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노와 봉지커피

커피의 사회화, 개성화

by 동메달톡

아메리카노와 봉지 커피

-커피 사회화, 개성화-


당신은 왜 아메리카노를 마십니까?

당신은 왜 믹스 커피를 고집하십니까?

우유탄 커피 그것은 왜 찾고, 왜 안 찾나요?

밥값 능가하는 커피 보며 무슨 생각 드시나요?

커피집 가면 그 찬란한 이름들 일일이 뭔지 아나요?


어느 날, 뜬금없이 이런 질문을 SNS에 했다. 생각보다 휠씬 많은 답글이 달렸고, 그 답글 중에서 “커피 이름이 찬란하다고 생각 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음, 따라서 아는 것도 없으며 알려고 하지도 않음” 이라고 쓴 어느 선배의 글이 제일 압권이었고, 그 반면 “천천히 보면 어렵지 않아요, 아는 편입니다” 라고 쓴 후배의 답글도 재미있었다. “혹시 모른다면 물어서라도 알려고 합니다, 좋아하는 것에 대한 예의라고나 할까요” 같은 적극성까지. 답글을 보면 딱 그들의 성격이 들어난다고 할까.


몇 년 전에 읽었던 정신과 전문의 하지현 교수의 <도시 심리학> 책이 생각났다. 그는 커피는 ‘개성화와 사회화’를 나타내는 내면의 도구라고 이야기했다. 그 부분이 얼마나 강력한지 나를 오래동안 그 이론에 묶어두더라. 커피를 통하여 자신의 개성을 표편하고, 또 커피를 통하여 그냥칠 수 있는 사회화를 표현한다?

.“커피전문점에서 자신만의 커피를 주문하는 행위에는 ‘나와 너는 다르다’ 는 것을 확인하는 동시에 끊임없이 ‘나만의 나’를 만들려는 노력이 반영돼 있다. 이를 개성화(individuation)'의 노력이라고 한다”(하지현, 도시심리학,해냄, 2009, 73p)


“거래처를 방문했을 때나 다른 사람의 집에 갔을 때 상대방이 “커피믹스인데 괜찮겠어요?” 라고 물으면 “저 다방커피 좋아해요, 감사합니다” 라고 대답한 적이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한국식 소통도 엿볼 수 있다“(하지현, 도시심리학,해냄, 2009, 75p)


허긴 몇 년 전에 어느 기관의 50대 공무원이 그러더라. 커피 이름이 뭘 그리 많은지. 젊은 애들과 어울리려고 커피집의 고유 이름 하나를 외웠다고. ‘카라멜마키아또’ 누가 권해 줘서 마셔봤더니 쓰지 않고, 달달하면서 믹스커피의 맛이 나서 딱 자기 취향이더란다. 그래서 이 커피를 자신의 18번 커피로 지정하기로 하고 직원들과 커피집 오면 저번에 그거, 라고 이야기한다고. 당체 그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아메리카노와 믹스 커피의 취향적 차이는 비슷한 듯 닮아 있으나 다르다. 통상 깔끔하게 심플하게 마시고 싶은 자신의 여유적 욕구가 아메리카노,를 선택하게 한다면 믹스 커피는 귀찮아서 혹은 당 땡겨서, 가장 재미있었던 반응은 ‘배고플 때’ 찾는다는 답글이었다. 예전에 어느 친구가 서울로 유학을 갔는데 배가 고파서 다방의 프리마(특정회사 상품명이지만, 거의 고유화 명사)를 아주 많이 타서 허기를 달랬다고 하더니, 지금도 그 프리마는 그 역할을 하는 모양이다. 믹스는 ‘엄마 모습’ 이 떠오른다는 감성과 봉지커피에서 ‘효’를 느끼게 되는 애잔함이 있다고 하는 분도 있었다. 가히 커피의 철학이 쓱 올라오는 느낌이다. 커피는 사교를 위하여 마시는 술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한 사람도 있었고, 그 사교안에서 아메리카노는 ‘습관’ 이다는 분도 있었다. 습관적으로 마시는 음료가 우리는 왜 유독 커피일까. 특히 나는 왜 커피만 고집할까.


“특별한 취향이 없는 사람은 취미가 없을 수도 있다(노명우, 세상물정의 사회학, 사계절, 148p) 라고 사회학자 노명우 교수는 그의 책 <세상물정의 사회학>에서 이야기했다. "취향은 개인의 개성이 발휘되는 영역인 한 본래 수평적이다(노명우, 세상물정의 사회학, 사계절, 149p) 라고도 했으니, 우리들 커피의 취향적 선택은 얼마나 수평적일까 하는 물음표를 던져본다.


커피값이 비싼 것에 대한 반응은 대부분이 장소값, 인건비, 그리고 자신을 대접하는 비용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럼에도 그 비싼 커피를 왜 마시냐는 사람도 있으니 역시 개인적 취향이겠다. 커피 한 잔으로 자신을 대접하는 것, 그렇지. 남이 내려주는, 남이 뽑아주는 커피의 가치는 분명 있다. 쉼표이기도 하고, 설렘과 그리움을 동반한 한 편의 사랑일 수도 있고, 특정 회사의 테이크아웃컵 들고 다니며, 나 이런 커피를 즐기는데 어때? 하는 그런 즐김도 있고. 어느 분은 모모가게의 커피를 매일 마신다고. 술도 안 마시니 그 커피는 매일 자신에게 대접하고 온전하게 자신을 응원한다고. 그럼에도 남들이 매일 그 집 가냐고 물어보는 것 같아서 텀블러에 담아서 마신다는 소심함도 보였다. 하루종일 사무실 모퉁이에 머물러 걱정인형처럼 강력한 응원군이 될 수도 있겠다. 그 텀블러 커피는.


2018년 전부를 축복합니다. 안녕하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커피 한 잔 하실래요? 무엇으로 드릴까요? 아메리카노? 혹은 우유 들어간 거? 어쩌죠? 저희는 봉지 커피 없는데 괜찮으시겠어요? 저희는 봉지 커피만 있는데 괜찮으시겠어요? 모두들 커피를 통해서 사회학과 개성학을 배우고 있나요? 2018년 자신만의 사회적 소통은 무엇이고, 취향적 개성화는 무엇인가요? 우리들의 커피가 아닌, 나만의 커피, 그거 한 잔 하실래요? 축복하겠습니다. 2018년 전부를 축복합니다. 안녕하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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