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권이 왔다. 요즘 인스타그램을 능가한다는 유튜브에 관한 책이다. '유튜브 마케팅의 정석'으로 구글 유튜브를 거쳐 샌드박스의 사업총괄이사로 일 하고 있는 김범휴 CBO의 책인데, 마음이 동했다. 우리나라 MCN* 회사로는 다아아 티브와 샌드박스가 양대 산맥인데 그동안 양준일 덕질 덕분에 다이아 티브는 좀 들여다봤지만 샌드박스는 사실 그렇게 들여다본 적이 없어서 급 관심이 더 갔다. 단순히 유튜브 크레에이터의 역할을 넘어서 마케팅이라는 단어를 붙여서 더 관심이 갔다. 속칭 유튜브의 인플루언서는 결국 마케팅과 연결된다. 그래 요즘의 앱 대세는 유튜브 맞지. 여기 책에서도 유튜브의 성장을 그래픽으로 뽑아두었다. 페북이 마케팅으로는 하수라고 하더만, 정말 그렇구나.
MCN회사 관련 지난 글
https://brunch.co.kr/@nauri/170
김범휴, 유튜브 마케팅의 정석, 더퀘스트, 2020, 12쪽 중에서 '한국인이 가장 오래 사용하는 앱'
양준일은 유튜브에서 채널 세 군데에서 꾸준히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있다. 다이아 티브에서 제작자로 함께 하는 '재부팅 양준일'과 '패션, 뷰티, 라이프 스타일 트렌드부터 셀러브리티 콘텐츠까지 만날 수 있는 곳, 449tv(449 TV 채널 설명 인용)'와 양준일 개인이 단독으로 운영하는 'OFFICIAL양준일'이 있다. 각각의 채널마다 특색들이 있고, 매주 올라오는 요일도 다르다. 덕질을 하는 사람으로 사실상 이 세 개의 채널을 미친 듯이 봤다. 그런데 요즘은 솔직하게 이야기해서 덜 본다. 그 이유는 딱 하나이다. 내가 덕질의 미침에서 조금씩 빠져나오는 내 안의 현상도 있겠지만 솔직히 말하면 재미가 좀 떨어진다. 영상 기획력이 내 기대치에 안 미치는 것이다. 그나마 좀 열심히 챙겨보는 것은 449 TV인데 그 역시도 요즘 덜 보는 이유는 내 눈에는 편집 기간이 너무 길다는 생각이다.
인스타나 여러 SNS에서 양준일의 착장이 이미 한 바퀴 돌고, 두 바퀴 돌아서 그 옷이 선명하게 기억되어 있는데, 영상은 아직도 그 옷이 패션으로 움직이고, 그것도 같은 복장으로 영상이 두 번 나누어져 올라오니 그 신선도가 떨어진다. 모든 영상은 시의성이 중요하다. 코로나가 창궐하고 있는데 예전의 메르스 이야기는 그 관심도가 떨어지는 것처럼 그 타이밍에 맞는 적절한 영상 기획과 편집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방송국에서 지난 방송 예능을 올릴 때 한꺼번에 에피소드를 다섯 편쯤 잘라서 올리는 이유를 알겠더라. 한꺼번에 몰입하게 하는 힘으로 연속해서 보게 하는 것, 그것이 전략이고 마케팅이라는 것이지. 그것은 조회수가 주는 매력이 아니고, 그 영상의 사람들이 주는 매력이거든. 실제로 이 부분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을 다시 '유튜브 마케팅의 정석' 책에서 빌린다.
유튜브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크리에이터가 기록한 '조회수'를 구매하기 이전에 '인물의 매력'을 구매하는 것임을 기억하기 바란다(김범휴, 77쪽).
참 간단한 이야기이다. 사실상 유튜브 채널을 지속성으로는 보는 것은 인물의 매력, 영상 기획력의 힘으로 본다. 실제로 내 유튜브 피드에 올라온다는 것은 예전에 봤던 영상의 채널이거나, 구독을 하고 있는 영상이다. 특별히 검색하지 않는 이상 뜬금없는 영상이 올라오지는 않는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한 번 구독자로 관계 맺음을 하면 참 줄기차게 내 피드에 올라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은 또 눌러서 시청하게 되는 것이 유튜브의 마케팅이고, 그게 늪이다. 이 점을 유튜버들이 관심 가지고 관리하면 좋겠다.
김범휴, 유튜브 마케팅의 정석, 더퀘스트, 2020 책 표지
다시 돌아와 양준일 유튜브의 채널 세 개를 보면서 사실은 만감이 교차하고, 오만 생각들이 지배한다. 조회수가 중요한가, 팬덤의 충성도가 중요한가, 영상 기획력이 중요한가. 그 많은 물음표 속에서 정리된 것이 없어서 덕질의 이유를 요즘은 나에게 물어본다. 영상을 같이 만들고 있는 두 개 채널의 기획자들은 어떤 방향성으로 영상을 만들고 찍고 있을까. 원래 추구했던 영상의 방향은 무엇이었을까. 449 TV는 패션에 대한 정보성인가, 그 안에서 만들어지는 PPL의 수익성인가. 재부팅은 조회수와 구독자 늘리기의 수익성인가. 또 어떤 유튜브 채널이 사람들을 꾸준히 지속적으로 끌어당길 수 있을까. 그 조회수 안에는 또 다른 반전 포인트는 없는가.
코로나가 빠르게 잠식되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유튜브는 더 많은 영상을 송출할 것이고, 그만큼 유튜버의 영향력은 더 커질 것 같다. 그러면 연예인 인플루언서이든 일반인 인플루언서이든 그 채널을 지속시키고 성장시키기 위한 리스크 관리는 또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그게 어쩌면 가장 중요한 개별 역량일 것 같다. 그 역량에서 지속성과 영향력은 만들어질 것 같고, 그것이 담보가 되면 유튜브 마케팅으로 수익구조가 확보될 것 같다. 영상의 매력만큼 '사람의 매력'이 더 많은 것을 차지한다는 김범휴 샌드박스 CBO의 글이 내 경우는 가슴에 또 많이 남는다. 영상에서 보여주는 매력의 가치는 보편타당한 민민한 것일 수도 있고, 또 팬덤들의 특별한 힘일 수도 있느니, 어떤 방향의 영상을 제작하느냐도 유튜버 선택의 몫이고, 채널을 선택하여 보는 것은 또 시청자의 몫이다. 그 시소게임에서 유튜브는 콘텐츠로 자리 잡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