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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사적인 프랑스, 오헬리엉을 방송에서 보면 좋겠어

깐느영화제(2017) 스틸컷, 보너스

by 동메달톡


코로나 정국에서 본 비정상회담, 유튜브 영상이 책 까지 보게 했다



코로나 정국이 유튜브 정주행하게 했다. 그 덕분에 보게 된 것은 JTBC<비정상회담> 이었다. 코로나로 집콕 시간이 늘면서 우연히 클립본 하나를 봤는데 묘하게 끌리는 것이다. 그 끌림에 이끌려 결국 틈새책방에서 나온 <지극히 사적인 프랑스>까지 정주행하게 되었다.

오헬리엉도 비정상회담 출연하기 전에는 그 방송을 한 번도 시청한 적이 없다 했으니, 나도 뭐 같은 상황이지.

프랑스는 2017년 깐느 영화제 참석으로 가 봤다. 생에 첫 프랑스 방문이 70회 깐느 영화제 참석이라니. 그것도 관객이 아닌 여튼 작지만 스텝으로 들어갔으니 이런 행운이 있나. 이런 멋짐이 있나. 지역의 독립영화가 숏필름 마켓에 참여가 되어서 그 틈에 끼여서 억지로, 설레발 떨면서 갔다. 그 해 봉준호 감독이 <옥자>로 깐느에 입성했던 차라 그 덕분에 사진도 나란히 찍는 영광을 누렸으니 가문의 영광 중에 영광도 있었다는 것. 그 설은 나중에 다시 풀기로 하고. 오늘은 여기에서 프랑스인 오헬리엉 루베르가 쓴 <지극히 사적인 프랑스> 책 이야기를 하려한다.



70회 깐느영화제 메인 포스터- 저 포스터 아래로 레드카페가 깔린다. 2017년5월


틈새책방의 공동집필 윤여진 작가, 그래서 탄생한 <지극히 사적인 프랑스>
프랑스 남자, 프랑스 여자


오헬리엉 루베르-윤여진- 지극히 사적인 프랑스- 틈새책방-2019


지난 겨울에 책이 나왔다는 소리에는 와 한국어으로 책을 쓸 만큼 완벽해졌어, 하는 부러움이 목구멍 까지 쏟아올랐다. 자세히 보니 틈새책방에서 공동집필자로 묶었더라. 이것, 좋은 기획이다. 멋지다. 책 홍보물로 찍은 유튜브도 보면서, 비담이 아닌 다른 채널에서 영상의 목소리를 들으니 어찌나 반갑던지. 그런데도 금방 못 읽고, 6개월이 지난 지금에서야 읽었다.

통상 글의 목차를 보면 달달한 연애 이야기는 뒷편에 많이 실린다. 그런데 이 책은 첫 목차가 '프랑스 남자, 프랑스 여자' 라는 글로 사람을 확 끌어당긴다. 잘 생긴, 보다 예쁜 것, 보다 '매력'이 중요하다고 한다. 또한 프랑스 남자를 로맨틱하다고 말을 많이 하는데 프랑스 남자는 절대 로맨틱하지 않다,고 한다. 자신은 오글거려서 절대 로맨틱 하지 않다고 주장하나, 이미 오글거림을 넘어선 매력적인 남자였다. 한국인 여자친구가 빵 테두리를 안 좋아해서 그 테두리를 잘라서 두었더니 감격하더라, 라는 글이 있는데 그것을 보고 안 감격하는 사람이 어디 있냐고. 그냥 단순히 '사랑하니까' 그 정도(?) 하는 것이다는 심플한 감정선, 그래 그게 매력적인 거지. 인정!! 당신을 충분히 매력적인 사람으로 인정한다.

