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디어마이블루 가 왜 좋았냐고 물어보면 딱 내 취향저격이었다고 고백한다. 어릴 때는 글쟁이들을 애써 가까이하지 않으려고 했다. 글 쓴다고 냅다 부리는 허세가 싫었고, 나 역시 거기에 동화되어 같이 허세 작렬하는 그런 것들이 진짜 싫었다. 문학으로 밥 먹고 살 주제도 못 되고, 글로 사람을 감동시킬 주제도 못 되니 아놔, 내 떡이 아니다, 로 애초에 교통정리했다. 그럼에도 말이다. 정말 그럼에도 늘 문학은, 글은, 내 주변에서 서성거리며 허걱거리는 것이다. 아프기도 하고, 묘한 쓸림이 오는 삐걱거림을 동반하기도 하고.
그래서 말이다, 그냥 글쟁이 옆에서 잘 노는 것으로 목표를 바꾸어 버렸다. 글 잘 쓰는 사람을 애써 부러워하고, 기승전결이 딱딱 맞는 글에는 존경심도 애써 가지며, 그래 아놔 너 떡이나, 내가 많이 아껴줄게, 하는 그런 마음으로 글에 대한 평화를 내 맘대로 선포했다. 그래야 내가 살 것 같아서. 좋아하는데 눈 가리고 안 보는 척했으나, 손가락 사이로 다 쳐다보는 짝사랑 두근거림처럼, 글을 옆에 두고 보기로 했다.
그런 글쟁이들을 거기 디어마이블루에서 제법 봤다. 그게 그냥 좋더라고. 작가가 많지 않았으나 그냥 덤덤하게 책 이야기하고, 글 이야기하는, 그들 사이에서 은근슬쩍 끼어서 귀동냥하는 게 참 좋더라고. 이런 정서를 몇 년 만에 느껴보는지 그게 참 묘하더라고.
또 왜 좋았냐고 물어보면 음악이 또 나를 당겼다. 이야기 나누느라 마당에 음악이 흘러도 거의 집중을 못 하는 분위기였는데 목소리가 묘하게 끌리더라고. 나 노래 부르니 얼른 앉아주세요,라고도 하지 않았고 그냥 아무렇지 않게 혼자 둥둥 노래 부르는 그 집중이, 오히려 사람을 한 곳으로 모이게 하더라. 그게 묘하게 매력적이야.
인디음악이지. 자신이 곡을 쓰고 가사를 붙여서 애잔하게도 부르고, 신나게도 부르는데 내가 제법 즐겼나 봐. 리듬을 타고 그루브를 넣어서 흥을 돋아서 노래 부르는 이가 고마왔다고 이야기해서, 아... 내가 음악을 좋아는 하는구나, 싶었다. 공연장 갔으면 그루브 정도는 일도 아니지!!!!
또 하나의 다른 음악, 트로트의 피아노곡 변신. 그거 멋졌다. 피아니스트가 자신의 앨범도 냈는데 먹고사는 것 때문에 디자인 회사 다닌다는 그 친구의 피아노 연주곡은 나중에 서점 테이블에 꼬기꼬기 구겨 앉아 음원으로 들었는데 트로트인 소양강 처녀, 봄날은 간다, 등을 피아노곡으로 편곡했는데, 좋았다. 아주 신선했다. 울컥했다. 이게 내 느낌이다. 이 역시 취향저격이다.
글과 음악에의 끼 부림들을 마음껏 느끼고 온, 그 안에서 제일 큰 수확은 '사람'이었다. 애정을 담고 정성을 쏟는 곳에 사람이 모인다, 는 불변의 진리를 또 보고 왔다. 그게 제일 큰 수확인데, 묘하게 울컥했다는 또 다른 느낌을 남긴다.
ㅡㅡㅡㅡ 아.. 갑자기 졸린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꼼짝없이 놉북과 씨름해서 그 여파가 이제 오는 모양이다. 졸린다. 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