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에게 독서를 가르친다는 것.

끝없이 페달을 밟아야만 한다.

by 이동민

"어떻게 하면 아내(혹은 여자 친구)에게 자전거를 잘 가르칠 수 있을까?" 친구 용진에게 물었다. 용진이는 사실 나의 대학 1년 후배이지만, 그 진중함으로 인해 때로는 나의 허물없는 친구이자, 때로는 스승 같은 조언자이기도 하다. 생각해보면 그가 항상 옳은 말을 하거나 진중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이 하나 있다. 그러니까 그는 특유의 성실함으로 대학교 시절 내내 과수석을 놓친 적이 드물고, 나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학창 시절 공부 못하던 학생은 으레 공부 잘하는 녀석들의 의견에 무게를 두곤 하지 않던가.(공감을 못하지는 않겠지요?)



누군가는 여기까지 읽고, '무슨 저런 간단한 문제를 어렵게 생각하는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신하건대 그렇게 생각하는 남성은 필시 아내(혹은 여자 친구)에게 자전거는커녕 '닌텐도 스위치'조차 가르쳐 본 적이 없을 것이라 확신한다. 왜냐고 묻는다면, '언젠가 너도 한번 해봐'라고 빙긋 웃을 수밖에 없지만. 난이도로 비유하자면 나는 차라리 '고양이에게 독서하는 법을 가르치는 편이 더 쉬울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고양이는 집사로부터 무엇인가를 배우다 짜증이 나면, '하악'거리 거나 기껏해야 손등을 할퀴고 도망가는 정도이겠지만, 아내(혹은 여자 친구)가 내는 짜증은 착한 고양이들과는 비할바가 아니다. 오죽하면 '무라카미 하루키'는 아내의 짜증을 '재난'이라 표현했겠는가.


재난은 정면으로 맞서 이길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다. 그저 엎드려 숨거나 우회해서 때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그러니 이 난제를 풀지 못한 또 다른 내 친구 석진이는 여자 친구가 크게 넘어지고서야 자전거 가르치기를 거의 포기한 듯하고, 영민이는 아예 처음부터 자전거 동호회에서 여자 친구를 만나지 않았던가.


각설하고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야지. 평소 같으면 잠시 생각을 하고 신중하게 대답할 것 같은 용진이가 웬걸, '어떻게 아내(혹은 여자 친구)에게 자전거를 잘 가르칠 수 있을까'라는 이 희대의 난제에는 거의 즉답을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니까 그가 꺼낸 답은 '적당히 어느 정도 가르쳤다면, 걱정이야 되겠지만 그녀 혼자 주행토록 하여라.'였다. 그러고 보니 참으로 우문현답인 것 같아 '그래 맞아, 그게 정답이구나'하며 크게 공감했다. 생각해보면 나 역시 어린 시절 부모님으로부터 자전거를 배울 때, 그리 오랫동안 부모님의 감독하에 체계적으로 배운 기억이 없다.


부모님은 내게 안심이라도 시키시는 듯 '자, 내가 뒤를 잡고 있을 테니까 한번 페달을 밟고 나가봐'라고 말씀하셨지만 결과는 모두가 쉽게 예상할 수 있듯 어느새 부모님은 온데간데 보이지 않고(애초부터 뒤를 잡아 주고 있지도 않았고) 결국 나 혼자 페달을 밟고 있었던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다고 우리 부모님이 '말 안 듣는 이 녀석 골탕 좀 한번 먹어봐야 정신 차리지!'와 같은 생각으로 그렇게 하시지는 않았을 테니까 말이다. 그러니까 그렇게 우리는 수없이 넘어지면서도 조금씩 자전거를 탈 줄 알게 되는 것이고, 또 페달을 밟지 않으면 넘어지게 된다는 것, 달리 말해 넘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끝없이 페달을 밟아야만 한다는 것도 터득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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