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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생은없으니까>섹스앤더시티보다 현실적,신품보다...

감정의 서사를 보여주는

by 동메달톡

드라마 〈다음 생은 없으니까〉를 보다 보면, 익숙한 감정의 패턴이 떠오른다. 〈섹스앤더시티〉의 네 친구, 〈신사의 품격〉의 네 남자,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다섯 동료들. 모두 한 시절을 함께 통과한 사람들이다. 세월이 흘러 각자의 인생을 살아가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감정의 자리’로 돌아온다. 〈다음 생은 없으니까〉 역시 그 계보 위에 있다. 다만 더 현실적이고, 더 조용하게, 그리고 더 단단하게 ‘마흔한 살 여성들의 감정 생존기’를 그려낸다.



미드〈섹스앤더시티〉가 뉴욕의 욕망과 사랑의 유머를 보여줬다면, 〈다음 생은 없으니까〉는 한국의 현실 속에서 생존과 회복, 그리고 감정의 복귀를 다룬다. 포맷은 비슷하지만 정서는 다르다. 여기엔 ‘감정의 과잉’ 대신 ‘감정의 절제’가 있다. 말보다 눈빛이, 고백보다 행동이 중심이 된다. 그 안에는 마흔을 통과한 여성들의 체온이 담겨 있다.


출처 https://www.hbo.com/content/sex-and-the-city 이미지 캡처



〈신사의 품격〉과 비교하면, 흥미로운 감정의 구조가 보인다. 〈신사의 품격〉은 마흔을 넘긴 남성들의 우정을 유머와 낭만으로 풀어내며 ‘세련된 감정의 우정’을 보여줬다. 반면 〈다음 생은 없으니까〉는 ‘감정의 무게’를 정면으로 마주한다. 웃음보다는 침묵으로, 로맨스보다는 공감으로 감정을 풀어낸다. 〈신사의 품격〉이 남성들의 관계 속 ‘소년성’을 복원했다면, 〈다음 생은없으니까〉는 여성들의 관계 속 ‘성숙한 감정’을 복원한다. 세련됨이란 화려함이 아니라, 감정을 다루는 깊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출처 <신사의품격>홈페이지




이야기의 중심엔 고등학교 시절부터 이어진 세 친구가 있다. 젊은 날의 우정은 이제 서로의 생존을 확인하는 연대가 되었다. 결혼, 남친, 일, 가족, 성 — 이들의 대화는 늘 현실의 온도를 품는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눈길이 가는 인물은 쇼핑몰 쇼호스트 ‘조나정’이다. 6년 전 ‘올해의 쇼호스트’로 불릴 만큼 탁월했던 그녀는 한 사건을 계기로 방송계를 떠났다가 다시 복귀한다. 그 과정은 단순한 커리어의 재도전이 아니라, 감정의 재생에 가깝다.


조나정(김희선)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다. 아이가 오랜 기간 아토피를 앓아서 고생을 했다. 집에서 수제비누를 만들어서 사용한 것을 기억하고는 파이널 면접으로 수제 비누를 들고 프리젠테이션을 한다. 면접관이 묻는다. 스토리텔링은 좋으나 기본 복장을 너무 평범하게 나온 게 아니냐고 묻는다. 그 질문에 조나정은 이렇게 답한다.


“쇼호스트는 외모가 경쟁력이지만, 상품에 따라 감정의 컨셉이 달라져야 해요.”


다음생은 없으니까, 조나정의 파이널 의상



그녀는 일부러 화려한 하이엔드 패션을 입지 않고 무대에 선다. 그 선택은 단순한 스타일이 아니라, ‘감정의 진정성’에 대한 선언이다. 그녀가 파는 건 상품이 아니라 ‘말의 온도’였다.그녀(조나정/김희선 배역)는 상품을 설명하는 사람이 아니라, 감정을 디자인하는 사람이다.



문경 사과 농장에서 대타로 투입되어 사과를 소개하는 장면에서도 그걸 증명한다. 아직 사과가 덜 익었다. 그러나 햇빛을 받고 시간이 지나면 사과는 더 붉어질 것이고, 당도는 올라간다. 그 표현을 이렇게 했다. 지금 파란색 사과가 맛있을까 하는 소비자의 걱정에 이렇게 표현했다.


“맛이 쭉쭉 올라갈 준비, 색이 더 깊어질 준비.”



그 한 문장에 현장이 멈춘다. 카메라 앞에서 조나정이 보여준 건 기술이 아니라 진심이었다. 이 장면은 방송의 복귀를 넘어, 그녀가 세상과 다시 연결되는 순간이다.


출처-다음생에는 없으니까 영상 캡처





〈다음 생은 없으니까〉는 결국, ‘감정의 포맷’을 다루는 드라마다. 〈섹스앤더시티〉처럼 화려한 연출 대신, 감정의 리듬으로 이야기를 이끈다. 〈신사의 품격〉처럼 우정을 유머로 포장하지 않고, 침묵과 공감으로 견고하게 쌓는다. 그리고 〈슬기로운 의사생활〉처럼 동료애와 일의 의미를 교차시키지만, 여기서는 그것이 ‘감정의 회복’이라는 키워드로 귀결된다.



조나정과 친구들의 이야기는 단지 40대 여성의 삶이 아니라, ‘감정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 시대의 진짜 우정은 서로의 감정을 지켜주는 일이다.


‘다음 생에는 없으니까, 지금의 감정을 잃지 말자.’


라고 그들은 계속 다짐하고 세뇌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 다짐은 이 드라마의 포맷이자 우리 모두의 감정 서사다. 다음 생은 없으니까, 빛나는 나를 위하여.


사과 농장 대타 방송으로 조나정은 상무에게 결국 듣는다 "잘 돌아왔다"라는.





드라마든 영화든 장면의 변화에서 흐름을 잘 이어가야 하는데 조나정은 갈 때는 승용차 타고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는 전세버스 타고 돌아와서...아고, 저 디테일 조연출이라도 좀 챙기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다음 생에는 없으니까>는 4회까지 진행했다. 사실 이게 쇼호스트 조나정 중심으로 이야기를 내가 풀어서 그렇지, 나머지 두 명의 서사도 흥미진진하다. 구주영역의 한혜진이나 이일리역의 진서연이나...그들의 삶도 파란만장하다.



다음 글에서는 조나정의 복귀 방송 이후, ‘감정이 시장을 움직이는 언어’에 대해 이어가겠다. 기대되시는 분들 댓글로 응원 부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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