왜 남녀간의 사귐을 뭔가 선포하고 시작하느냐는 질문을 했다. 만나서 밥 먹고, 이야기하고, 영화 보고, 같이 지내면 그게 이성간의 사귐이지 그게 꼭 우리 지금 부터 사귀자, 라고 이야기해야 여자친구, 남자친구가 되느냐는 것. 그것 너무 이해 안 된다고. 이 부분은 이탈리아인 알베르또도 이야기하는 부분이기는 하더라. 이탈리아 남자는 고백을 하지 않는다고, 오헬리엉은 그것을 선포하지 않는다고 표현했고.

프랑스의 달달함은 딱 한 꼭지로 끝난다. 첫 꼭지에서 딱 언급하고 그 뒤로 프랑스 역사를 배경으로 한 정치, 경제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파리의 상징, 에펠탑. 내 눈에는 딱 고철탑이었다. 2017년5월



그래서 말 하고 싶은 것은 프랑스 명성은 끝났다?
박제된 프랑스 아니라고?


나 프랑스인 인데, 프랑스는 타국에서 보는 것 처럼 그리 낭만적이지도 않고, 복지가 잘 된 유토피아 나라 아니거든. 그거 내가 조목조목 설명할테니 잘 들어 봐. 프랑스도 그냥 일상의 보통의 나라야. 그 잘 된 복지는 30년 정도에서 끝났어.

책에서 주장하는 핵심을 내가 맘대로 이렇게 정리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프랑스를 은근히 우상화 하는데, 그거 아니야. 멋지게 박제된 프랑스가 아니고, 요즘은 엉망진창이거든. 그러니 그거 잘 챙겨서 들여다 봐야 해. 그거 내가 알려줄께. 봐봐... 딱 이 내용이다. 이런 투덜거림이 어찌나 재미있고 유쾌하던지. 딱 유쾌한 지적질이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내 맘 속에 남아 있는 프랑스에 대한 로망은 한 번은 더 가 보고 싶은 나라라는 것. 여행이 아닌 일 때문에 다녀왔으니 다음에는 오헬리엉이 추천한, 그의 고향 릴을 꼭 가 보리라는 마음을 굳게굳게 먹었다. 그럼에도 이 책은 절대 여행서가 아니다. 오히려 프랑스의 근현대사의 지금의 정치경제 문화 요약서 같다. 오헬리엉이 대학에서 전공을 어문학과가 아닌 사회학을 공부했으면 더 빛났겠다는 생각도 잠시했다.

오헬리엉이 주장하는 프랑스
1. 계층이동이 힘들어졌다

P. 182
놀랍게도 데이터를 살펴보면 중산층 이상 가정에서 자란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는 별로 떨어지지 않았다. 반면 저소득층 학생들의 학력 저하가 두드러진다. 빈부 격차가 심화됐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학생들은 부모의 소득과는 관계없이 동일한 교육을 받으며 자라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P. 218~P.219
프랑스 사회는 불평등이 심한 사회다. '사회적인 엘리베이터가 고장 났다는 표현을 자주 쓴다. 1980년대만 해도 공부를 잘 하면 가족이 가난해도 좋은 직업을 얻고 괜찮은 지위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계층 이동이 잘 일어나지 않는 사회가 됐다.

프랑스 국회의 인적 구성만 살펴 봐도 이런 경향이 눈에 뛴다. 국회의원 증에서 아버지가 공장 노동자로 일했던 경우, 그러니까 소위 '무산자의 자식'이 이제 많이 없어졌다. 그 대신 그랑제콜로 졸업한 엘리트 계층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등록금이 거의 무상에 가까운 위니베르시테와는 달리, 그랑제콜은 학비도 비싸고 긴 기간 동안 공부해야 하기 때문에 저소득층 학생들은 입학을 시도할 생각조차 못한다. 그만큼 저소득층 출신이 정치인이 되기 어렵다는 이야기이다.

이렇게 써 놓은 글을 보는데 가슴이 아팠다. 이런 현상이 사실 한국만 그런 것이 아니라 선진국이라 일컫는 특히 미국이 아닌 유럽에서도 이런 사회 현상이 나타나니, 점점 양극화는 심해지는구나, 그럼 우리는 또 무엇을 해야할까, 또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하는 여러 물음표들이 꼬리를 달았다.

