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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울컥했던 유희열의 스케치북 500회

40년만에 무대 오른 ○○○선생님

by 동메달톡
요즘, 유희열의 스케치북만 만지작 거린 이유

유희열의 스케치북 500회 특집을 보고



며칠이 지났는데도 그 장면이 자꾸 생각나는 거야. 자꾸 울컥울컥 하는데 이게 이상하게 여운이 많이 남아. 그래서 방송국 사이트에 들어가서 다시 보기를 눌렀어. 공영방송이라 그런지 다시 보기가 무료더라고. 화질은 좀 흐렸지만 그래도 볼 만했어. 내가 원하는, 내가 다시 보고 싶은 장면이 딱 있어서 그 화면이 나오는 부분을 어림짐작으로 기억하여 눌렀어. 이소라의 장국영 이야기부터 화면이 시작되는데 이쯤인 것 같아. 맞네. 유희열의 스케치북 500회 특집 이야기야. 내가 몇 번을 돌려서 또 보고, 보고 한 장면 하나가 있어.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2020년 7월 17일로 500회가 되었는데, 장장 11년 동안 유희열이 진행을 맡았다고 하네. 그 사이 이문세쇼, 이소라의 프러포즈, 윤도현의 러브레터 등 계보를 연결하여 왔는데 그게 28년 음악 프로그램이라고. 그 날은 이들을 게스트로 초대하여 500회 특집으로 'The MC'라는 부제를 달고 진행했어. 이때 서로 진행하면서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을 회상하는데 이소라는 고 장국영 배우가 왔던 날을 이야기했고, 다른 사람들도 각각 자기만의 추억을 기억으로 꺼냈지. 그런데 말이야. 유희열이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들고 온 화면이 나를 잡는 거야. 그 장면이 며칠 째 내 안에서 둥둥 떠 다니고 있더라고.


유희열의 스케치북 550회 특집, kbs2다시보기 화면 캡쳐
유희열의 스케치북 550회 특집, kbs2 다시보기 화면 캡처

심성락 아코디언 연주하는 분이 있다네. 음악 방송이니 옆에서 함께 하는 음악감독을 비롯한 여러 밴드들과의 협업이 사실은 그 음악의 퀄을 가로지르는 중추 역할이지. 아코디언 연주하는 분이 그렇게 무대 아래에서 가수들 반주를 묵묵히 해 주었는데 무대로 올라와서 시청자들에게 자신의 연주를 보여 준 것은 유희열의 스케치북 100회 때가 처음이었나 봐.



가수까지는 고작 5m,
무대 앞으로 나가는데 40년이...



이렇게 40년 만에 유희열이 심성락 아코디언 연주자를 무대로 모신 거잖아. 나는 이 장면을 보는데 심장에 송곳이 찍히는 느낌이었어. 송곳은 찔렸는데 그럼에도 누군가는 또 치유했구나, 하는 느낌이 들어서 참 따뜻했어. 음악이 이런 거잖아. 문화예술을 우리가 왜 즐기는데, 결국은 이런 찐한 감동을 받으려고 즐기는 거잖아. 그럼에도 그 바닥에는 언제나 힘의 크기나 범위가 있기 마련이라 강자와 약자가 자연스럽게 배치되는 곳이기는 하지. 40년 만에 무대에 오른 그 바닥의 환경을 탓하는 것은 아니고, 그냥 그게 이상하게 울컥하고 감동이더라고. 유희열 100회가 2011년인데, 맥락 없이 궁금해져서 검색해 봤어. 1936년생. 요즘도 활동하나 봤더니. 가장 최근에 '놀면 뭐 하니?'에 출연했더라고. 와.


놀면 뭐 하니, 클립본 화면 캡처


유산슬이 "영광입니다"라는 인사와 함께 노래를 부르는데, 2011년 9년 전까지 무대 아래에서 뮤지션의 음악 보조 도구로 움직였다면 지금은 한 공간에서, 같은 맥락으로 음악을 같이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감동이 어찌나 많이 오든지.


어쩌면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건데, 나는 유희열의 스케치북 500회 특집에서 이문세, 이소라, 유희열, 윤도현의 음악 토크와 그들의 노래 부르기도 좋아서 히죽히죽 웃었지만, 유희열이 전한 감동의 화면은 우리 사회에 잔잔한 울림을 주었다고 봤어. 100회 제작진의 아이디어 이었든 유희열의 아이디어 이었든, 누군가 시도한 것이잖아. 그게 자그마치 40년 만에 시도한 것이나리. 그 시도 덕분에 2020년 지금은 아코디언 연주자인 심성락 선생님이 유산슬과 또 같이 음악을 하잖아. 2011년 이후에 또 어떤 반전이 있었는지는 나도 몰라. 거기까지는 안 찾아봤어. 그냥 딱 내가 본 그 순간에 감동받아서 그 화면이 오래 머물러서, 지금을 찾은 것뿐이야.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 메인 화면 캡처


우리 사회는 사실 급하게 발전하면서 사회 양극화가 너무 심하잖아. 그런데 그게 알게 모르게 생활 속에 스며들어서 다들 그런가 보다, 하고 살아. 그게 딱히 선하다 나쁘다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그렇게 물 흐르듯이 흘러왔어. 이럴 때 누가 작은 관심 하나 보여서 그게 툭 터지는 것, 그게 참 중요하고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어. 그래서 500회에서 본 그 장면이 너무 오래 나에게 울림을 주더라고. 유희열의 스케치북이 너무 고맙더라고. 그 장면이 제일 기억이 난다고, 100회 때 방송분을 또 500회에서 회자해 준 유희열이 너무 고맙더라고. 그래서 유희열의 스케치북, 앞으로 6개월은 본방 사수하기로 했어. 이런 장면을 메인으로 담아내는 방송은 시청자들이 적극적인 소비자가 되어 주어야 해. 그게 바로 본방 사수로 갚아주는 거지.


고마워. 며칠 눅눅했던 가슴 안에 슬쩍 들어서, 다시 기운 나게 해 주어서 정말 고마워. 그래도 우리가 함께 살아가고, 함께 부대끼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어서 정말 고마왔어. 음악이 주는 힘, 문화가 주는 힘을 유희열의 스케치북이 만들어주어서 정말 행복했어. 음악은 이런거야.







커버 이미지 출처 - kbs2, 유희열 스케치북 유튜브 클립 본 화면 캡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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