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다모 한 스푼, 세라도 한 스푼, 따라주 반 스푼
<후레지아 커피>
나에게 후레지아 한 단을 선물해야겠다. 꽃이라고는 도통 장미, 백합 외에는 아는 것이 없는데 후레지아를 우연히 알게 되었다. 이십 중반쯤에. 어느 지인의 식탁위에 올려진 그 노란색꽃이 어찌나 이쁘던지, 어찌나 상큼하던지. 그 이 후로 봄이 되면 그 후레지아꽃이 은근히 그립더라. 꽃가게 가서 봉우리가 덜 핀 후레지아 한 단을 풍성하게 사서 식탁 가장자리에 올려두는 그런 사치를 해 보자. 봉우리에서 꽃이 피는 그 과정을 잘 즐기며 나를 응원해 보자.
후레지아 만큼 가슴 설레게 하는 꽃은 영화 닥터지바고에 나온 수선화, 그 꽃도 무슨 꽃인지 몰랐으나 수선화라고 누가 그러더라. 아 그 수선화를 알려준 지인은 유달리 꽃을 좋아했는데 그 좋아한다는 꽃선물 제대로 못 해 봤네. 수선화의 꽃말이 뭐였더라. '자기 사랑, 자존심, 고결, 신비' 라는 꽃말을 가졌지. 참 고귀하기도 하여라.
이십대에 누가 파티에 갔다가 그 파티장에 있는 꽃이란 꽃은 다 들고 왔다며 나에게 주었는데 나는 그 꽃이 어찌나 징그럽던지. 그 때 그 꽃은 찬란함이 아니라 미친 절규 같았거든. 그만큼 메마른 가슴을 가진 내 탓은 안 하고, 쓸데없는 짓하는 그 친구에게 독설을 품었거든. 그게 꽃이 아니라, 그냥 흐느적거리는 귀찮음이었으니 돌아다보면 나도 참 어지간하다는 생각만 들어. 꽃을 죄다 다 가져온 그 청춘의 진짜 꽃은 또 뭐였을까.
후레지아 꽃을 얼른 사서 꽂아야겠다는 조바심을 하는데, 나는 왜 또 커피생각이 날까. 후레지아향 같은 꽃향기를 머금은 커피는 어떤 것이 있을까하는 이 생뚱맞은 생각은 뭐지. 좀 더 자연스러운 신맛이 나는 시다모 한 스푼, 요즘 많이 보편화된 브라질 세라도 한 스푼, 거기에 약한 따라주 반 스푼을 섞으면 그런 후레지아 같은 잔잔한 신맛이 날까. 물은 조금 덜 뜨겁게 살며시 내리면 후레지아 봉우리가 피어 꽃이 될까.
재래시장을 가야겠다. 후레지아 한 단을 사고, 돌아오는 길에는 커피콩을 볶고 갈아서 내리는 동네 작은 커피집을 가서는 뜽금없는 주문을 해 봐야겠다.
"여기 후레지아 커피 한 잔 주세요"
"후레지아 커피가 뭔가요?"
"후레지아 꽃이 상상되는 그런 커피를 만들어 주세요"
이런 주문에 예스, 하는 그런 바리스타가 부디 있어주기를 기대해 본다면 나는 또 철부지인게야?
봄은 이렇게 스며들고 있다. 커피 한 잔 하실래요? 이왕이면 후레지아커피로 한 잔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