2. 정치에 관심이 많다. 그러나 투표율은 낮다

'정치에 관심만 높다' 라는 표현이 딱 걸렸다. 투표율도 저조하고 토론의 질이 높은 것도 아니다, 라고 이야기하는 그 부분이 딱 한국 사회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사회를 바꾸고 싶으면 사실 뭐든 참여해야 하는데 그게 참 아이러니 하다. 한국도 사실은 제도를 개선하여 그 혜택을 누려야 하는 대상의 계층보다 자신의 것을 지키기고자 하는 것이 많은 사람들이 더 악착같이 투표한다. 오헬리엉의 정치적 관점 나는 책을 읽는 내내 공감되었다.

P. 238
정치에 관심이 많다고 해서 현상을 깊게 분석하고 탐구할 수 있는 실력을 갖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정치를 화젯거리로 삼을 뿐이지, 깊은 고찰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이야기다. 자신의 정치적 취향이나 편견에 따라 판다을 내리는 것이 대부분이다. 결국 프랑스 사람들도 다른 나라 사람들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단지 자기 의견을 더 많이, 적극적으로 표현할 뿐, 정치적 분석을 잘 하는 것은 아니다.

정치에 대한 관심과는 달리 선거 때 투표율은 상당히 낮다. 정말로 정치에 관심이 많다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정치에 염증을 느끼고, 지친 사람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3. 프랑스인이 원하는 지도자상은

P. 267
프랑스 사람들은 대통령이 일반 국민들보다 위에, 정확히 말하자면 '싸움을 초월해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본인이 직접 싸움에 뛰어드는 성향이었다. 멀리 보지 못 하고 코앞만 바라본다는 느낌을 줬다. 프랑스 사람들은 상황을 한눈에 파악하고 적절한 조치를 내리는 지도사를 원한다. 직접 싸움에 뛰어들어 손에 흙을 묻히는 건 프랑스인이 원하는 지도상은 아니다.

한국은 어떨까. 한국은 내가 보기에는 반반인 것 같다. 한국의 보수 우파는 뭐든지 진두지휘하는 지도상을 원하고, 진보라고 이름 짓는 사람들은 자유롭게 움직이되 문제해결은 또 그렇게 한 방에 교통정리 해 주는 사람을 원하는 것 같다. 내 경우는 원론적인 싸움판이 없으면 좋겠다. 요즘은 그런 소망을 더 많이 하게 된다. <비정상회담>에서 봤던 오헬리엉의 투털거림을 사실 나는 아주 좋게 봤던 터라 일상의 프랑스 정치, 사회 이야기가 정말 재미있었다. 프랑스 관련 이야기를 정통 역사책이 아닌 일반 시민의 시각으로 접할 수 있다니, 집필 기획에 절 하고 싶었다. 오헬리엉에게 개인적인 연애 이야기나 자신의 일상에 관한 이야기를 쏟으라고 했으면 아마도 거절 했을 것 같다. 집필 기획이 다시 봐도 딱이다. 공동집필자 역시 정치, 경제에 대한 나름의 관심이 있는 작가겠다 생각하니 그냥 책 읽기의 재미가 꿀꺽꿀꺽했다.

4. 국적의 자격

P.331~332
거꾸로 다른 나라 사람에게 묻고 싶다. 어떤 나라 사람이 '된다' 는 것은 무엇인가? 한국인에게 '한국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인가? 한국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자격을 갖추어야 하나? 나는 프랑스인의 자격은 '프랑스어를 할 줄 알고, 프랑스 여권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상은 필요하지 않다. 물론 이것은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프랑스 사람들 다수가 이 생각에 공감할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부분에 무릎을 쳤다. 백 번, 천 번 공감가는 문장이다. 언젠가 방송에서 모델 한현민이 한 말이 있다. 나는 한국이 국적인데 나더러 한국말 쓴다고 놀란다고. 엄마가 한국인인데 귀찮아서 아마도 아버지 국가에 출생신고도 안 했다고. 하여 나는 이중국적도 아니고 그냥 한국인이라고 했다. 그게 심플하게 이야기 하고 있지만 사실은 가슴 아픈 한국의 현실이다.

