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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팬들도 모르는 팬덤의 역할

문화예술을 우리가 왜 즐기는가?

by 동메달톡

점점 사회가 투명해지고 있다. 물론 아직 멀었다고 반론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그 옛날을 상기하면 점점 투명해지고 있음은 맞다. 특히나 문화예술계는 정치계보다 더 많은 투명성을 원한다. 어떻게 보면 연예인들이 뭘 그리 투명해야 하고 사회정의적이어야 하는가, 를 반문해 보면 사람들 심리에 깔려 있는 기저가 있는 것 같다. 소위 딴따라인데 너네들 우리들보다 천문학적인 부와 명예를 가지니 사회적인 상식에서 기본은 해야, 배가 덜 아프잖아. 그래, 안 그래? 이것이 심리적인 기본 기저인 것 같다.


이효리의 노래방 사과가 있었다. 코로나 정국에 노래방을 갔다고? 지금 정신이 있어, 없어? 바로 사과했다. 방송에서는 나 사퇴해야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의기소침도 보였다. 천하의 이효리가 말이다. '내 돈 내산'으로 문제가 된 방송인도 두 명이나 있다. 소위 '내 돈 주고 내가 산 물건'인데 이거 괜찮아서 추천하거든. 그런데 그거 지나고 보니 영상 속의 광고 PPL이라고? 난리가 났다. 시청자들은 배신감을 받는다. '국제수사' 영화도 된서리를 맞았다. 영화 안에서 사용했던 유튜브 영상이 최근에 보수 단체로부터 아청법으로 고발당했다. 영화 전체를 편집한다 하더니 오늘 언론 기사 보니 그 부분 다 들어낸다고 한다. 이것이 요즘 문화예술을 받아들이는 팬들의 수준이다.


이쯤에서 팬덤들의 역할을 들여다보자. 실제로 뮤지션들은 찐팬 일천 명만 있어도 사실은 공연 돌리고, 수익 구조화하는데 문제없다고 한다. 일만 명도 아니고, 겨우 일천 명으로 그게 가능하다고? 가능한다고 그쪽 사람들이 이야기한다. 문제는 시끄럽지 않을 때 가능하다는 이야기이다. 엄청난 숫자의 팬덤들을 몰고 다니지 않아도 뮤지션의 음악 세계를 제대로 공감해주고 같이 느껴줄 수 있는 진성의 팬, 소위 찐 팬이 일천 명만 되어도 행복하게 음악생활할 수 있다. 그런데 안 좋은 것으로 이슈몰이하여 시끄러우면 너무 피곤하게 예술을 해야 하고, 에너지를 쓸데없는 것에 발산하여 피곤함은 더 많아진다. 뮤지션도 팬들도 지친다. 그러는 과정에서 악플도 생산된다. 물론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고 하나, 심리적 악플이 아닌 현실 문제에 대한 악플은 안 생기게 미리미리 관리하는 게 낫다.


실제로 팬덤층이 깊고 인원수가 많을 때 생기는 문제는 다른 외곽에서 엉뚱하게 나타난다. 소위 여론 몰이이다. 음원 시장에서 계속 문제 되고 있는 것도 음원 사재기인데 물론 팬덤들이 팬심으로 열심히 음원을 스트리밍 하는 경우도 있지만, 회사나 다른 외부에서 소위 기계적으로 돌리는 경우도 있다. 그 안에는 음원 시장의 수익구조가 창작자에게 불리하게 만든 구조적 문제가 더 크지만 그럼에도, 팬덤들이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상위 순위 여러 관행들이 정말 맞는 문화인지는 돌아다볼 필요가 있다. 이 문제가 '내 돈 내산'처럼 충분히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는 잠재적 폭발력을 가지고 있다. 출판계도 베스트가 베스트 되는 문화 안에서는 조직적 서평 돌리기와 공격적 마케팅 등 여러 변수들이 있는데 그게 좋은 현상이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올해 초 양준일이 혜성처럼 나타났을 때 모 신문에서 어느 기자가 팬덤들의 '댓글부대'를 걱정하는 글이 있었다. 댓글 부대 때문에 살고, 또 댓글 부대 때문에 죽을 것이다, 는 기사가 있었는데 나는 사실 그 당시 공감되었다. 무조건적인 좋아요와 다른 연예인들과 같은 콘텐츠 안에서 같이 보였을 때 혹이나 타인을 공격하는 댓글, 정기 프로그램에서 중도하차했을 때, 섭섭함이 제작진을 향한 성토, 이런 것들이 걱정되었는데 사실 요즘 그런 현상을 조금씩 본다. 연예 기사에는 요즘 댓글을 못 달게 되어 있으니 그나마 다행인데, 유튜브 채널이나 다른 커뮤니티를 보면, 악플이다 아니다와 상관없이 과도한 집착을 보이고 있는 것을 보면 조금은 우려가 된다. 왜냐하면 모든 일상은 과유불급이 화를 만드는 법이거든. 빠가 까 된다는 논리는 언제나 선명하다.


문화예술을 우리가 왜 즐기는가, 그 기본적인 것에 초점을 맞추어보면 내 경우는 나 즐겁자고 즐긴다. 음악 한 편이, 영화 한 편이, 책 한 권이 내 안의 찌꺼기를 기꺼이 돌려내주는 역할을 하니 그거 마음껏 즐기기 위해서 덕질도 하고, 덕후도 하는 것인데 솔직히 요즘은 버겁다. 연예인의 색깔과 정체성은 사실은 팬들이 만드는 경우가 더 많은데, 과도한 집착과 혹은 과도하게 편을 나누어서 이 편, 저 편으로 나누어져 있는 것을 보는데 숨이 막힐 지경이다. 왜 여기까지 왔을까.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팬덤들의 숫자는 보이는 힘의 논리이고, 별로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 안에서 얼마마 찐 팬으로 즐기느냐가 관건인데, 그 즐김도 사실은 시끄럽지 않아야 가능한데 그냥 딱 이분법으로 나누어져 있는 것 보는데 도대체 덕질의 이유가 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문화예술 연예 산업이 사실은 한방에 훅 갔다, 훅 오는 산업이라는 것을 익히 알고 있다면 우리들 덕질의 명분도 조금 더 세련되면 좋겠다. 그게 요즘 아쉬워 죽겠다. 양준일 덕질하는 사람으로 내 개인적인 솔직한 심정은 처음에 품었던 감정이 롤러코스터를 탄다. 정말 팬덤의 역할은 무엇인가? 무엇이 우리를 행복하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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