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일반시민이 해 봤어

어처구니만 있는 속수무책은 아니었다, 서점 기획은

by 동메달톡

서점 컨퍼런스를 마무리하고 나면 이제 좀 가볍게 뭔가 즐길 수 있을 줄 알았다. 근데 그게 아니더라고. 언제나 그러하듯이 기관에서 하는 사업의 마무리는 정산인데 왜 그렇게 증빙해야 할 서류들이 많은 것일까. 팔십여장 영수증에 각각 붙어야 하는 증빙자료는 평균 네다섯장, 그러면 팔십장에 다섯장씩 증빙 자료가 붙으면 사백장의 증빙딱지가 붙는거잖아. 도대체 이 짓을 왜 한거야,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 짓을 해서는 이 난리를 떨고 있는거냐고.


정산과 보고서만 딱 두고 보면 쓸데없는 어처구니, 를 했다 싶어서 내 머리를 또 찧고 또 찧는데 그럼에도 말야, 돌아다보면 그거 몇 달 동안 참 행복하기는 했어. 같이 동참한 쌤들 그거 처음에는 아주 힘들어 하더만, 제주를 다녀오고 마지막 서점 컨퍼런스를 마치고 나더니 내년에 또 합시다, 라고 하잖아. 햇살같은 웃음을 머금으면서 끝나고 나니 유익했다, 가치있었다, 라고 하잖아. 허긴 요즘 책방 탐방이 워낙 전국적, 아니 전세계적으로 이슈몰이가 되어서 어쩌면 우리들 탐방이나 활동들이 사실 무슨 대단한 것은 아니기는 하지만. 누가 그러더라고. 서점 관련 탐방이나 학습이나 포럼등은 출판계 사람들, 도서관 사람들, 서점 사람들 혹은 그 관련 시민활동가 등 뭔가 전문성이 확보된 사람들이 판을 펼치고 글을 쓰는데 일반 시민들이 이렇게 팔 걷어부치고(뭐, 팔 걷어 부치는 열정까지 있었나 싶지만) 서점 관련 책을 읽고, 독서토론을 하고, 주제토론을 하고, 지역 서점을 탐방을 하는 경우는 어쩌면 처음이 아닐까, 라고 하더라고. 일반 시민들이, 하는 단어에 와락 물음표도 들더라고. 일반 시민과 활동가의 차이는 뭔데? 동네 사회적 이야기꺼리를 담으면 누구나 활동가 아닌가. 뭐 꼭 무슨 단체명으로 깃대 들고 움직여야 활동가야? 아, 더한 것은 '지역서점 문화역할, 소비자 가치' 라는 이름 걸고 서점 컨퍼런스까지 했다고 더 놀라와 하더라고. 그 행사에는 우리 참여자 샘들이 미니 토그도 했잖아. 물론 전문가들도 모시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


근데 이런 활동을 왜 했냐고? 그거 참 우연한 기회에 기획서를 썼고, 기획서를 썼더니 뭔가 할 수 있는 도구를 주더라고. 그게 시작인데. 왜 기획서를 썼냐하면 정말 단순한 시작이었어. 대전의 게룡문고, 책방지기를 아주 오래전 부터 아는데 아니, 이 양반이 맨날 어렵대. 서점이 맨날 어렵다는거야. 근데 가 보면 오전에는 아이들이 서점에서 책방탐방을 하고, 그림책을 읽어주는 프로그램에 우루루 몰려앉아서 함박웃음을 짓는 어린이, 청소년들이 참 많은데 어렵다, 하니 나는 참 그게 이해가 안 되더라고. 어렵다, 어렵다 하면서 근 이십 년을 넘기고 있더라고. 아, 아이들 탐방은 오되 그게 서점 매출로는 연결이 안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안타깝더라고. 어, 저게 대전충청권에서는 유일한 중형 오프라인 서점인데 저거 없어지면 어쩌지, 하는 그런 생각들이 들기는 하지만 내가 뭘 할 수 있겠어. 나에게 서점은 그랬어. 서울의 종각서점, 대구의 제일서적, 전주의 홍지서림, 대전의 계룡문고 등은 내 휴식처 였거든. 십 대 청춘부터 오십 대 지금까지, 그 서점은 늘 내 안식처고 도피처였거든. 뭐 대단한 책쟁이라서 아니라 도서관과 또 다른 그 무엇이 늘 거기에 있었거든. 그래서 지역에 서점이 없어지면 뭔가 내 안에서 쑥 빠져가는 허탈감이 있거든. 서울의 종각서점이 없어졌을 때 얼마나 허탈하던지(지금의 것 말고, 아주 예전 것). 계룡문고도 그렇게 없어지면 어쩌지.


허긴 온라인 인터넷 서점이 대세인데 그깟 지역의 중형서점 하나 없어진다고 무슨 일이 일어나겠어. 나나 에고 허탈해라, 에고 허망해라, 하지. 뭘 얼마나 가슴 저리겠냐고. 그래도 그거 없어진다고 하면 대전시민들 누구라도 이런 마음을 가질 짠 해 할 시민들 있지 않을까, 그들이 힘을 모아주면, 그들이 소리를 내어주면, 조금 더 버틸까. 그럼 뭘 해야 할까, 일단 찾아봐야지. 이런 생각들을 가진 사람들 분명 있을껄. 그들을 찾아야 해. 그들과 서점 관련 학습을 하고, 지역서점을 다녀보면서 문화복합공간으로서의 면모를 좀 볼 수 있으면 참 행운이겠다. 근데 그 재원은 어디에서 찾지? 그렇게 두리번 거리고 있을 즈음에 소위 무슨 공모전을 봤고, 그 공모전에 기획서를 귀신 휘날리듯이 써 보자, 고 내 옆 동료와 의기투합했고, 당선되었다. 그래서 소위 '일반시민' 이 서점관련 책을 읽고 학습을 하고, 주제토론을 하고, 지역서점 탐방을 하면서 '문화복합공간의 지역서점을 살리기 위한 시민공동체 모임' 프로젝트 사업을 시작한 것이지. 책을 읽고, 탐방을 하고는 지역에서, 동네에서 소위 '서점 컨퍼런스' 라는 미니토크쇼와 강연쇼를 했다. 소위 일이 커져 버린 케이스다.

대책없이 커져 버린 그 일의 정산 마무리를 하고, 보고서룰 쓰면서 일을 벌려서 사서 고생한 '어처구니'에 웃기지만, 그게 속수무책으로 '어처구니' 만은 아니었구나 싶어서 그 관련 에피소드를 묶어서 가치를 만들려고 한다. 끝나고 나니, 결국 남는 것은 사람이더라고. 함께 한 동료, 함께 한 일반시민들, 함께한 책방지기, 함께한 그 분야 전문가들. 거기에 사람이 있더라고. 사람이 오롯하게 있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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