이 부분에 대하여 '프랑스도 새로운 이민자나 난민을 받아들이는 문제에 대해서는 예전에는 좀 더 '열린'나라 였다면, 이제는 많이 '닫히는'는추세다(P.332 인용)'라고 했다. 그러나 단순히 돈 벌기 위하여 오는 것은 막겠지만, 정치적인 문제로 국제적 난민이 되는 것에 대한 받아들임은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못 박았다. 여전히 박애주의를 언급한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자국의 방어적 정책은 경제 부분에서 점점 더 커지고 있음은 사실이다. 그러나 방역 하나만 두고 보아도 자국만 잘 하면 되는 시스템은 없다. 바이러스가 어디 이름표 달린 것도 아니고, 서로 함께 방어하고 차단책을 찾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이 부분은 나라의 부흥과 상관없이 침투했다. 이런 점에서 국적의 자격은 '모국어와 여권'만 있으면 된다, 는 사회적 의식. 나는 아주 가치로운 세계관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으면서 이 부분에는 잠시 멍 했다. 우리가 정말 챙겨야 할 핵심 가치라는 생각. 책 한 권이 나에게 보약이 되는 순간이었다. 이 문장 하나로 품격을 봤다면 내가 너무 나갔나 싶기도 했다만
.

5. 오헬리엉이 권하는 프랑스 여행지

1) 파리는 유명하다는 곳은 다 가 봐라
- 에펠탑. 개선문. 샹젤리제 거리
- 몽파르나스 타워에서 에펠탑 보기
- 파리 골목, 도보로 걷기



파리 세느강 주변 노천 카페- 파리의 유명지이다. 2017년5월



2) 브로타뉴 지역의 로리앙
- 8월 / 로리앙 켈트족 페스티벌
3) 낭트
- 브리타뉴 여왕이 살았던 곳
- 건축물, 아르누보 양식의 건축물
- 뤼 과자 공장(프랑스 국민 과자)
- 로얄 드 뤽스의 기계 인형 테마파크
4) 알자르 지역의 콜마르
-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배경이 됐던 콜마르
5) 투케 / 도빌
- 백사장의 바다
- 도빌 / 9월 미국 영화제
6) 릴

몇 군데 더 상세한 여행지가 있는데 그것을 다 언급하는 것은 이 책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다. 참고로 나는 이 책을 여행책으로 읽지 않았다. 그럼에도 다시 프랑스를 가면 오헬리엉의 고향이라는 '릴'을 가고 싶다.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방송에서 벨기에 가면서 '릴'을 경유하는 것을 보면서 내심 가 보고 싶었는데, 여기 책을 보면서 유독 가 보고 싶다면 '릴' 이었다. 물론 파리는 한 번 쓱 다녀와서 그럴 숫도 있을 것이다.


보너스

2017년 70회 깐느영화제 현장 스케치 몇 컷


레드 카펫이 깔리는 메인 입구


깐느영화제 할 때, 바로 코앞에 숙소를 구하기는 불가하다. 버스로 20분 거리 앙티브에 있는 아파트(에어비앤비). 낮은 아파트와 발코니가 인상적이었다.
깐느 영화제를 즐기는 관광객들
깐느영화제 부스 옆, 해변. 여기에 밤이면 스크린이 돌아간다. 무료 영화를 볼 수 있는 유일한 시간. 여기가 바로 남프랑스.
깐느 들어가는 날, 이 날 기차가 고장나서 섰다. 무려 3시간 연착이다. 우리는 앙티브가 숙소여서 한 정거장 더 가야하는데 길을 몰라서 3시간을 기다렸다. @깐느역. 떼제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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