널 다이아(CH DIATV)'의 소속 멤버로 활동한다 하니 글감은 양준일에게서 가져오되 제가 쓰는 글은 문화 예술과 접목하여 일상의 문화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그것이 콘텐츠의 날 것일 수도 있고, 콘텐츠 미래 일 수도 있겠지만, 연결하고 접목하는 부분을 잘 끌어내고 붙여서 나름 문화 플랫폼 역할을 해 보려고 합니다. 그렇다고 제가 박식하게 풀어내겠다는 자신감보다는 같이 들여다 보고 학습하고, 즐겨보는 문화 소비자 역할을 독자들과 같이 해 봅시다, 라는 제안을 합니다. 그 제인들을 여기 매거진에서 계속 써 보겠습니다.


이것으로 '덕질의 이유, 양준일 편' 1부를 마무리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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